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미래세대 위협하는 두 범죄
서로 다른 범죄지만 공통점
청년과 10대 무차별 겨냥
몸과 영혼 황폐화 악질 범죄
아직 시작단계…더 확산 염려
초기 통제에 모든 역량 쏟아야
전세사기와 마약. 널리고 널린 게 악질 범죄, 흉악범들이지만 최근 우리 사회를 가장 시끄럽게 만든 범죄는 이 두 가지다. 완전히 다른 영역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청년과 학생 등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미래세대들이 주된 피해자란 것. 피해자들의 몸과 영혼까지 황폐화시키는 악질 범죄라는 점.
인천 '건축왕'의 전세사기로 피해자들이 3명이나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경제력도 취약한 청년들이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한순간에 날린 그들의 절망과 충격은 말 몇 마디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마약은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등을 통해 젊은 층에게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20~30대는 물론이고 10대들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대검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마약사범은 481명으로 2017년 119명의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전체 마약사범 중 차지하는 비중 역시 0.8%에서 3%로 높아졌다.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고등학생들이 공부방으로 쓴다고 속여 오피스텔을 계약한 뒤 마약 유통 사무실로 사용하는가 하면, 여중생이 텔레그램에서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부모가 신고한 일도 있었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테러처럼 마약과 보이스피싱이 결합한 신종 범죄도 등장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 범죄가 본격화하는 것은 지금부터란 것이다.
인천 건축왕 외에도 유사 사례는 전국 여기저기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 발표를 전후해서도 서울, 경기 구리,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폭탄들이 터지고 있다. 구리에서 발생한 사건은 피해자가 500명을 넘어설 정도라 한다.
마약청정국 대한민국이 마약 무법천지로 추락하기 직전 단계가 지금이다. 텔레그램 등에선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 음식처럼 마약을 주문할 수 있고, 가격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두 범죄 모두 넋 놓고 있다 사태를 키웠단 공통점도 있다. 전세사기는 일찌감치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은 굼떴다. 마약은 더 심각하다. 홍역을 치르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 다크웹과 SNS, 가상화폐를 활용해 갈수록 진화하는 마약 거래·유통 수법, 국제화물을 통한 마약 밀반입 증가 등은 몇 해 전부터 계속돼오던 일이다. 검찰의 수사 기능은 축소됐고, 재활과 치료를 위한 인프라 구축엔 소홀했으며, 예방과 교육도 형식적이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시행하는 마약류 실태조사에선 10대 대상 조사가 여태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이른 시일 내 두 악질 범죄를 뿌리 뽑기는 정말 힘들다. 당정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에게 주택 경매 시 우선매수권을 인정해주고 저리 대출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당장 피해자들이 거리로 내앉는 일은 막을 수 있겠지만, 정밀한 재발방지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유사 사례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마약문제는 더 골치 아프다. 검경이 수사력을 총동원하고 유관기관들의 유기적 협업이 이뤄진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수사기관과 학계에서 대안으로 꼽는 마약청의 모델인 미국 마약단속국(DEA)조차도 약 1만명의 인력과 연간 30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다니,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암울한 일이다. 그래도 아직은 초기인 점이 그나마 희망적이다. 집중적인 수사와 종합적 대책 마련으로 초기 통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때다. 근절은 불가능해도 피해를 줄이거나 속도라도 늦출 수 있다.
[이호승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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