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이냐 축소냐, 순천 정원박람회 숫자에 얽힌 '맹점'
박람회장 밖 가든마켓 이용객까지 모두 합산
전문가들 "현행 집계 방식 한계 있지만 정확성 기해야"
"허수 짚지 않는 언론 보도도 문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장 열흘여 만에 관람객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초반부터 흥행 성적을 내고 있지만 관람객이 과도하게 집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조직위가 전날까지 합산해 발표한 누적 관람객 수는 총 164만 172명.
집계 장소는 모두 8곳으로, 국가정원의 동문, 서문, 남문과 순천만습지, 오천그린광장부터 오천아일랜드, 경관정원을 포함하는 무료 권역 그리고 동천 테라스, 순천만가든마켓, 야영장을 포함하고 있다. "도심 전체가 정원"이라는 슬로건에 따라 확장된 박람회장의 공간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중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는 출입구가 따로 있으며 이외 박람회장은 출입구가 없는 개방된 장소다. 이에 따라 조직위는 무료 권역을 잇는 동천 출렁다리에 설치된 스마트 피플카운팅 시스템을 이용해 오천그린광장에서 오천아일랜드와 경관정원으로 넘어가는 관람객 숫자를 파악하고 있다.
또 경관정원은 동천 출렁다리를 포함해 한신아파트 인근 주출입구와 풍덕 5주차장 출입구 등 총 3곳에서 입장객을 세고 있다.
오천그린광장은 행사가 있는 주말에 한해 면적당 계산을 하며, 가든마켓은 영업시간 중 발생한 거래 건수를 관람객 수로 반영하고 있다.
조직위는 각각의 숫자를 합산해 당일 관람객 수로 발표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정원을 출입한 관람객 1명이 순천만습지나 무료 권역 등 다른 박람회장으로 이동했을 경우 최소 2명 이상으로 집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가정원박람회 입장권 소지자는 당일에 한해 순천만습지까지 무료로 입장하고 있지만, 조직위는 이를 각각 집계하고 다시 합산하고 있다.
만일 1명의 관람객이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이용한 후 가든마켓에서 물건을 샀거나 경관정원을 구경했다면 관람객 수는 3명으로 집계되는 셈이다.
이같은 방식이면 조직위가 이날 발표한 총 누적 관람객 164만여 명 중 국가정원을 출입한 인원 123만 5400여 명을 제외한 40만여 명, 최대 25%까지 중복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순천만가든마켓은 전체 관람객 대비 반영된 숫자가 미미하지만, 박람회가 열리기 전부터 있었던 공간까지 집계에 포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매일 관람객 수를 갱신하며 발표하는 순천시도 중복 계수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박람회 조직위 운영총괄부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서 무료 권역에서 중복되는 경우도 있다"며 "유료 권역만 운영을 하면 중복 계수 등의 문제가 없었을 텐데 국제행사로 승인을 받을 때부터 이번 목표가 단순히 박람회에 대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삶 속에서 정원이란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기에 박람회장을 확장했고, 최소한의 지킬 수 있는 집계 방식은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일에는 오천그린광장 이용객 수는 집계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관람객 수 산정 총 수로 봤을 때 축소 산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관광객 숫자가 부풀려지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국 어디서나 "항상 있었던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람객 수가 행사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성적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박람회장 이외의 가든마켓과 같은 장소를 별도로 집계하는 것은 중복 집계인 점은 맞다"며 "자체 통계로 다음 행사에 대한 예산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부풀리기 홍보를 하는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부터 무인 계수기나 CCTV 등으로 집계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지만 정원박람회는 산림청에서 소관하기 때문에 문체부 가이드라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장 정확한 계수 방식은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해 중복 인원을 빼면 되지만 기술이나 비용 등 제반되는 사항이 많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술적 한계가 있더라도 통계의 정확성을 지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출입하는 무료 권역 행사장의 경우 정확한 집계에 한계가 있는 점은 사실"이라며 "설문조사를 통해 중복 방문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추출해서 전체 집계된 숫자에서 그만큼을 제외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등 가급적 허수를 줄일 수 있는 노력들을 병행해 보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관람객 숫자를 실적 보여주기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실제 그만한 관광객 규모를 수용할 만한 운용 능력과 편의시설을 갖췄는지 제고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덕순 사단법인 문화관광산업연구원 대표는 "문체부에서 당초 축제 관람객 계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다음 축제를 위해 관광객 수용 태세를 정비하는 데 있었다"며 "일 방문객 수를 매일 집계하는 정원박람회도 이를 통해 앞으로 7개월 동안 박람회장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에 충분한지, 쉴 곳이나 주차장, 화장실 등 관광객 편익시설이 추가로 필요하지는 않은지 등을 살피고 부족한 상황을 개선·대비하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역 축제가 단체장의 치적을 알리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악용될 측면이 있는 만큼, 이를 조명하는 언론 역시 중계식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관람객 수를 따지되 허수는 없는지를 살피는 등 언론의 경마식 보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입장객 수를 따진다는 것은 그 축제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잘 치러졌느냐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관람객 수 이외에 프로그램 내용이 얼마나 알차고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미흡한 점들이 보완 됐는지 등 의미있는 요소들을 같이 평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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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박사라 기자 sarai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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