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피해자에 경매 자금 충분히 대출"···공공매입은 선그어

노해철 기자 2023. 4.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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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파장 확산]'피해 지원' 첫 당정협의
피해주택 경공매 6개월 이상 중단
우선매수권 부여 신속 입법 추진
사기일당 범죄수익 전액몰수 조치
금융당국도 저리대출 등 적극 검토
부처협의 거쳐 내주 세부대책 발표
당정, 전세사기 대책 논의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등이 20일 국회에서 전세사기 관련 당정협의회를 하고 있다. 2023.4.20 xyz@yna.co.kr (끝)
[서울경제]

국민의힘과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원하는 경우 피해 주택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선 피해 주택의 경·공매를 6개월 넘게 중단해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피해자들이 장기·저리의 대출을 받아 우선 매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예외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야당이나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깡통 전세나 피해 주택을 공공이 직접 매입해 구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당정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 지원 관련 첫 당정협의회를 열어 ‘피해 구제책’과 ‘전세사기 범죄 엄단’이라는 두 축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거리에 내몰릴 위험이 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 대책이 마련됐다. 담보로 잡힌 주택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경매·공매 등을 유예하고 이미 부실채권(NPL) 매입 기관 등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를 일단 멈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피해 주택을 경매할 때는 일정 기준을 갖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 경우 피해 임차인이 구입 자금을 수월히 마련하게끔 낮은 이자율의 대출을 충분한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경매로 나온 주택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주게 되면 (경매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대출해줄 수 있으며, 거치 기간도 충분히 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가 우선 매수권을 희망한다면 희망자 모두에게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기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매수권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경매에 나왔을 때 경매 최고가로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피해자에게 주는 방식이다. 현재 경매에서 운영되는 공유 지분자에 대한 우선 매수권 부여와 비슷한 구조다. 부부가 절반씩 나눠 지분을 보유한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면 공유 지분자에게 이 물건을 최고가에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원 장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에 대해서는 “유예기간 6개월은 짧다”면서 “법원과 협의해 충분한 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주 세부 방안에 대한 관계 부처 협의를 마치고 다음 주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당정은 또 피해 임차인들이 이미 시행 중인 지원 제도를 몰라서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21일부터는 거점 지역을 대상으로 한 법률 및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찾아가는 상담버스’를 운영한다.

이른바 ‘빌라왕’ 등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른 일당은 샅샅이 파헤쳐 단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직적 전세사기에 대해서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한 뒤 공범의 재산을 추적하는 한편 범죄 수익은 전액 몰수 보전 조치한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태의 주범인 ‘건축왕’ 남 모 씨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특별 수사’를 요청한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남 씨가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한 배경 등을 포함해 경찰청 특별 수사를 요청하겠다”며 “(개입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유력 정치인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진상 파악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주장하는 공공매입특별법(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 법안)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박 의장은 “야당에서는 공공이 임차인 보증금을 우선 반환하라고 주장하지만 전세사기 물건은 선순위 채권 등으로 피해자에게 돌아갈 금액이 없거나 부족하다”며 “공공이 손해를 감수하며 매입하더라도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가 근본적인 피해자 구제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도 공공 매입과 관련해 “무슨 돈을 가지고 어느 금액에 사라는 것이냐”며 “할인하면 피해자가 수용하지 않고 비싸게 사려면 납세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금융 당국은 우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LTV와 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 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새로운 집을 매수하거나 경매로 피해 주택을 낙찰받으려 할 경우 완화한 대출 규제 기준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또 정책 상품 저리 대출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시중금리보다 낮은 고정금리로 주택 매매 자금을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추가로 더 낮춰 제공하거나 전세금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 특례 채무 조정을 적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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