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ick]혼술과 홈술…MZ세대 홀린 위스키
박찬은 2023. 4. 20. 17:45
코로나 때 팽창한 위스키 시장
2040, 나만의 맛 찾아 나서다
#1. 이마트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 주류 판매에서 위스키, 브랜드, 럼 등 양주의 매출이 소주 판매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 소주 매출을 100으로 했을 때 양주 매출이 2021년 81.3에서 2022년 95.8로 그리고 올해 1, 2월에는 103.6을 기록했다. 양주 중에서도 위스키의 판매 비중이 80% 이상이다.
#2. 우리나라에서 위스키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22년 위스키는 2021년에 비해 30.5% 급증했다. 올해 역시 9.2% 성장하면서 소주의 판매 성장률 1%를 앞섰다. 이에 위스키의 수입액 역시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억3246만 달러인 위스키 수입액이 2021년에는 1억7534만 달러, 2022년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2억6684만 달러, 한화로 약 346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3. 지금 우리나라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위스키 구매자의 대부분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의하면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위스키 연 매출 신장률은 2020년 91.5%, 2022년 140.9%를 기록했다. 올해도 2022년 동기보다 89.7% 증가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50~100% 양주 판매량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형마트 위스키 판매량 중 50%는 2030세대가, 그리고 편의점에서 팔린 양주의 70% 이상은 MZ세대가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4. 지난 3월10일 서울 강남구 GS25 DX랩점.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들이 사려는 것은 위스키. 그중에서도 물 한 방울 타지 않은 100% 국내산 원액으로 만들어져 발매 전부터 위스키 애호가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창수위스키’이다. GS리테일은 김창수위스키 증류소에서 생산된 세 번째 위스키 276병 중 28병을 유통했다. 이에 판매 3일 전부터 오픈런이 시작되었다.
위스키 붐이 불고 있다. 물론 MZ세대의 위스키 사랑이 막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 시작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펜데믹이다.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직장은 물론 친구, 가족과도 회식이나 식사가 중단되었던 시기이다. 약 2년의 펜데믹 기간에 이른바 ‘혼자서도 잘해요’ 식의 혼밥, 혼술이 보편화되면서 위스키도 ‘뜨기’ 시작했다. 거리 두기로 ‘집에서 술 마시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젊은 세대는 그들만의 독특한 ‘위스키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 첫 번째는 단연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다’라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회식 문화 등에 익숙했던 아재 세대는 이해 못하겠지만 MZ세대는 술의 향과 풍미 그리고 그 술이 담긴 병의 디자인과 라벨 등에 빠져들었다. 여기에 한몫한 것은 단연 SNS이다. 혼술하면서 한 상 차린 그럴듯하고 예쁜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MZ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와인이었다. 그리고 와인을 이어받은 것은 박재범이 출시한 ‘원소주’ 등으로 옮겨갔고 결국 위스키에 정착했다.
위스키 열풍의 두 번째 요인은 혼술과 홈술이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이기에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게 되고 또 이왕이면 개성 있는 술, 맛있는 술, 나만의 술, SNS에서 핫한 술을 찾게 된 것이다. 물론 위스키는 독하고 또 비싼 술이다. 하지만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운동화도 플렉스해버리는 MZ세대에게 위스키의 고가는 오히려 그들의 소비욕을 자극했다.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모아둔 돈을 과감하게 푸는 보복 소비, 보복 쇼핑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들의 위스키 사랑은 오픈런으로 이어졌다. 각 브랜드는 물론이고 마트, 편의점, 트레이드숍, 온라인몰에서는 위스키 판매 행사를 연이어 열고 있다. 지난 3월 초 이마트는 발베니, 맥캘란, 히비키, 야마자키 등 MZ세대가 사랑하는 위스키 할인 행사를 열었다. 당연히 오픈런이 이어졌고 총 1만 병의 위스키가 판매 시작 20분 만에 모두 팔렸다. 홈플러스는 스코틀랜드 고급 위스키인 그랜지스톤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3종을 출시했는데 싱글몰트 위스키는 매출이 무려 335%가 늘어났다. 롯데마트 리퀴숍인 보틀벙커에서는 ‘히비키 하모니 LTO’를 판매했는데 새벽부터 줄이 이어졌고 코스트코의 ‘발베니 12’년과 이마트에서 선보인 ‘발베니 14년’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완판되었다.
위스키의 음용 방식은 다양하다. 원액을 그대로 조금씩 마시는 방법도 있고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는 방식도 있다. 물론 이는 MZ세대의 음용 방법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그들은 혼술, 홈술을 하며 각자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다양한 칵테일을 제조한다. 위스키 브랜드, 원액의 비율, 칵테일 음료의 종류에 따라 그야말로 수없이 많은 조합이 탄생한다.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다. 위스키 칵테일을 만드는 영상을 올리는 유뷰브 채널 ‘술덕후’는 구독자가 20만 명이고 채널에 업로드 된 영상 중 ‘칵테일 레시피 74’는 조회수가 250만 회를 넘어섰다. 이처럼 MZ세대에게 위스키는 ‘공부하고, 연구하고,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이를 알리는 술’이 되었다. 수십 가지의 칵테일 방법을 다 해보고 자신의 선호 술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진지한 삶의 태도’마저 느껴진다.
위스키 열풍의 한가운데 ‘하이볼Highball’도 있다. 하이볼은 간단히 설명하면 위스키 칵테일이다. 즉 글라스에 먼저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일정량 따른다. 그리고 그 위에 탄산수나 진저에일 등 탄산음료를 섞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레몬이나 라임 등을 가미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토닉워터를 넣어 위스키의 독한 맛을 중화시켜 오히려 단맛을 내는 하이볼이 유행이다. 이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하이볼과 같다. 본래 하이볼은 18세기 영국 상류층이 즐기던 음료이다. 그들은 독한 위스키에 소다를 타서 먹었는데 이를 ‘스카치 앤 소다’, ‘위스키 앤 소다’로 불렀다. 이 칵테일이 미국으로 넘어가 큰 유행을 탔다. 즉 미국에서 우리가 부르는 하이볼이라는 명칭이 생긴 것이다.
하이볼의 가장 큰 장점은 독하지 않다는 점, 청량감 그리고 상큼하기까지 해 여성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잔에 담긴 얼음과 위스키 원액 그리고 칵테일한 음료의 농도와 색은 보기도 좋아 눈으로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해서 주류업계에서는 집에서 칵테일을 하지 않고 캔으로 사서 먹을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제품도 내놓고 있다. 이 제품의 장점은 집에서 여러 가지 위스키와 칵테일 음료를 사지 않아도 바로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하이볼 RTD 역시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믹솔로지’, 즉 술과 음료를 혼합한 것의 매출도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하이볼이 젊은 세대에게 유행하게 된 것은 일본의 영향 역시 크다. 일부 MZ세대는 하이볼이 일본이 원조라고 알고 있을 정도이다. 물론 일본에서 하이볼의 역사는 매우 깊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미군이 진주하면서부터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하이볼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일본의 전통 사케와 맥주가 일본의 대중 술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일본이 경제 호황기를 누리던 1980년대 이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일본에서 위스키는 전통의 사케와 더불어 고급 술로 자리잡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이엔드 위스키들이 그야말로 병째 팔려나갔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일본 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시기에 접어들면서 일본에서 위스키 소비는 급락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시기에 다시 하이볼이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이것이 일본 최대의 주료회사인 산토리의 전략이라는 설도 있다. 즉 위스키 소비가 줄어들자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산토리 하이볼’을 만들었는데 이 전략이 적중했다는 것. 7도의 낮은 도수, 올드한 위스키 잔이 아닌 산뜻하고 멋진 하이볼 술잔 등이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먹힌 것이다. 이런 하이볼 열풍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우리나라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하이볼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일본에 여행 간 MZ세대가 그곳에서 하이볼을 접하며 한국에서도 찾거나, 그들의 여행 가방에 일본산 위스키인 히비키, 야마자키 등을 사가지고 오기 시작하면서부터 하이볼 역시 인기가 더 높아졌다.
‘위스키Whiskey’의 본고장은 알다시피 스코틀랜드이다. 위스키는 대표적인 증류주이고 보리만을 이용해 만든 술이다. 보통 보리를 발효해 보리술을 만들고 이 보리술을 증류하여 오크통에서 몇 년에서 수십 년간 숙성시킨다. 당연히 술을 만드는 기간도 길고 양도 한정되어 있어 대부분이 고가이다. 알코올 도수는 대개 약 40~45도 정도로 독해 스코틀랜드에서는 물에 섞어 마셨다고 한다. 어원은 ‘생명의 물’을 뜻하는 스코틀랜드 게일어인 ‘Uisge beatha’로 이것이 현재의 Whisky가 되었다. 이 위스키가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계기는 스코틀랜드가 18세기 잉글랜드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다. 당시 잉글랜드는 위스키에 세금을 부과했는데 세금 규제를 피해가는 주류업자의 수가 줄어들지 않자 주류 면허를 주고 세금을 걷어 들이는 합법적인 방법을 썼다고 한다. 이후 증류소가 늘어나면서 위스키가 세계로 퍼지게 되었다.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만드는 위스키는 영문이 다르다. 스코틀랜드의 ‘Whisky’가 아닌 ‘Whiskey’라고 표기한다. 해서 보리 외에 호밀, 옥수수를 사용하는 버번 위스키, 테네시 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는 모두 ‘Whiskey’라고 표기한다. 일본은 ‘Whisky’라고 쓴다. 위스키는 생산지, 재료에 따라 구분된다. 생산지는 스카치 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 아메리칸 위스키, 캐내디언 위스키이며 이는 전통의 위스키 4대 생산지이다. 여기에 근래에는 재패니스 위스키를 포함해 5대 위스키 생산지라 부르기도 하다.
이 중에서 질과 양에서 압도적인 것은 단연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스카치 위스키Scotch whisky’이다. 이 스카치 위스키는 3년 이상 숙성, 첨가물은 물과 생산만 허용되는 엄격한 제한이 있다. 스카치 위스키는 맥아만을 사용한 ‘몰트malt 위스키’, 여러 몰트 위스키로 블렌딩한 ‘블렌디드 몰트blended malt 위스키’, 또 단일 증류소의 몰트 위스키만을 사용한 ‘싱글 몰트single malt 위스키’, 맥아가 아닌 곡물로 만든 위스키 모두를 통칭하는 ‘그레인grain 위스키’가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는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것이다. 글렌피딕, 발베니, 라프로익 등 브랜드 증류장만 100여 개가 넘는다.
‘아이리시 위스키Irish whiskey’는 30% 이상의 맥아, 30% 이상의 발아하지 않는 보리, 5% 이하의 곡물을 사용해 만드는 위스키이다. 부시밀, 제임슨, 레드브레스트, 미들턴 등이 대표적인 아이리시 위스키이다. ‘아메리칸 위스키American Whiskey’는 버번 위스키, 라이 위스키, 테니시 위스키 등이 있다. 본래 버번과 테네시 위스키는 차이점이 없었는데 테네시에서 제조하고 숙정 전 주정을 숯에 여과시키는 과정을 첨가한 것이 테네시 위스키이다. ‘캐내디언 위스키Canadian Whisky’는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성장했다. 호밀의 비중이 높고 크라운 로얄, 캐나디안 클럽 등이 유명하다. 여기에 ‘재패니스 위스키Japanese Whisky’가 있다. 거의 스코틀랜드 계열의 위스키로 저가부터 고가의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산토리 위스키에서 만드는 히비키, 야마자키 하큐슈, 가쿠빈 등과 닛카의 아카시 등이 유명하다. 산토리 야마자키 50년 산은 2018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3억5000만 원에 팔렸다.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는 하나의 산업이 되어 지난해 수출액이 무려 10조 원에 달한다. 위스키의 본고장에 있는 증류소로 ‘위스키 증류소 투어’를 떠나는 이들도 많아졌다. MZ세대가 피워 올린 위스키의 인기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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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나만의 맛 찾아 나서다
위스키는 이제 ‘이거 몇 년 산이야?’라며 먹던 술이 더 이상 아니다. 작금의 위스키는 이제 ‘공부하고, 연구하고,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이를 알리는 술’이 되었다. 어쩌면 자신만의 취미를 드러내는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다. 수십 가지의 칵테일 레시피를 다 시도해보고 자신의 선호 술을 찾아내는 과정은 취향을 맞춰 나가는 것이 아닌 ‘진지한 삶의 태도’처럼 느껴진다.
#1. 이마트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 주류 판매에서 위스키, 브랜드, 럼 등 양주의 매출이 소주 판매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 소주 매출을 100으로 했을 때 양주 매출이 2021년 81.3에서 2022년 95.8로 그리고 올해 1, 2월에는 103.6을 기록했다. 양주 중에서도 위스키의 판매 비중이 80% 이상이다.
#2. 우리나라에서 위스키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22년 위스키는 2021년에 비해 30.5% 급증했다. 올해 역시 9.2% 성장하면서 소주의 판매 성장률 1%를 앞섰다. 이에 위스키의 수입액 역시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억3246만 달러인 위스키 수입액이 2021년에는 1억7534만 달러, 2022년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2억6684만 달러, 한화로 약 346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3. 지금 우리나라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위스키 구매자의 대부분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의하면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위스키 연 매출 신장률은 2020년 91.5%, 2022년 140.9%를 기록했다. 올해도 2022년 동기보다 89.7% 증가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50~100% 양주 판매량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형마트 위스키 판매량 중 50%는 2030세대가, 그리고 편의점에서 팔린 양주의 70% 이상은 MZ세대가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4. 지난 3월10일 서울 강남구 GS25 DX랩점.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들이 사려는 것은 위스키. 그중에서도 물 한 방울 타지 않은 100% 국내산 원액으로 만들어져 발매 전부터 위스키 애호가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창수위스키’이다. GS리테일은 김창수위스키 증류소에서 생산된 세 번째 위스키 276병 중 28병을 유통했다. 이에 판매 3일 전부터 오픈런이 시작되었다.
MZ세대, 위스키와 사랑에 빠지다
위스키 붐이 불고 있다. 물론 MZ세대의 위스키 사랑이 막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 시작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펜데믹이다.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직장은 물론 친구, 가족과도 회식이나 식사가 중단되었던 시기이다. 약 2년의 펜데믹 기간에 이른바 ‘혼자서도 잘해요’ 식의 혼밥, 혼술이 보편화되면서 위스키도 ‘뜨기’ 시작했다. 거리 두기로 ‘집에서 술 마시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젊은 세대는 그들만의 독특한 ‘위스키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 첫 번째는 단연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다’라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회식 문화 등에 익숙했던 아재 세대는 이해 못하겠지만 MZ세대는 술의 향과 풍미 그리고 그 술이 담긴 병의 디자인과 라벨 등에 빠져들었다. 여기에 한몫한 것은 단연 SNS이다. 혼술하면서 한 상 차린 그럴듯하고 예쁜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MZ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와인이었다. 그리고 와인을 이어받은 것은 박재범이 출시한 ‘원소주’ 등으로 옮겨갔고 결국 위스키에 정착했다.
위스키 열풍의 두 번째 요인은 혼술과 홈술이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이기에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게 되고 또 이왕이면 개성 있는 술, 맛있는 술, 나만의 술, SNS에서 핫한 술을 찾게 된 것이다. 물론 위스키는 독하고 또 비싼 술이다. 하지만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운동화도 플렉스해버리는 MZ세대에게 위스키의 고가는 오히려 그들의 소비욕을 자극했다.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모아둔 돈을 과감하게 푸는 보복 소비, 보복 쇼핑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들의 위스키 사랑은 오픈런으로 이어졌다. 각 브랜드는 물론이고 마트, 편의점, 트레이드숍, 온라인몰에서는 위스키 판매 행사를 연이어 열고 있다. 지난 3월 초 이마트는 발베니, 맥캘란, 히비키, 야마자키 등 MZ세대가 사랑하는 위스키 할인 행사를 열었다. 당연히 오픈런이 이어졌고 총 1만 병의 위스키가 판매 시작 20분 만에 모두 팔렸다. 홈플러스는 스코틀랜드 고급 위스키인 그랜지스톤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3종을 출시했는데 싱글몰트 위스키는 매출이 무려 335%가 늘어났다. 롯데마트 리퀴숍인 보틀벙커에서는 ‘히비키 하모니 LTO’를 판매했는데 새벽부터 줄이 이어졌고 코스트코의 ‘발베니 12’년과 이마트에서 선보인 ‘발베니 14년’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완판되었다.
위스키의 음용 방식은 다양하다. 원액을 그대로 조금씩 마시는 방법도 있고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는 방식도 있다. 물론 이는 MZ세대의 음용 방법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그들은 혼술, 홈술을 하며 각자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다양한 칵테일을 제조한다. 위스키 브랜드, 원액의 비율, 칵테일 음료의 종류에 따라 그야말로 수없이 많은 조합이 탄생한다.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다. 위스키 칵테일을 만드는 영상을 올리는 유뷰브 채널 ‘술덕후’는 구독자가 20만 명이고 채널에 업로드 된 영상 중 ‘칵테일 레시피 74’는 조회수가 250만 회를 넘어섰다. 이처럼 MZ세대에게 위스키는 ‘공부하고, 연구하고,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이를 알리는 술’이 되었다. 수십 가지의 칵테일 방법을 다 해보고 자신의 선호 술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진지한 삶의 태도’마저 느껴진다.
위스키 열풍의 진짜 주인공, 하이볼
위스키 열풍의 한가운데 ‘하이볼Highball’도 있다. 하이볼은 간단히 설명하면 위스키 칵테일이다. 즉 글라스에 먼저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일정량 따른다. 그리고 그 위에 탄산수나 진저에일 등 탄산음료를 섞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레몬이나 라임 등을 가미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토닉워터를 넣어 위스키의 독한 맛을 중화시켜 오히려 단맛을 내는 하이볼이 유행이다. 이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하이볼과 같다. 본래 하이볼은 18세기 영국 상류층이 즐기던 음료이다. 그들은 독한 위스키에 소다를 타서 먹었는데 이를 ‘스카치 앤 소다’, ‘위스키 앤 소다’로 불렀다. 이 칵테일이 미국으로 넘어가 큰 유행을 탔다. 즉 미국에서 우리가 부르는 하이볼이라는 명칭이 생긴 것이다.
하이볼의 가장 큰 장점은 독하지 않다는 점, 청량감 그리고 상큼하기까지 해 여성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잔에 담긴 얼음과 위스키 원액 그리고 칵테일한 음료의 농도와 색은 보기도 좋아 눈으로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해서 주류업계에서는 집에서 칵테일을 하지 않고 캔으로 사서 먹을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제품도 내놓고 있다. 이 제품의 장점은 집에서 여러 가지 위스키와 칵테일 음료를 사지 않아도 바로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하이볼 RTD 역시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믹솔로지’, 즉 술과 음료를 혼합한 것의 매출도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하이볼이 젊은 세대에게 유행하게 된 것은 일본의 영향 역시 크다. 일부 MZ세대는 하이볼이 일본이 원조라고 알고 있을 정도이다. 물론 일본에서 하이볼의 역사는 매우 깊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미군이 진주하면서부터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하이볼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일본의 전통 사케와 맥주가 일본의 대중 술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일본이 경제 호황기를 누리던 1980년대 이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일본에서 위스키는 전통의 사케와 더불어 고급 술로 자리잡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이엔드 위스키들이 그야말로 병째 팔려나갔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일본 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시기에 접어들면서 일본에서 위스키 소비는 급락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시기에 다시 하이볼이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이것이 일본 최대의 주료회사인 산토리의 전략이라는 설도 있다. 즉 위스키 소비가 줄어들자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산토리 하이볼’을 만들었는데 이 전략이 적중했다는 것. 7도의 낮은 도수, 올드한 위스키 잔이 아닌 산뜻하고 멋진 하이볼 술잔 등이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먹힌 것이다. 이런 하이볼 열풍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우리나라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하이볼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일본에 여행 간 MZ세대가 그곳에서 하이볼을 접하며 한국에서도 찾거나, 그들의 여행 가방에 일본산 위스키인 히비키, 야마자키 등을 사가지고 오기 시작하면서부터 하이볼 역시 인기가 더 높아졌다.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산업은 약 10조 원
‘위스키Whiskey’의 본고장은 알다시피 스코틀랜드이다. 위스키는 대표적인 증류주이고 보리만을 이용해 만든 술이다. 보통 보리를 발효해 보리술을 만들고 이 보리술을 증류하여 오크통에서 몇 년에서 수십 년간 숙성시킨다. 당연히 술을 만드는 기간도 길고 양도 한정되어 있어 대부분이 고가이다. 알코올 도수는 대개 약 40~45도 정도로 독해 스코틀랜드에서는 물에 섞어 마셨다고 한다. 어원은 ‘생명의 물’을 뜻하는 스코틀랜드 게일어인 ‘Uisge beatha’로 이것이 현재의 Whisky가 되었다. 이 위스키가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계기는 스코틀랜드가 18세기 잉글랜드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다. 당시 잉글랜드는 위스키에 세금을 부과했는데 세금 규제를 피해가는 주류업자의 수가 줄어들지 않자 주류 면허를 주고 세금을 걷어 들이는 합법적인 방법을 썼다고 한다. 이후 증류소가 늘어나면서 위스키가 세계로 퍼지게 되었다.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만드는 위스키는 영문이 다르다. 스코틀랜드의 ‘Whisky’가 아닌 ‘Whiskey’라고 표기한다. 해서 보리 외에 호밀, 옥수수를 사용하는 버번 위스키, 테네시 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는 모두 ‘Whiskey’라고 표기한다. 일본은 ‘Whisky’라고 쓴다. 위스키는 생산지, 재료에 따라 구분된다. 생산지는 스카치 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 아메리칸 위스키, 캐내디언 위스키이며 이는 전통의 위스키 4대 생산지이다. 여기에 근래에는 재패니스 위스키를 포함해 5대 위스키 생산지라 부르기도 하다.
이 중에서 질과 양에서 압도적인 것은 단연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스카치 위스키Scotch whisky’이다. 이 스카치 위스키는 3년 이상 숙성, 첨가물은 물과 생산만 허용되는 엄격한 제한이 있다. 스카치 위스키는 맥아만을 사용한 ‘몰트malt 위스키’, 여러 몰트 위스키로 블렌딩한 ‘블렌디드 몰트blended malt 위스키’, 또 단일 증류소의 몰트 위스키만을 사용한 ‘싱글 몰트single malt 위스키’, 맥아가 아닌 곡물로 만든 위스키 모두를 통칭하는 ‘그레인grain 위스키’가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는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것이다. 글렌피딕, 발베니, 라프로익 등 브랜드 증류장만 100여 개가 넘는다.
‘아이리시 위스키Irish whiskey’는 30% 이상의 맥아, 30% 이상의 발아하지 않는 보리, 5% 이하의 곡물을 사용해 만드는 위스키이다. 부시밀, 제임슨, 레드브레스트, 미들턴 등이 대표적인 아이리시 위스키이다. ‘아메리칸 위스키American Whiskey’는 버번 위스키, 라이 위스키, 테니시 위스키 등이 있다. 본래 버번과 테네시 위스키는 차이점이 없었는데 테네시에서 제조하고 숙정 전 주정을 숯에 여과시키는 과정을 첨가한 것이 테네시 위스키이다. ‘캐내디언 위스키Canadian Whisky’는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성장했다. 호밀의 비중이 높고 크라운 로얄, 캐나디안 클럽 등이 유명하다. 여기에 ‘재패니스 위스키Japanese Whisky’가 있다. 거의 스코틀랜드 계열의 위스키로 저가부터 고가의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산토리 위스키에서 만드는 히비키, 야마자키 하큐슈, 가쿠빈 등과 닛카의 아카시 등이 유명하다. 산토리 야마자키 50년 산은 2018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3억5000만 원에 팔렸다.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는 하나의 산업이 되어 지난해 수출액이 무려 10조 원에 달한다. 위스키의 본고장에 있는 증류소로 ‘위스키 증류소 투어’를 떠나는 이들도 많아졌다. MZ세대가 피워 올린 위스키의 인기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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