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중재안'에 들끓는 간호계… 복지부, 스킨십 강화 '잰걸음'

박정렬 기자 2023. 4.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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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고된 가운데 간호사와 비(非) 간호사 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비대면 진료, 필수 의료 확충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 간호법이란 '암초'를 만난 보건복지부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오후 이대목동병원을 찾아 현장 간호사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박정렬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현석경 간호부원장, 김현아 응급실 주임간호사 등 현장 간호사 8명을 만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간담회는 1시간가량 이어졌다.

조 장관은 "간호사가 교대 근무와 높은 업무 강도로 힘든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정부는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수립을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경감,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무 형태 다양화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PA 간호사 등 법적 불안과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문제 역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석경 간호부원장은 "우리나라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다른 나라보다 많다"며 "코로나19를 겪으며 우수한 간호 인력 확보의 필요성이 강조된 만큼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수립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서울=뉴스1)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에서 병원간호사회장단과 간호법안 등 간호계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023.4.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 장관은 간호법 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최근 간호계와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대한간호협회를 찾아 김영경 회장을 만난데 이어 19일 병원간호사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간호법 제정안 등 현안 논의를 이어갔다. 간협 관계자는 "정확히는 간호법이 아닌 '간호법 중재안'에 대한 협의가 주요 목적이었다"라며 "간협과 병원간호사회 모두 중재안 수용에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고 밝혔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활동 영역을 규정하고 처우 개선 조항을 추가한 법안으로 간호협회의 숙원이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통과에 힘을 실으며 어렵사리 상정됐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가 기존 간호법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1조(목적) 조항에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간협이 거부, 의협 등은 찬성하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국 62만 간호인과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가 20일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본회의를 불과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 직역 간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간호사 현장 간담회가 진행된 이날에도 간호협회가 주도하는 전국 62만 간호인과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는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간호법은 간호돌봄을 통해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며 간호법 통과를 촉구했다. 이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당사까지 상징색인 민트색 손피켓을 들고 가두행진 하며 시민들에게 간호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간협과 민주당은 간호법 중재안을 수용하라”면서 27일 본회의에서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없는 간호법”을 원안대로 강행처리할 경우 권역별 간호조무사 집단 연가 투쟁 등 총파업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대한간호조무사협회


반면 같은 날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력 제한 폐지 없는 간호법은 결사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지연 회장은 지난 한 달간 10만여명이 참여한 반대 서명을 공개하며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을 특성화고 간호관련과 졸업자와 사설간호학원 수료자로 제한한 것은 위헌이다"라고 규탄했다. 의협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위원장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면서 "간호법은 더불어민주당과 간호협회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비민주적인 법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료연대는 간호법 통과 시 단식 투쟁, 전국 동시 집회, 대통령실 앞 거부권 촉구 집회를 비롯해 공동파업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만 파업에 참여했던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등도 합세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과 복지부가 참여하는 의료현안협의체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 필수·지역의료 강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 현안 논의도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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