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폭스 가짜뉴스로 1조 배상, 우리와는 너무 다른 세상
미국 폭스뉴스가 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명예훼손 합의금을 물어주게 됐다. '2020년 미 대선 투개표가 조작됐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됐는데 자업자득이다. 단순 오보, 부실한 팩트체킹으로 이런 철퇴를 맞았다면 억울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수정헌법 1조를 절대가치로 삼는 미국 아니던가. 하지만 폭스뉴스는 '바이든을 당선시키려 표를 바꿔치기 했다'는 선동적인 음모론이 말이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반복 보도했다. 이처럼 의도를 갖고 허위 날조한 가짜뉴스까지 '표현의 자유' 범주에 넣어 보호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악의적 가짜뉴스가 사회에 미치는 엄청난 해악도 감안해야 한다. '대선을 도둑 맞았다'는 트럼프의 왜곡 선동에 폭스의 가짜뉴스가 기름을 부으면서 폭도들이 미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었다. 악의적인 가짜뉴스 하나가 미국 민주주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든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미국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 가짜뉴스 폐해를 우리도 매일 마주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은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이처럼 법적 단죄라도 하지만 우리는 솜방망이 처벌 탓에 가짜뉴스·괴담공화국이 될 판이다. 알 권리로 포장해 아니면 말고 식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세력들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거짓이 드러나도 결코 책임지고 사과하는 법이 없다.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유포자인 김의겸 의원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현 정권이 흑주술 배후인 것처럼 그 난리를 쳤던 사람들도 기막힌 반전이 일어난 뒤엔 그냥 입을 닫아버렸다. 청담동 술자리가 실재했다고 믿는 국민이 여전히 30%나 되는 건 다 이런 사회적 병폐 탓이다. 악의적인 날조뉴스를 방치하면 극단적이고 소모적인 갈등과 분열만 초래하고, 결국 민주주의를 질식시킬 것이다. 가짜뉴스와 괴담을 퍼트리는 열린사회의 적들에게 전쟁을 선포할 때다.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확 높여야 한다. 악의적인 거짓에는 반드시 가혹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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