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적으로 독특한 韓 유통시장 최종 승자는
'월마트 797조vs아마존 316조'. 세계 1위 대형 할인점 월마트와 '파괴적 혁신의 아이콘' 아마존이 각각 지난해 유통 판매로 거둔 매출 성적표다. 1994년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해 세계 전역에 물류센터를 짓고 빠른 배송과 비디오 유료 콘텐츠(아마존 프라임)를 무기 삼아 월마트의 아성에 도전한 아마존은 창립 3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그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애플을 제치고 올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높은 브랜드(브랜드 파이낸스)에 오를 정도로 각광받았지만 '글로벌 유통 최강자'는 여전히 월마트다. 지난해 아마존의 유통 매출(2429억달러)은 월마트(6112억달러)의 40%에 불과하다.
20~30년간 인터넷과 커머스를 결합한 신(新)유통 바람이 전 세계를 뒤집어 삼킬 기세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은 유통 시장의 '맏형'이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뒤집어 삼킨다"는 오랜 예측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집 근처 마트로 향한다는 뜻이다. 최근 딜로이트그룹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유통 매출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코스트코, 슈바르츠, 홈디포, 타깃 등 8곳이 오프라인 중심 유통 회사이고 8개 기업 합산 매출만 1조5581억달러(약 2038조원)다.
전 세계 유통업계의 '메이저리그'인 미국 시장과 최근 정반대 흐름을 보이는 것이 한국 시장이다. 불문율을 깬 대표주자가 바로 한국 쿠팡이다. 지난해 신세계·이마트의 백화점·마트·편의점 등 유통 채널 매출은 약 30조원. 그런데 최근 실적 발표를 한 쿠팡이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한 26조원대 매출을 내면서 유통 3사 경쟁을 일컫는 '이마롯쿠(이마트·롯데마트·쿠팡)'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쿠팡 매출은 유통 1위 신세계그룹과 비교해 90%에 육박하며 턱밑까지 쫓고 있다. 쿠팡이 미래에 신세계그룹의 유통 채널 매출을 앞지르면 전 세계 유통업계에서 온라인 유통 기업이 오프라인을 넘어선 진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것도 창립 13주년을 맞은 쿠팡이 오프라인 1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아마존보다도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과연 쿠팡이 유통 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인구의 70%가 쿠세권(쿠팡 물류센터 반경 15분 거리 지역)에 거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쿠팡의 물류망 확장은 독보적이다. 인구 밀집도가 높고, 지역 간 거리가 가까운 이점을 활용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켓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반적인 대형마트엔 제품 종류 5만~10만개를 진열할 수 있지만 쿠팡은 수백만 개 제품을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인기 비디오 콘텐츠(쿠팡플레이)를 무제한 사용하는 와우 유료 멤버십 회원 수는 지난해 말 1000만명을 돌파했다. 글로벌 1위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회원 500만명) 등 쟁쟁한 구독경제 비즈니스 플레이어들도 한국 시장에서 달성하지 못한 숫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유통 시장(외식, 여행 포함)은 2026년 700조원대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롯쿠' 3사의 유통 시장점유율은 아직 12% 수준이다. 핵심은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진 유통 시장에서 누가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느냐'일 것이다. 유통 3사 가운데 누가 위너가 될까. 정답은 소비자만 알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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