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쫓는 자와 쫓기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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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이스피싱 취재를 하며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노릇을 해 처벌받은 사람과, 그런 그를 검거한 수사관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우연한 계기로 연이어 만난 것이다.
A씨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돈을 건네고 오로지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동선 보고를 해야 했던 규칙 등이 내내 꺼림칙했지만, 단 한 번도 본인의 행동이 범죄일 것이라 의심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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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이러했다. 사업 실패로 생활이 어려워진 A씨는 '월 6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익명의 문자에 혹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불상의 조직원이 지시하는 대로 특정 장소에서 고객을 만나 돈봉투를 받는 일이었다. 며칠 뒤 A씨는 수사를 맡은 B경사의 전화를 받았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과정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 업무였다. 일을 시작한 지 단 며칠 만에 피해금액은 수천만원에 달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쫓은 자'와 '쫓겼던 자' 간 갈렸던 부분은 고의성이다. A씨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돈을 건네고 오로지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동선 보고를 해야 했던 규칙 등이 내내 꺼림칙했지만, 단 한 번도 본인의 행동이 범죄일 것이라 의심하지 못했다고 했다. "제가 평생 일만 하다 보니 세상에 무지해서 이런 일까지 당했다니까요, 기자님." 내내 억울함을 하소연하던 A씨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A씨와의 인터뷰 두 달 뒤 만난 B경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범행을 하면서 (범행인 걸) 인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시 내용이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수유역 앞에서 낯선 이에게 돈을 받은 뒤 택시를 타고 미아역에서 내릴 것을 지시하는가 하면, 교통비는 무조건 현금으로만 내도록 하고 받은 돈을 이름 모를 공중화장실에 숨겨두라고 하는데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범죄인 줄 몰랐다'는 피의자들의 말을 절대 믿지 않는다고 B경사는 단언했다.
물론 A씨의 고의성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교훈만은 확실하다. 조금이라도 범죄가 의심된다면, 그것이 피싱 전화든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한 업무든 주저 없이 뿌리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찰도 '무시가 상책'이라는 태도가 정답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적극 홍보해야 할 것이다. B경사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왜 이리들 호기심이 많으신지 모르겠다. 제발, 모르는 번호는 일절 대응을 하지 말아라."
nodelay@fnnews.com 박지연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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