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성에 화력, 방어력까지 ‘무한변신 장갑차’…수출 전선 ‘이상무 ’[100조 시대 다가온 K방산 현장을 가다 - ①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3. 4. 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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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르포
수출물량 확대 등 대비해 시설 확충 중
보병전투장갑차, 천무 등 20여종 생산
호주 수출 기대되는 레드백 등 정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이 K200 계열 장갑차 하부를 용접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헤럴드경제(창원)=김은희 기자] “증가하는 수출 물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적기에 납품하기 위해 통합물류센터를 새로 짓고 있습니다. 원활한 흐름 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라인도 재정비할 예정이에요.”

지난 11일 찾은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한쪽에선 오는 5월 완공을 목표로 통합물류센터와 통합분해장 건설이 한창이었다. 수출 물량 확대를 대비하고 창정비(overhaul)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시설 확충이라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해에만 공시 기준 10조6000억원 규모의 해외 수주로 우리나라 전체 방산 수출액의 절반 가까이 책임지며 ‘K-방산 대표주자’로 역할을 한 데 이어 앞으로도 견고한 수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축구장 25개 크기인 6만2000평 부지에 생산동만 1만9000평, 축구장 9개 크기에 달하는 창원2사업장에선 작업자 250여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곳에선 육군의 주력 장갑차인 K21 보병전투장갑차와 국내 최초 개발 장갑차인 K200계열 기동체계, 주력 수출 상품인 천무발사대를 포함한 화력체계, 천마 등 대공체계까지 총 20여종의 무기가 생산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에서 로봇을 이용해 K200 계열 장갑차를 용접하고 있는 모습. 김은희 기자

이날 생산 라인을 따라서는 K200계열 장갑차인 120㎜ 자주박격포 7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중간중간엔 창정비를 위해 들어온 K200이나 K21 계열의 장갑차도 눈에 띄었다.

K200은 ‘결함 200개를 찾아내 완벽한 무기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장갑차다. 지금은 성능개량형인 K200A1 보병수송장갑차를 중심으로 지휘용, 구난용, 각종 포를 탑재한 공격용 등으로 세부 제작되고 있다.

장갑차 제작 공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알루미늄 합금 판재를 전처리한 뒤 상부와 하부 본체를 각각 용접하고 상하부를 용접하면 차체가 완성된다. 두꺼운 합금을 용접하다 보니 큰 쇳소리가 넓은 공장을 가득 채웠다. 차체 용접의 상당 부분은 로봇이 하고 있었다. 현재 자동용접 비율이 70% 수준으로 로봇이 접근하기 어려운 브라켓(받침대) 등 일부만 작업자가 손으로 한다.

차체를 세우면 가공, 조립 순으로 이어진다. 먼저 차체 형상을 정밀하게 만들고 도장을 하고 돌아오면 본격적인 조립이 시작된다. 빈 장갑차의 속을 채워 넣는 것이다. 차체가 완성되면 방사선 장비로 크랙(틈새)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지금껏 문제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현장 관계자는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이 K200 계열 장갑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은희 기자

창원2사업장에선 차체와 포탑을 동시에 조립해 생산시간을 단축하고 있었다. 장갑차의 심장인 파워팩(변속기와 엔진의 결합체)을 포함한 핵심 부품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갔다.

네모난 판재가 늠름한 무기로 거듭날 때까지는 보통 3~6개월 소요된다. 물론 동시다발적으로 생산 공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택트타임(각 작업 공정에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3일 정도다. 조립만큼이나 긴 시간이 걸리는 게 성능 테스트인데 체계 전체는 물론 장비별로도 실내외 시험을 반복 시행하며 정밀한 생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는 입을 모았다.

건너편 시작실에선 수출형 장갑차인 타이곤과 레드백을 정비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유럽 방산전시회에 다녀왔다는 레드백은 내부 점검을 위해 일부가 해체돼 있었음에도 위용이 넘쳤다. K200보다 중량 기준 약 세 배 큰 레드백은 전투임무 수행에 특화돼 있다.

호주에서 서식하는 붉은등 독거미 이름을 딴 레드백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스라엘과 호주, 캐나다 등 글로벌 방산기업과 협력해 개발한 5세대 보병전투장갑차다. 현재 호주군의 차세대 장갑차 사업을 두고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와 경쟁 중이다. 상반기 최종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의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주행시험장에선 천무 발사대와 탄약운반차, 구난장갑차인 K288A1을 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륙양용인 K288A1의 경우 트랙은 물론 물 위에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하늘이 안개로 뒤덮인다는 뜻을 담은 천무는 다연장로켓으로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해 1314억원을 투입해 독자 개발했다. 지난해 폴란드와 1차 수출 이행 계약을 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돼 실전 배치된 사실이 최근 확인되기도 했다.

언뜻 대형 트럭 같아 보이지만 뒤편에는 로켓 모듈 2기가 실려 있어 유도탄 12발을 발사할 수 있다. 시속 80㎞로 빠르게 작전지에 투입돼 도착 7분 만에 첫 탄을 쏠 수 있는데 사거리 80㎞ 이내면 360도 범위 어디든 대량 타격이 가능하다.

천무는 60% 경사도의 오르막을 전진으로도 후진으로도 거뜬히 올랐고 탄을 재장전하는 과정도 순조로웠다. 2층 높이쯤 돼 보이는 천무에 올라타니 운전석 옆으로 디지털 사격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 지휘관이 이곳에 앉아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탄을 쏜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에서 다연장로켓 천무 발사대를 시연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한화방산 합병을 마무리 짓고 이달 초 새 출발을 선언했다. 2030년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방산 역량이 한데 모인 만큼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안보 불안 속에서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수출을 확대해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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