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암’ 대장암, 더 정밀해진 항암치료로 치료 효과 높인다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대장암 병기별 진단 분포는 1기(40%), 2기(14%), 3기(13%), 4기(8%)다. 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대장암 2기에서 고위험 재발 인자를 가진 경우와 대장암 3기, 그리고 대장암 4기이다. 대장암 환자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순천향대 부천병원 종양혈액내과 윤진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윤진아 교수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은 대장암의 2기 환자 완치율은 75~90%, 대장암 3기 환자 완치율은 50~75%다. 암 4기는 통상적으로 완치가 어렵지만, 다른 암과 달리 대장암은 치료 계획을 잘 세워 치료 효과를 높인다면 4기이더라도 완치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대장암 항암치료는 부작용이 심하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항암제 종류, 용량, 투여 속도 등에 따라 부작용 종류와 강도는 다르게 나타나며, 환자 기저질환이나 나이, 체질에 따라서도 다르다. 치료 전부터 두려움으로 항암치료에 거부감을 갖기 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개별화된 항암치료 옵션에 대해 종양혈액내과 전문의와 신중하게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장암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항암치료 중 영양 섭취와 건강한 식습관 유지가 중요하다. 항암치료 중에는 부작용으로 인해 당뇨와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항암치료 후 충분한 휴식과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을 유지해야 하며, 금연·금주는 강력한 항암 효과를 가지므로 필수적이다. 항암치료 중에는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하므로 적극적인 예방접종과 손 위생 등 감염 관리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지인의 심리적 지원이 환자 항암치료 효과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대장암 치료 효과를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CT와 내시경을 이용한 추적 관찰을 통해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여 대처하는 것이다. 수술 후 보조 항암치료를 받은 대장암 3기 환자의 경우 재발률이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 비해 20~30% 감소한다. 대장암 재발은 수술 후 18~24개월 사이에 발생하고 5년 동안 재발 소견이 없어야 완치로 판정되므로, 항암치료가 끝난 후에도 정기적 추적 관찰은 대장암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장암 4기 또는 재발돼 전이성 대장암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세포치료제, 표적치료제, 그리고 면역치료제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전이성 대장암 표적치료제로는 세툭시맙, 베바시주맙, 잘트렙, 레고라페닙, 론서프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먼저 차세대염기서열 분석 등을 통해 암세포의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표적치료제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다. 면역치료제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 중 현미부수체불안전성이 높거나(MSI-H), 유전자 불일치 복구 결함(dMMR)이 확인된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전체 전이성 대장암 환자 중 3.5~5%에 불과하지만, 면역치료제 중 하나인 펨프로리주맙을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무진행 생존 기간이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의 두 배 이상 증가하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검사는 조직 생검이나 수술 조직에서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암 재발 여부를 확인할 때마다 침습적 검사 시행에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혈액·체액을 통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암세포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는 액체 생검이 주목받고 있다. 액체 생검은 조직 생검 보다 재검사·반복 검사를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수술 후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선별, 항암치료 중 중단 가능 여부 확인, 재발 여부 조기 파악 등 향후 치료 방향을 정밀하게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향후 액체 생검은 암 환자의 개인별 치료 계획을 결정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진아 교수는 “대장암은 예방과 조기 발견이 핵심이다. 흡연·음주·고지방 식이·비만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일차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또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수년 이상 걸릴 수 있고 이미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는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으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을 통해 대장암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적 소인을 확인하고 유전 상담을 통해 일정한 주기로 대장암 검진을 받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상태에서 대장암을 진단받았을 경우, 개인별 맞춤이 가능한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으므로 대장암을 전문으로 하는 소화기내과·외과·종양혈액내과·방사선종양학과·병리과·영상의학과들의 다학제적 논의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장암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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