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신간 소개 『셰임 머신』 外
김슬기(외부기고자) 2023. 4.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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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D.E.쇼의 퀀트(quant, 분석가)로 전직을 한 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악마적인 본성을 고발한 『대량살상 수학무기』로 세계적인 충격을 준 캐시 오닐.
다이어트를 강요받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쓴 이 신작은 약자 비하로 이득을 얻는 시스템을 고발한다.
게다가 저자는 빅테크 기업들로 인해 수치심 산업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고발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알아서 이런 사건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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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D.E.쇼의 퀀트(quant, 분석가)로 전직을 한 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악마적인 본성을 고발한 『대량살상 수학무기』로 세계적인 충격을 준 캐시 오닐. 다이어트를 강요받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쓴 이 신작은 약자 비하로 이득을 얻는 시스템을 고발한다.
자기혐오는 그만…수치심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셰임 머신』
혐오의 시대에는 ‘수치심’이 돈이 된다. 가난, 비만, 약물중독 같은 약점은 수치심의 근원이다. 수치심이라는 버튼이 러닝머신을 사게 하고, 코 성형수술을 권하며, 광고를 클릭하게 하고, 가짜 학위를 고민하게 한다.
수치심은 인류가 사바나를 무리 지어 다닐 때부터 질서 유지를 위한 도구로 사용됐다. 근친상간 등이 주는 수치심은 사회의 생존을 위해 존재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도구가 현대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깊은 상흔을 남기는 무기가 됐을까.
바나드칼리지 수학과 교수 캐시 오닐이 지은 이 책은 돈이나 노동, 성, 투표, SNS 공유까지 우리에게서 뭔가 가치 있는 것을 얻기 위해 수치심이 동원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돈을 벌기 위해 기업부터 정부까지 많은 이들이 ‘수치심 기계’를 운영하며, 사회를 계급화하고 수치심을 판매한다.
수치심 산업은 우리 모두를 ‘패배자’로 낙인찍는다. 부유하지도 날씬하지도 똑똑하지도 성공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다이어트 산업의 폭주로 이들의 공략 대상은 8~17세까지 어려졌다. 많은 소녀들이 섭식 장애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 미국의 공공정책 중 다수는 빈곤층에게 게으름이라는 낙인을 찍는 방향성을 고집하고 있다. 빈곤층은 교육, 주거, 교통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사회의 모욕을 견디며 사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푸드스탬프를 들고 음식을 사야하는 구조도 가난의 수치심을 배가시킨다.
‘코르셋 권하는 사회’가 외모로 인해 모두에게 공평하게 안겨주는 수치심 문제도 심각하다. 미용과 성형산업이 팽창하면서 아름다움은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닌, 노력의 대상이 됐다. 외모를 가꾸지 않는 것이 자신의 결함으로 인식되는 사회의 더 큰 문제는 젊음을 향한 열망과 노화 혐오가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저자는 빅테크 기업들로 인해 수치심 산업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고발한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최적의 값을 꾸준히 찾고 있다. 서로를 악마화하고 혐오할수록 보상해주는 모델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
2012년 미주리주 월마트에서 척추전방전위증을 앓는 여성 조애나 맥케이브가 전동 스쿠터에 앉아 음료를 꺼내다 넘어진 사건이 있었다. 이를 찍은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음료를 꺼내다 넘어진 뚱보 사진’으로 엄청난 공유와 조롱을 당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알아서 이런 사건에 주목한다. 조롱은 수익을 높이는 도구다. 게다가 상대를 비난할 때 자기만족과 우월감도 따라온다. 단편적 이미지나 발언만으로 누군가를 낙인찍고 조리돌림하는 문화는 전지구적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은 정치적 입장이 갈리는 사안에서 이용자를 더 정교하게 ‘분류’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인 ‘맞춤형 광고’가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타인을 조롱하며 심리적 우월감을 느끼고, 기업은 더 부유해지는 마법의 사업 모델이 탄생한 셈이다. 저자는 스스로도 “수십 년간 고통받은 끝에 수치심을 떨쳐내고, 평온함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펑크록 대모의 일상 사진을 만나다 『P. S. 데이스』
“나는 예술을 위해, 사랑을 위해 살았다.” 1970년대 미국 펑크록의 아이콘이자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인 패티 스미스가 자신의 일기에 남긴 고백이다. 366장의 사진, 366편의 글이 실린 책. 70대가 된 패티 스미스의 일상을 1년 365일의 일기 형식으로 엮은 사진 에세이다. 폴라로이드 사진, 휴대전화 스냅숏, 1970년대를 포함한 문화사적 기록이 시적인 언어와 조화를 이룬다. 그녀는 소박하고 편안한 일상을 공유하며, 생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1970년대 뉴욕 거리의 ‘저스트 키즈’에서 살아 있는 전설 ‘패티 스미스’가 되기까지, 그가 머문 공간, 만난 사람, 음미했던 순간의 조각들은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시공간을 더듬게 하고, 소박하고 편안한 일상의 모습은 그와 우리 사이의 거리를 훌쩍 뛰어넘게 한다. 76세의 나이에도 과거와 현재, 도래할 미래의 예술가들에 감사 인사를 보내며, 내밀하게 차오르는 몰입의 시간을 즐기는 진정한 예술가인 패티 스미스의 매력이 사진과 글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에세이에 대해 “예술가의 삶을 향해 창을 열어주는 문학적 사진집.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삶의 여정에서 만날 수 있는 신비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평했다.
[글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6호(23.4.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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