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비대면진료 위험? 환자는 바보 아냐
"오늘도 최전방 갑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 A는 월평균 150여 개의 처방약 봉투를 우체국 택배로 운반한다. 기존에 계약한 택배사가 아닌 우체국을 굳이 찾는 이유는 목적지가 군부대라서다. 운신 폭이 제한적인 군인도 아플 때 언제 어디서든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게 되면서 오지로 향하는 물량이 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병원 갈 시간을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때 환자가 의료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나의 대안이 돼주고 있는 것이다. 자정쯤 아이가 열이 나거나 급체한 상황에서 플랫폼의 도움을 받았다는 부모들의 후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착륙에 성공한 비대면진료가 다음달부터는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정부가 재진에만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대면진료를 받을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플랫폼에 접속하는 사례가 대부분인데 이들에게 '병원 먼저 다녀오라'고 밀어붙이는 건 성립하기 어려운 선결조건이다. 현재 비대면진료 환자 중 초진 비율은 100%에 가깝다.
일각에선 초진부터 허용하면 의료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그런 우려는 현실화된 적이 없다. 환자와 의료진이 비대면의 한계를 분간하지 못할 만큼 바보가 아니라서다. 팔이 부러진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택하겠는가. 극심한 치통에 시달리는 환자가 비대면진료에만 의존할 리도 없다. 설령 그런 상황이 벌어져도 의사가 해당 환자를 비대면 영역에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실제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의사들은 진단이 어려울 때 응급실이나 인근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한다.
비대면진료는 환자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로 그 효용가치를 이미 증명했다. 이용자가 14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초진과 재진을 기계적으로 가르면 비대면진료는 사라지고 새로운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의 핵심은 어딘가 불편한데 병원에 갈 수 없을 때 환자가 이를 방치하지 않고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자는 데 있다. 환자에게 맡기자. 환자는 똑똑하고 의료진은 더 똑똑하다.
[심희진 벤처과학부 sim.heej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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