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가격 더 내리겠다는 머스크…"순이익보다 시장 점유율"

방성훈 2023. 4. 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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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가격 인하에 매출 늘었지만 수익성 악화
테슬라 1분기 순익 24% 급감…마진율도 기대치 하회
머스크 여전히 자신…"낮은 마진에 많이 파는게 나아"
추가 가격인하 시사…전기차 가격경쟁 본격화 전망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낮은 마진으로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 나중에 (시장 점유율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을 때 가격을 올려 마진을 거둬들이는 것이 더 낫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실적을 공개한 뒤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공개된 테슬라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24% 급감했다. 분기 기준 테슬라의 순이익이 뒷걸음질친 것은 2019년 4분기(10~12월) 이래 약 3년 만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당당했다. 오히려 앞으로 차량 가격을 더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는 뜻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순이익이 아니라 시장 점유율”이라며 “경제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주문량이 생산량을 초과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AFP)

가격인하 후폭풍…매출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

테슬라가 이날 공개한 1분기 실적은 차량 가격인하에 따른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매출액이 233억 3000만달러(약 30조 8200억원)로 1년 전보다 24% 이상 늘었다. 월가 전망치(232억1000만달러)도 소폭 웃돌았다. 주당순이익(EPS)은 85센트로 예상치에 부합했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1분기 순이익이 25억 1000만달러(약 3조 3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 쪼그라들었다. 가격인하로 마진이 급감한 탓이다. 테슬라는 올해 미국, 중국, 유럽,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지에서 차량 가격을 인하했다. 미국에서만 6차례 가격을 내렸다. 이에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순이익 감소를 예상하긴 했지만, 그 폭이 전망치(20% 감소)를 상회해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가장 관심을 끌었던 1분기 마진율은 19.3%로 전문가 예상치(22.4%)에 미치지 못했다. 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11.4%로 전분기(16.0%)보다 4.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9.2%)보다는 7.8%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가격인하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있다. 1분기 차량 인도량(전기트럭 제외)이 1년 전보다 36% 급증한 42만 2875대를 찍어 창사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올해 목표 인도량은 180만대로 분기당 평균 45만대를 기록해야 달성할 수 있다. 가격을 내린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목표치에 근접했다.

머스크의 자신감… “낮은 마진에 많이 파는게 나아”

CNN방송은 테슬라의 1분기 실적에 대해 “가격 경쟁의 희생자”라고 평가했지만, 테슬라는 오히려 추가 가격인하를 시사했다. 테슬라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성명에서 “가격인하에 따른 1분기 영업이익률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며 “여러 요인에 따라 (앞으로도) 차량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 또는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실적발표를 앞두고 모델Y와 모델3의 미국 내 판매 가격(최저가 기준)을 ‘깜짝’ 인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테슬라는 가격인하에 힘입어 연간 인도량 180만대 달성 목표도 재확인했다. 테슬라는 “신규 공장들의 생산 효율성 향상 및 물류비용 감소 등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며 “많은 업체들이 생산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 테슬라는 비용 우위를 앞세워 업계 1위 자리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재커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컨퍼런스콜에서 “마진 축소에도 테슬라 재무상황은 끄떡없다”고 강조했다.

테슬라의 선전포고로 전기차 가격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미 포드는 머스탱 마하-E 가격을 최대 8% 내렸고, 루시드·리비안 역시 가격인하 전쟁에 합류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등 일부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테슬라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모델을 앞세워 승부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ID.2올의 가격을 2만 5000유로(약 3495만원) 이하로 책정, 3000만원대 이하 전기차 경쟁에 신호탄을 쐈다.

中판매 위축 등 장기 수익성 악화 우려도…시간외거래서 6% 급락

한편 테슬라의 가격인하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자동차 가격비교 사이트 에드먼즈의 제시카 콜드웰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브랜드 명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판매량을 늘리려는 시도 사이에서 가격인하를 통해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테슬라의 전략이 장기 수익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테슬라가 BYD 등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중국 내 판매가 여전히 답보 상태라고 지적했다. 인베스팅닷컴의 제시 코헨 수석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중국 판매량은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며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주가에도 이러한 실망감이 묻어났다. 정규장에서 2.02% 하락 마감한 테슬라의 주가는 이날 실적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4%대 하락세를 보였다. 머스크의 발언 이후엔 6% 이상 급락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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