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까지 감춘다…가장 조용한 '무적 잠수함'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4. 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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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술로 설계·건조한
'안무함' 내부 본지 첫 공개
6개 SLBM 수직발사대 갖춰
어뢰·미사일 다양한 운용 가능
수중 킬체인 핵심 전력 꼽혀
한반도서 美서부까지 잠항
1 해군의 두 번째 3000t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잠수함 '안무함'이 함교에 태극기를 내걸고 해상에서 시운전을 하고 있다.2 안무함 내부 통로 모습. 두 사람이 지나가기 벅찰 만큼 좁다.3 침상과 집기가 빼곡하게 들어찬 안무함 사관실 내부. 방위사업청

국내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두 번째 3000t급 잠수함 '안무함'(SS-085)이 20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해군에 인도됐다.

안무함은 길이 83m, 폭 9m로 해군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크다. 그만큼 더 많은 최첨단 시스템과 무기·장비가 실린다. 장보고-Ⅲ 1차 사업의 2번함인 안무함은 선도함인 도산안창호함과 더불어 현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할 수 있는 해군의 '유이한' 잠수함이다. 주변국들이 한국의 3000t급 잠수함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도 SLBM을 품은 잠수함 속 6개 기둥, 수직발사관의 존재 때문이었다. 매일경제가 해군의 '현존 최강' 수중 전력인 안무함을 단독으로 살펴봤다. 안무함 내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맨홀 뚜껑만 한 해치를 통해 내려간 잠수함 내부에는 승조원 생활공간과 지휘통제실, 무장실과 각종 기관, 배전설비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천장에는 각종 배관과 전선, 비상 호흡관 등이 칡덩굴처럼 얽혀 있었다. 함내를 안내한 정광재 대우조선해양 특수선 시운전부 책임은 "이 배는 물속에서 싸우기 위해 지은 전투함이라 승조원의 편의보다 무장과 장비 배치를 우선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고시원 1인실보다 좁아 보이는 선실에는 3층 침상과 사물함, 책상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함내의 유일한 독방인 함장실도 개인 화장실을 갖춘 정도만 빼면 비좁고 갑갑해 보이긴 매한가지였다. 선실 가운데 한 곳에는 향후 여성 승조원 승선을 대비해 별도 잠금장치가 달려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보안상 통제구역인 무장실과 지휘통제실은 어림잡아 가늠하기에도 승조원 생활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

잠수함 앞부분에서 서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무장실은 수평발사관 6개와 어뢰 등 20여 발을 5분 안에 자동 재장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수평발사관을 통해서는 어뢰뿐만 아니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과 기뢰 등 다양한 무장을 운용할 수 있다. 가려진 장막 사이로 얼핏 보이는 지휘통제실에서는 최종 시험 작업이 한창이었다.

안무함 바닥 부분은 잠수함 추진 동력으로 쓸 전기를 저장하는 축전지로 가득 차 있었다. 안무함을 비롯한 장보고-Ⅲ급은 뛰어난 배터리 성능과 효율에 힘입어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디젤 잠수함 가운데 가장 조용한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잠수함 내에서 정숙은 곧 최선의 미덕이다. 수중 환경의 특성상 소음은 자칫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무함은 장보고-Ⅲ 선도함인 도산안창호함과 마찬가지로 선체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음향 무반향 코팅재 1만여 장을 붙여 내부 소음을 잡았다. 또 적의 소나에 대한 반향음을 줄여 잠수함의 은밀성을 높였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화장실을 쓴 뒤에도 물 내리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 물총으로 용변을 조심조심 흘려보낸다.

안무함은 국산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한 공기불요추진(AIP) 체계를 탑재해 잠항능력을 극대화했다. 한반도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왕복할 수 있는 대양·장기작전 수행능력을 갖췄다. 이 잠수함은 해수 담수화 장비(조수기) 두 대를 돌려 역삼투압 방식으로 하루에 3t 정도의 민물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

안무함은 △전투·소나 체계 △축전지 △충전발전기 △연료전지체계 △통합통신체계 △수중발사장치 등 주요 장비를 자체 개발해 국산화율을 76.2%까지 높였다. 기존 장보고-Ⅱ급 잠수함(38.6%)에 비해 국산화율이 약 두 배나 향상됐다. 안무함 이름은 대한제국 군인 출신으로 1920년 김좌진 장군과 함께 일제에 맞서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 안무 장군에서 따왔다.

[거제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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