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社 의기투합 "차세대 마더팩토리 국내에 구축"

이윤재 기자(yjlee@mk.co.kr) 2023. 4. 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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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전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구진교 성균관대 대학원생, 윤 대통령. 이승환 기자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전고체 개발을 위해 힘을 모았다. 세계 최초의 상용화를 통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대를 한국 업체가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회의'에서는 한국이 전고체 배터리에 있어서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업체는 물론 자동차 업체까지 개발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업계의 판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생산 능력은 지난해 0.06GWh에서 2025년 1GWh, 2030년 149GWh, 2035년 950GWh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은 일찌감치 전고체 배터리의 가능성에 주목해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배터리 3사가 모두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배터리의 생산 공장을 국내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배터리가 반도체와 함께 전 세계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최첨단 제품 생산과 연구개발의 핵심인 '마더팩토리'를 국내에 두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업계는 올 상반기부터 국내에 전고체 배터리 시험(파일럿) 라인을 완공하고 이르면 2026년 상용화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먼저 삼성SDI는 올 상반기에 경기도 수원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S라인)을 완공하고, 하반기에 시제품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현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오토 상하이 2023'에서도 전고체 배터리 로드맵과 함께 기술 발전 방향을 제시한 상황이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까지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2030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상대적으로 기술적 난도가 낮은 고분자계를 먼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내년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9년 상용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현재 차세대 배터리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리튬메탈 음극재를 독자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전고체 배터리에서도 향후 한·중·일 3국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전고체 배터리에 있어서 한국이 첫 상용화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은 미래 한·중·일 배터리 전쟁에서도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기술 패권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2차전지 산업은 지금까지 높은 기술력과 양산 능력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그 입지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도전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를 전한 바 있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정부와 기업(도요타·파나소닉 등)이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전고체 배터리에 사활을 거는 것은 전고체 배터리만큼은 한국과 중국에 실기(失期)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사실상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주도했음에도 전기차 등의 활용에 있어서는 한국과 중국에 밀려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아픈 경험이 있다.

중국도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전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은 2025년까지 1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2030년 이후 2세대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까지는 기술적인 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상용화 목표를 무리하게 잡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도요타는 2021년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프로토타입 자동차를 공개했지만 상용화까지는 요원해보인다"며 "향후 최소 10년 이상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대세를 이어갈 것이어서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 기술 같은 최첨단 산업에는 특허가 중요하다"며 "국가적으로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구성 요소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것으로, 화재 위험성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에너지 밀도는 높여 이론상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800~900㎞에 이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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