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전세 피해자, LTV·DSR 대출규제 한시적으로 풀어줄것"

김유신 기자(trust@mk.co.kr), 한우람 기자(lamus@mk.co.kr),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3. 4. 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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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해법마련 속도
우선매수권·저리대출 추진
元, 국토위서 입법 뜻 밝혀
우리금융 주거안정 대출 공급
경매낙찰자금 최대 2억까지
野 주장 공공매입엔 선긋기
"채권자만 이익…구제책 아냐"

◆ 전세사기 대책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앞줄 오른쪽 둘째)이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 대책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정부와 국민의힘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주택 경매 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그동안 피해자 측이 정부에 요청해온 사항을 적극 반영하는 한편, 금전적 지원도 충분히 해 더 이상의 추가 희생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다만 우선매수권 부여를 위해서는 입법이 필요하고, 피해자가 경매를 통해 주택을 낙찰받더라도 보증금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2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피해자가 원하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입법 조치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 위해 충분한 거치 기간을 두고 저리로 융자를 통해 물건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선매수권은 경매 절차가 진행돼 낙찰가가 정해지면 피해 세입자가 해당 낙찰가로 주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경매를 통해 주택이 다른 집주인에게 넘어가면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어 피해자가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온 사항이다.

다만 현행 제도상으로는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 부여가 어렵고,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라 실행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동을 하고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입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금융권 협조를 통해 경매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원 장관은 "전세 피해 주택의 경매가 모두 중지되도록 대통령실에서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매수권이 부여된 뒤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결국 '낙찰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낙찰가가 높게 형성되면 그만큼 세입자가 비싸게 주택을 매입하게 돼 피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경매가 전문적 영역인 만큼 피해자를 위한 법률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 장관은 "법률전문가와 심리상담사가 내일 '찾아가는 상담버스'를 타고 인천 미추홀구로 가서 피해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에 대한 추가 금융 지원도 이뤄진다. 이날 우리금융그룹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 총 5300억원 규모 주거안정대출 공급 계획을 밝혔다. 우리금융의 이번 금융 지원은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 확인서가 발급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다. 주거 불안에 직면한 피해자에게 전세자금대출을 가구당 1억5000만원(보증금 3억원 이내)까지 총 2300억원 규모를 지원한다. 새 주택 구입을 원하는 피해자에게는 가구당 2억원까지 만기 40년(거치 기간 5년) 대출을 총 1500억원 규모로 공급한다. 아울러 경매가 진행되거나 진행이 예상되는 주택을 경락(경매낙찰)받고자 하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법원 감정가액 범위 내에서 경락자금 전액 대출을 최대 2억원까지 총 1500억원 규모로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피해자가 우리금융 등 금융권에서 이 같은 대출 지원을 받을 때에 한해 LTV, DSR 등 제한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주기로 했다.

당정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택 또는 채권을 공공이 매입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이다. 경매로 넘어간 물건은 근저당권이 설정돼 정부가 매입하더라도 매입 대금이 피해자가 아닌 채권자(금융회사)에 돌아가게 된다. 또 정부가 보증금반환채권 등을 매입하면 할인율이 적용되는데 할인 폭이 크면 세입자 손실이 그만큼 크고, 할인 폭이 지나치게 적으면 세금이 그만큼 많이 소요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당정은 조직적 전세사기에 대해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해 범죄수익을 전액 몰수하기로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조직적 전세사기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해 공범의 재산을 추적하고 범죄수익은 전액 몰수 보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세입자가 우선매수권을 통해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피해 보증금 일부만 회복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대금 상당수는 선순위 채권자에 가는 만큼 경매 절차를 통한 피해 회복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채무 조정 등을 해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신 기자 / 한우람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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