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사라져버려"… 10대 극단선택 부추기는 커뮤니티
극단선택 방조하고 비아냥도
온라인상 우울증 커뮤니티선
자해사진까지 빈번히 올라와
대인관계 위축된 10대 유저
가스라이팅 범죄 노출 우려
"얘들아, 죽기 좋은 5월이 2주 남았구나. 슬슬 마무리 하렴."
해당 게시물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빌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 여학생이 활동했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우울갤)'에 18일 올라온 글이다.
20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우울갤을 포함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극단적 선택을 방조하고 심지어 권유하는 듯한 글들이 난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10대 커뮤니티 사용자도 많은 만큼 이들이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년 동안 우울갤에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해당 커뮤니티에 자살을 방조하고 심지어 조장하는 듯한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고 털어놨다. 실제 기자가 찾아보니 한 유저가 게시판에 "죽고 싶다"는 글을 올리자 "자살할 거면 조용한 데서 하라" "죽기 전에 (계좌번호) 여기로 입금 좀 하라"와 같이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이어졌다.
최근 10대 유저의 극단적 선택 이후에도 이에 대해 가볍게 여기며 희화화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한 유저가 "오늘 25층 통유리 창문에 서서 여기 떨어지면 잠깐 힘들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떨어지고 싶다"고 올리자 "죽으면 라방(라이브방송)을 켜자"는 댓글이 달렸다.
A씨는 "애초에 여기 사람들은 '죽고 싶다'가 입버릇이라 큰 의미 부여를 안 한다"며 "직접적으로 권장한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커뮤니티를 이용하다 보면 분위기상 자해가 하나의 해소법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러 유저들의 증언에 따르면 우울갤에 자해한 사진을 올리고 삭제당하는 일들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 공동연구팀의 'Digital self-harm and suicidality among adolescents' 분석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자해 콘텐츠를 공유하는 '디지털 자해'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 정도는 그러지 않는 청소년보다 9~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 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명당 2.7명으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제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꾀어 성범죄를 저지른 뒤 자살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유저는 "2년 전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10대 여성 유저가 남자 유저들에게 데이트 폭력 및 강간을 당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은 최소 6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성범죄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커뮤니티발 극단적 선택은 우울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월 회원 수가 100만명을 훌쩍 넘는 모 커뮤니티에서도 한 사용자가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사망한 B씨는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용자 C씨와 알게 돼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게 됐다.
이후 C씨는 B씨가 일을 능숙하게 하지 못한다며 끊임없이 인신공격을 했다. 이어 C씨는 커뮤니티에 B씨가 '폐급'이라며 비하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C씨가 비하글을 올리면 사이트 이용자들이 맞장구를 쳐주며 B씨를 조리 돌림하는 식이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면 대인관계가 많이 위축된 경우 커뮤니티에서의 관계 맺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많다"며 정신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인 이화영 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자살 위험자를 대상으로 전화 위주의 상담이 이뤄지는데 SNS 플랫폼 내 채팅 형태로 상담이 보편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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