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늘리고 규제 풀고…투자심리 회복 앞당겨질까

함지현 2023. 4. 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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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금융 확대 및 규제개선으로 벤처시장 훈풍 기대
"韓 상대적 연착륙…마중물 공급해 투자자에 긍정적 신호"
CVC 규제 개선·은행 벤처투자 출자한도 확대 등 호평
"중·후기 기업 지원 더 많이 필요…IPO 활성화 없어" 아쉬움도

[이데일리 함지현 서대웅 김경은 기자] 정부가 벤처투자 시장 마중물 공급과 규제 해소에 나서겠다고 발표하자 얼어붙은 벤처 시장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대규모 자금지원으로 숨통을 틔우고,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어서다. 이를 통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조속히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다만 모태펀드 출자 확충과 추가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마중물 집중…“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신호 될 듯”

20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은 정책자금 확대 및 규제해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벤처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은 11조3000억원(2022년말 기준)에 이르지만 경기위축으로 실질적인 투자 집행은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벤처투자는 전년동기대비 60% 감소한 9000억원에 불과했다. 이번 대책은 벤처시장 자금경색을 완화하고 벤처투자업계의 투자 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정책금융, 정책펀드, 연구개발(R&D) 등에 10조5000억원을 추가지원키로 했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투자 규제를 개선하고 복수의결권 도입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결국 정부가 모든 자금을 댈 수 없기 때문에 민간의 투자자금이 더 많이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을 확충해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방향에는 수긍하는 모습이다.

나수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과 비교하면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며 “큰 금액의 마중물을 부어준다는 것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벤처기업협회도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특례보증 등 추가지원은 어려워진 경제 여건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컨더리 펀드 확대와 인수합병(M&A) 지원방안은 그간 업계에서 제안한 내용이 반영돼 기대가 더욱 크다”고 반겼다.

기업들도 CVC 규제가 개선된 만큼 투자 활성화를 기대한다. 현재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는 20%까지만 허용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국내기업에 준하는 해외법인에 대한 투자는 해외기업 투자로 적용받지 않는 내용이 담겨서다.

국내 한 신기술금융사 관계자는 “국내기업의 해외 자회사에 자금 수요가 있을 시 국내기업 투자로 간주토록 규제가 완화돼 투자가 좀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CVC의 해외 투자 비율을 지금보다 완화하는 등 다각도의 규제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해외 투자 비율 완화 등에 대해서는 중기부가 관련부처와 협의를 통해 다음달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도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2배 확대했다는 데 주목했다. 5대 시중은행 자기자본이 각각 20조~30조원 규모인 점을 고혀하면 은행별로 최대 3000억원 규모까지 출자가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은행의 기술금융 공급 실적 평가 방식도 개선키로 했다. 지금은 단순히 공급 금액으로만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 출연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미용실에 대출을 취급하고 기술금융 실적으로 처리하는 등 일부 부작용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은행들이 대출을 취급하는 동시에 투자까지 연계할 때 기술금융 실적으로 인정해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남동우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은행의 투자 성향이 보수적이다보니 은행 투자를 받았다고 하면 기술력이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며 “은행 투자기업은 추가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 성장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새로운 기술을 차용하거나 향후 협업을 위해 스타트업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이런 투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 확대·IPO 활성화 등 부재 아쉬워”

다만 벤처투자 시장의 위기감이 짙은 만큼 이번 대책이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업계는 얼어붙은 민간 투자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 주도 모태펀드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이번 대책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모태펀드의 예산 축소가 투자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며 “충분한 자금이 조성된만큼 원활한 집행을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자금 위주의 벤처투자를 민간 주도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다. 모태펀드 확대를 통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성장 단계별 지원책이 오히려 거꾸로 된 게 아니냐고 평가 하기도 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벤처·스타트업들은 초기에서 중기와 후기로 갈수록 투자를 받기가 어렵다”며 “최근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중기와 후기 성장단계 기업들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회수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M&A에 대한 지원은 담겼지만 기업공개(IPO) 활성화에 대한 내용은 없다”며 “벤처캐피털은 코스닥 시장에서 회수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주요 엑시트 수단인 IPO 활성화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CVC 조합결성 조건(외부조달비중 40% 초과 금지)의 완화를 요구했지만 이번 대책에는 빠졌다”며 “법인의 출자 세액공제를 신설 수준도 정부안인 8% 수준은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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