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출고가 30%↑ … 삼계탕값 '비상'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2023. 4.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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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조류독감 탓 공급 불안
삼계탕용 닭 가격 고공행진
때이른 무더위에 수요 증가
삼계탕 값 2만원 넘어설듯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식당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매경DB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인과 삼계탕을 먹으려던 50대 직장인 A씨는 가격표를 보고 놀랐다. 기본 삼계탕은 1만9000원, 한방 재료가 조금 더 들어간 삼계탕은 2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A씨는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은 프랜차이즈 프라이드치킨에 들어가는 닭에 비해 크기는 훨씬 작은데도 한 그릇에 2만원이나 하니 정말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온 가운데 대표적 보양음식으로 꼽히는 삼계탕 가격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삼계탕에 쓰이는 닭고기인 '삼계' 가격이 최근 3개월 사이 30% 가까이 오르면서 삼계탕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올여름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수기를 맞아 삼계탕 가격은 앞으로 더욱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살림살이가 팍팍한 서민들 입장에선 이제 삼계탕 한 그릇 사먹기도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매일경제가 한국육계협회의 닭고기 시세를 분석한 결과 삼계의 도계장 출고 가격은 45~55호 기준 3580원으로 1월 말 2780원 대비 석 달 만에 28.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가격(2580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오른 것이다. 45~55호는 삼계탕 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쓰는 크기로 450~550g 정도 중량에 해당한다.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주로 쓰는 일반 닭 9~10호(900g~1㎏)의 절반 정도 크기다.

특히 삼계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12.6% 오르면서 상승폭이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예년에도 삼계탕 성수기인 6~8월 여름철에는 삼계 가격이 올랐지만, 올해는 상승 시기가 예년보다 훨씬 당겨진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최근 삼계 가격이 급등한 것은 지난 2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삼계는 보통 부화한 뒤 45일 정도 키운 다음 도축하는데, 지난 2월 AI 때문에 전국적으로 약 80만마리의 닭이 살처분되면서 일시적으로 산란량이 크게 줄었고 그 영향이 지금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 닭의 경우 보통 30일 정도 키우기 때문에 이미 지난달 가격에 반영됐고, 이달 들어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외식비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삼계탕 평균 가격은 지난달 기준 1만6346원으로 한 달 전보다 1.4% 상승했다. 냉면, 비빔밥, 삼겹살, 김치찌개, 자장면, 칼국수, 김밥 등 8개 주요 외식 메뉴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최근 1년 기준 삼계탕 가격 상승률은 12.7%로 자장면(1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서울 경복궁역 인근 삼계탕 맛집으로 유명한 토속촌의 기본 삼계탕 가격은 1년 전 1만8000원에서 현재는 1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AI 영향이 완화되면서 다음달이면 삼계 가격 상승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영향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삼계 가격 상승이 멈출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4월 말 2580원이던 삼계 한 마리 가격이 삼계탕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오르기 시작해 7월 말에는 4080원으로 3개월 만에 5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더위가 예년보다 일찍부터 찾아옴에 따라 다음달부터 삼계탕을 찾는 수요가 본격 늘면서 음식점 삼계탕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식품 업계 한 관계자는 "녹두, 들깨, 한약재, 전복 등이 들어간 삼계탕은 이미 2만원을 넘었고 조만간 기본 삼계탕 가격도 2만원이 넘는 음식점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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