연금개혁에 성난 민심 달래려다 ‘냄비 시위대’와 대치한 마크롱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개혁법을 강행 처리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방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가 분노한 냄비 시위대와 부딪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냄비로는 프랑스가 전진할 수 없다”며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대치는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알자스주 뮈터솔츠를 찾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형 노조 조합원 등 약 100명이 시장실 앞에 모여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고 호루라기 등을 불며 “사퇴하라”고 외친 것. 경찰은 시위 금지 지역이라며 강제력을 동원해 이들을 200m 밖으로 밀어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그는 “프랑스 전역의 현실은 냄비로 소음을 내거나 불평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냄비로는 프랑스가 전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내 최우선 과제는 재산업화와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이틀 전 대국민연설에서 “사회적 합의에 실패해 유감이지만 연금개혁은 필요한 조치였다”면서 밝힌 것처럼 올가을부터 개혁 조치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헌법 특별조항을 이용해 하원을 건너뛰고 연금개혁법을 강행 처리했고, 야권이 발의한 불신임투표 부결 및 헌법위원회의 법안 핵심 내용 승인으로 입법의 문이 활짝 열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헌법위원회 결정 직후 법안에 서명했고, 개정 법률은 다음날 관보에 실려 바로 효력이 발생했다.
◆성난 민심이 관건…고층빌딩 클라이밍 시위도
이제 남은 관건은 여전히 70%에 달하는 높은 반대여론이다. 주요 노조들은 노동절인 다음달 1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고, 곳곳에서 쓰레기통을 불태우거나 냄비를 두드리는 등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9일엔 ‘프랑스의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고층 건물 등반가 알랭 로베르가 연금개혁에 항의하며 파리의 150m 높이 38층 빌딩을 맨손으로 오르는 등 시위 방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로베르는 등반 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저는 마크롱에게 안전망 없이 등반한 뒤 땅으로 내려오라고 말하고 싶어서 여기에 섰다”고 했다. 노후 안전망인 연금이 축소되는 것을 클라이밍 장비의 부재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뺨 맞고 계란 봉변 당했던 마크롱…이번에는?
연금개혁에 분노하는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과거 현장 행보 중 봉변 사례도 소환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1년 6월 남동부 지역을 찾았다가 “마크로니(마크롱주의) 타도”라고 외치며 달려든 한 남성으로부터 왼쪽 뺨을 맞았다. 같은 해 9월에는 리옹에서 열린 국제호텔 외식산업 및 식품 박람회 현장을 찾았다가 한 시민이 던진 삶은 계란을 맞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재선이 확정된 뒤에는 파리 외곽의 시장에서 토마토 한 무더기가 담긴 비닐봉지를 맞을 뻔했다.
가디언은 “노조는 마크롱의 전국 순회에 맞춰 더 많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은 2018∼2019년 노란 조끼 시위 당시에도 프랑스 전역을 찾았다가 성난 야유꾼과 맞닥뜨리곤 했다”고 전했다.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해 개혁이 필수임을 강조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현장 행보를 계속하겠다는 태도이다. 그는 “분노가 나의 여정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여러분은 항상 대중과 함께 있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나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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