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30년엔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 중 가장 많은 탄소 배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오는 2030년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 중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TSMC·SK하이닉스 등 경쟁사의 탄소 배출량이 2030년 이전에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드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2030년 이후에도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린피스는 20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23곳의 탄소 감축안을 분석한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를 공개했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스코프1)와 석탄·가스 등 화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사용으로 발생한 탄소(스코프2)에 대해 기업들이 내놓은 감축 계획을 비교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반도체 제조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CO2e)은 2028년 9600만 미터톤으로 정점에 달했다가 2030년 8600만 미터톤으로 소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 배출량은 2019년 배출량(5900만 미터톤) 대비 45.8% 늘어난 수치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등 국제사회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50%까지 줄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반도체 제조업체 중 이 같은 감축 계획을 세운 곳은 한 곳도 없다.
특히 삼성전자 DS부문은 2030년 탄소배출량 전망치가 3200만 미터톤으로, 전세계 반도체 탄소배출량의 37.2%나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기흥·화성·평택 등 국내 공장에서 배출하는 양이 2800만 미터톤에 이른다. SK하이닉스의 2030년 배출량 전망치가 800만 미터톤(국내 500만 미터톤)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특히 2030년 이후에도 배출량이 늘어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 DS부문이 유일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탄소배출량은 대부분 화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사용에서 나온다. 특히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다. 초미세공정 필수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경우, 장비 1대가 쓰는 전력량이 이전 세대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10배 수준인 1㎿(메가와트)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늘려야 한다. 그린피스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기업들은 주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EC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판매하는 인증서로, 이를 기업들이 구매하면 그만큼의 친환경 전력을 사용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다만 이는 간접적인 방식인 데다 이중 계산으로 인해 배출량 감축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전력구매계약(PPA)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업들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이들이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린피스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REC는 가장 파급력이 약한 방안”이라며 “강력한 수단인 PPA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TSMC의 경우, 덴마크 풍력기업인 오스테드가 대만 앞바다에 건설 중인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20년간 전력을 공급받는 PPA 계약을 체결했다. 전기 공급을 위한 송·배전망 이용료는 대만 정부가 부담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2050년까지 반도체 공장에서 쓰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신환경 경영전략’을 내놨다. 그러나 구체적인 감축 방식이나 중단기 방안은 밝히지 못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기업들이 필요한 전력량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PPA 등 확대를 위한 송·배전망 이용료가 비싸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대해 삼성전자는 “신환경 경영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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