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44% 올려라"… 조합 "계약해지"
성남산성 3487가구 재개발
건설업계 "자재·인건비 올라
수년전 책정 공사비론 적자"
부산 대연동, 서울 대치동선
공사비 인상에 극적 타결도
20일 매일경제가 취재한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1336 일원 '산성구역' 재개발 현장에는 강도 높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재개발조합 측이 '최악의 경우 시공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드 컨소시움)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기 때문이다.
시공단을 교체하면 1년 이상 착공이 늦어지지만, 이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조합의 태도는 강경해 보였다.
이곳은 축구장 22개 넓이 약 16만㎡ 용지에 아파트 3487가구를 짓는 초대형 개발사업이다. 지하철 8호선 산성역을 지척에 둔 초역세권으로 시장 주목도가 높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철거작업은 어느새 막바지에 들어섰다.
하지만 공사현장을 직격한 인플레이션이 순탄하게 흘러가던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건설원자재 가격이 2~3년간 40% 이상 급등하고 주 52시간 근무시간 적용 등으로 인건비가 올라 과거 기준 공사비로는 도저히 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건설사는 주장한다.
시공단 측이 '손해를 보고 집을 지을 수 없으니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요청하자 조합 측이 '멋대로 공사비를 올리면 계약 자체를 무르겠다'고 대응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정비사업장이 멈추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이날 정비업계에 따르면 산성구역 재개발조합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시공단 계약 해지 안건 등을 논의한다. 지난 2월 시공단이 계약서에 써 있는 3.3㎡당 공사비 445만원을 667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수차례 협상을 통해 시공단의 최종 요구는 3.3㎡당 642만원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이를 수용할 수 없어 '기존 계약을 무시할 땐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내용증명을 시공단에 보냈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단 얘기대로 공사비를 올리면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을 2억원 가까이 더 내야 한다"며 "물가 지수가 뛴 걸 감안해도 3.3㎡당 550만원 정도가 적정한데 시공단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공단은 조합 측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공단 관계자는 "조합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는 적자가 너무 심해 공사진행이 어렵다"며 "수익은 포기하고 적자만 보지 않는 수준에서 본공사에 들어갈수 있도록 조합이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이미 전국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신청을 한 건수는 벌써 9건에 달한다. 관련 건수는 2021년 24건, 2022년 34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원은 최근 3년간 검증한 사업장 67곳 가운데 62곳에 '공사비 감액'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개발 사업현장에서도 공사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존 공사비를 34.8%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조합 측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역시 조합과 시공사인 대우건설 간 공사비 협상이 진행 중이다. 2019년 계약한 3.3㎡당 공사비 426만6900원으로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고 시공사는 주장한다.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사업도 공사비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이견이 있어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받는 상황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더 늘어나면 향후 주택 공급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시공사 측에서 전문 지식이 없는 조합을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 자세한 데이터를 가져가야 일이 풀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사비 인상 여부를 놓고 다투던 조합과 시공사가 극적인 협상 타결을 이루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부산 남구 대연3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와 공사비를 3.3㎡당 638만5000원으로 올리는 것에 합의했다. 기존 공사비 대비 45% 오른 공사비로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홍장원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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