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찍 둑 터진 `총선 포퓰리즘`
수백억~수兆 투입 정책 쏟아내
1000조 나라빚에도 건전성 뒷전
여야가 총선을 1년 앞두고 '매표'를 겨냥한 돈 퍼붓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큰 사건만 터지면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낸다.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마저도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접근한다. 국가부채가 1000조원이 넘은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은 안중에도 없다. 무분별한 정책 남발을 막기 위해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며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특단 대책을 주문했다. 20일 국회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전세사기 관련 법안들을 우선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행전안전부 등도 '실효성 있는 방안'을 약속하고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겠다는 강조하고 나섰다. 긴급 당정회의에선 전세사기 주택의 경매 유예조치나 피해 주택의 '우선매수권', 저리 대출지원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당장 전세사기 대책을 놓고 야당은 '공공 매입'을 주장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20일 "미추홀구 피해 주택의 경우, 선순위 담보 설정이 최대한도로 돼 있어 공공이 매입해도 피해자에게 갈 돈이 한 푼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밀어붙일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한 뒤, 필요한 경우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공공매입을 통한 보증금 전액 반환'까지 주장한다. 사인(私人) 간의 계약에서 비롯된 사건을 나랏돈으로 갚아준다는 비판과 함께 피해자를 지원해야하는 세금이 선순위 채권자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도 선거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 행보로 꼽힌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부터 이어진 국민의힘과의 당정 협의에서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과 관련,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 최소한 유류세 인하 폭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론 눈치를 보는 국민의힘의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당정이 이날 포함 네 차례의 협의에도 올해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을 못한 채 계속 미루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기업 누적 적자 등 재정 부담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국민의 불만 등 여론을 의식한 국민의힘의 제동에 막혀 있다.
여야는 퍼주기 야합까지 서슴지 않는다.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이 두 법안은 여야 합의로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두 공항 건설과 이전에 무려 20조원의 예산이 들지만 여야는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기로 담합했다. 최근 여야의 예타 기준 완화도 총선을 겨냥한 야합으로 꼽힌다.
여야가 추진하는 '1000원 아침밥' 확대도 청년 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의당은 '대중교통 반값 정기권'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청년층 대상 교통비 지원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무책임한 선심성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해마다 1조 원 이상을 투입해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강행 처리했다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또 대학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학자금 이자 면제법)을 국회 교육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앞서 본회의에 직회부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처럼 이번 개정안도 본회의 직회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전 국민 1000만원 대출' 등 기본 시리즈를 다시 꺼내들었다. 전 국민에게 최대 1000만원을 최대 20년간 저금리로 빌려주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게 골자다. 국내 성인 3000만명이 대출받으면 원금만 300조원이다. 재정만 축내는 허황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 대표는 재원 대책에 대해선 언급조차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빚은 계속 늘고 있다.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지난해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순채무(중앙정부에 대한 채무는 제외)를 합친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이다. 1000조원이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총생산(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0%이내로 유지하는 재정준칙부터 먼저 도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선거를 앞두면 재정 지출을 부쩍 늘려 표심과 연결되는 정책을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의원들 입장에선 그런 유혹에 벗어나기 쉽지 않은데다 바람직한 정치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많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재정준칙 등을 통해 막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죽기 전 코피"…이번엔 태국 동물원서 中판다 돌연사
- 신혜성, 모자쓰고 "죄송합니다"…`만취상태 남의 차 운전` 집행유예
- "XX한테 사지 말고 나한테 사라"…고교생 3명, 공부방 차려 마약 유통
- `강남 SNS 투신 생중계` 10대 성착취 의혹 `신대방팸`, 경찰 내사
- 골반까지 내려간 바지…`부산 돌려차기` 女속옷 DNA 검사한다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트럼프 2기 시동]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할까… "트럼프 일방적 양보 안 할 것"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AI전환과 글로벌경쟁 가속… 힘 합쳐 도약 이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