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전기·가스요금 문제 '골든타임' 놓쳐선 안돼

연합뉴스 2023. 4. 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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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계속 머뭇대고 있다.

정부가 물가상승과 민생 보호를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을 주저하는 사이 한전과 가스공사가 떠안은 적자와 미수금이 지난해 40조원을 넘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권이 요금 인상을 미루는 것은 표심 이반이란 정치 논리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에너지 절약 운동은 물론 소득별, 업종별 차등부과 등 요금인상시 서민과 중소기업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각종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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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박대출 정책위의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6 toad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여권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계속 머뭇대고 있다. 여권은 20일 요금 조정 문제와 관련해 4번째 당정협의를 가졌으나 또다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만 같이했을 뿐 가장 중요한 인상 시점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여당은 그러면서 한국전력공사·가스공사를 향해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요금 인상의 전제로 한전과 가스공사의 방만경영 해소를 요구한 것이지만, 두 공기업의 재정 부실이 선거를 노린 정치권의 포퓰리즘 탓임을 모르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더는 버틸 힘이 없는 기업에 뭐든 더 짜내라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이라면 인상이든 동결이든 경제 불확실성부터 없애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옳다.

정부가 물가상승과 민생 보호를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을 주저하는 사이 한전과 가스공사가 떠안은 적자와 미수금이 지난해 40조원을 넘었다. 두 기업이 하루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매일 50억원이라고 한다. 한전은 구멍 난 재정을 회사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으나 채권에 대한 원금과 이자가 동시에 불어나면서, 채권 발행마저도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사실상 정부와 신용등급이 같은 한전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할수록 그만큼 국민의 빚 부담이 늘고 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지난해 한전채 발행 규모는 32조원으로 전체 회사채 규모(47조원) 중 70% 가까이 차지했다. 올해 한전채가 4월 기준 9조3천억원가량이니,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전의 자본잠식과 채권시장 마비로 나라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에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상계관세를 물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기·가스료로 인해 나라 안팎으로 비상등이 켜진 형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권이 요금 인상을 미루는 것은 표심 이반이란 정치 논리 때문이다. 이번에 전기·가스료를 올리면 당장 올여름 냉방비가 올라가고 겨울철 난방비 급등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내년 4월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건 여권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당내에서 총선 전까지 전기·가스료를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인상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과연 총선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차라리 하루빨리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고 요금 정상화를 결단하는 것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2분기는 에너지 비수기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국민 모두가 더 큰 고통에 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에너지 절약 운동은 물론 소득별, 업종별 차등부과 등 요금인상시 서민과 중소기업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각종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구조조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여권은 정치 논리에 얽매여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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