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에 전자담배 세율 인상 군불 떼기?

허인회 기자 2023. 4. 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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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궐련형, 일반담배와 유사하게 취급돼야”
“부족한 세수, 서민 지갑을 메꾸려는 술책”
기재부 “전혀 인상 검토 안 해”…여론 떠보기?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매장 관계자가 담배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되는 세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반 담배와 유사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발언 이후 서민 증세 우려가 커지자 나온 해명이었다. 하지만 세수 부족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기획재정부는 "전자담배 세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기재부가 해명자료까지 내게 된 이유는 추 부총리의 국회 발언 때문이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복지부에서도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며 "일반 담배와 유사하게 취급돼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에서 (전자담배에 대한) 정의가 새로 이뤄지면 거기에 맞게 (담배 세율도) 함께 취급이 돼야 된다"며 "전자담배도 인체에 안 좋은 것 아닌가. 그래서 아마 같은 범주로 취급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의 답변은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배 의원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담배소비세라든지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가 훨씬 적다"며 "우리 정부가 세수가 적으니까 세수를 좀 더 확보해야 된다는 측면과 궐련형이나 전자담배나 사실상 똑같이 건강에 해로워서 국민건강 차원에서 지양해야 된다는 측면에서 전자담배에 관련해서는 정부가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느냐"고 물었다.

현재 복지부는 전자담배를 피우면 비흡연자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추 부총리의 발언은 복지부가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흡연 효과를 동일하게 판단한다면 전자담배의 세율을 일반담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수준의 건강 유해성을 가졌는지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일반담배(궐련)의 경우 한 갑의 판매가격은 4500원이다. 이 가운데 제세부담금은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개별소비세 594원, 등 총 3323원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한 갑 가격이 일반담배와 동일한 4500원이지만 제세부담금은 3004원이다. 일반담배와 동일한 세목이 적용되지만 담배소비세 897원, 지방교육세 395원 등 적용되는 세금이 다소 적다. 일반담배 대비 90.4% 수준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종류 담배 세율 인상안 신호탄 쏘아 올린 것"

정부와 여당이 담배 세율 이슈를 꺼낸 이유는 관련 세수가 줄고 있어서다. 지난 3년 동안 담배 판매량은 35억9000만 갑에서 지난해 36억3000만 갑으로 1.1% 늘었다. 하지만 제세부담금은 2조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제세부담금이 줄어든 데는 세금이 더 붙는 일반담배 판매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0~2022년 일반담배 판매량은 32억1000만 갑에서 30억9000만 갑으로 줄었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3억8000만 갑에서 5억4000만 갑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로 좁히면 일반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3.7%로 감소한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62.2% 증가했다.

정부가 세율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자 업계와 흡연자단체는 강력 반발했다. 흡연자인권연대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여당이 기업의 눈치를 보면서 뒤에서는 담뱃세 인상을 주도하고, 세수부족을 서민들의 지갑으로 메꾸려는 속이 빤히 보이는 술책에 대해 1000만 흡연자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역시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담배 수준 세금 부과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모든 종류 담배 세율 인상안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 19일 "전자담배도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일반담배처럼 과세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단순히 강조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되는 세율을 일반담배와 동일하게 인상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담배 세율 인상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여론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 인상(2500원→4500원)을 발표하고 나서 당시 박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장 전자담배 세율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복지부의 유해성 판단이 나온다면 정부 입장이 달라질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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