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 ‘박원순표 복합공간’ 철거되나···서울시 첫 혁신 디자인 적용 구상안 공개
서울 시내 혁신 디자인이 처음 적용되는 도시 공간인 노들섬에 대한 7개 건축 구상안이 공개됐다. 한강, 맹꽁이 숲을 배경으로 실험적 건축물을 짓는 설계가 주를 이루면서 당초 오세훈 서울시장이 ‘석양 명소’로 활용하려던 노들섬 내 복합문화공간은 철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공간은 고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조성된 건물들이다.
서울시는 20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 공모 대시민 포럼’을 열어 국내외 건축가 7명의 구상안을 선보였다. 지명 공모 방식으로 제안받은 디자인들은 5가지 필수 요소와 함께 건축가들이 각자 창의적 색깔을 입혀 완성했다. 예상 사업비가 최소 6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여러 제안이 접수됐다.
지난 2월 서울시는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상징적 건축물·공간 디자인 계획이 수립되면 용도 등의 규제를 없애고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축가 위르겐 마이어가 설계한 스페인 세비아 ‘메트로폴 파라솔’이나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한 미국 뉴욕 ‘베슬’과 같이 혁신적 공간이 서울에도 조성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를 실현할 첫 공공 분야 시범 사업으로 ‘노들 예술섬’이 추진 중이다.
이번 지명 공모는 예술 보행교, 노을 전망대, 수상 공연장, 한강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공간과 수위 변화에 따른 수변 공간 등을 디자인에 기본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강예린 건축가는 여기에 물·숲·나무·하늘 등 자연적 요소를 혼합한 열린 공간을 구현했다. 맹꽁이 숲에 나무를 더 풍성하게 심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물이 흐르는 팔레트에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구성하는 식이다. 김찬중 건축가는 캡슐 관람차가 노들섬에 조성된 긴 링 형태의 건축물 외부를 따라 이동하며, 링 내부는 바지선으로 연결한 랜드마크를 제안했다. 나은중·유소래 건축가는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라는 노들섬 유래에 맞춰 징검돌 형태로 자연과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그렸다. 신승수 건축가는 ‘다리로 연결된 군도’라는 개념으로 도시와 자연의 경계들을 잇는 섬의 집합으로 노들섬을 표현했다.
독일 위르겐 마이어는 노들섬 전망대와 한강 북쪽에서 이어진 연결로를 기본으로 워터타워, 스케이트 파크, 수상무대 등 다양한 시설 제안했다. 영국의 토마스 헤더윅은 다양한 곡선으로 한국의 산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만들어 높이와 폭의 변화를 통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가운데 나은중·유소래 건축가와 신승수 건축가의 제안은 맹꽁이숲을 비롯해 기존 노들섬 내 복합문화공간을 모두 철거한다는 전제로 설계된 건축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7개 설계안 중 하나가 선택될 수도 있고 보행교·전망대·공연장별로 특정 건축가의 설계 가운데 일부 요소만 떼서 적용할 수도 있다”며 “오는 6월 총사업 계획에 방향성을 최종 수립해 구역별 사업들을 나눠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이 조성한 문화공간 건물들은 철거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 시장은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 출장에서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노들섬 서쪽에 성냥갑 같은 건물들이 있지만 2~3년밖에 안 돼 허무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한강의 석양을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이번에 제안된 디자인에 대해 전문가 자문과 시민의견 수렴을 통해 노들 예술섬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후 5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우 정부 투자 심사와 공유재산관리계획 등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개된 공모 작품들을 다음 달 서울시청과 노들섬 등지에 전시된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특정 건축가의 일부 디자인만 우선 적용하는 경우 투자심사가 필요 없는 500억원 이하 사업이라면 내년 설계해 2026년 완성하고, 500억원 이상 사업은 2025년 착공할 예정”이라며 “여러 건축안을 요소별로 조합할 경우 최종 설계안에서 조화롭게 구상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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