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확인"...여폭 가해자 심리 상담, 법제화 탄력 받을까?[이슈 산책]
여폭 가해자 25명 대상 상담 전후 설문 결과, 부정적 지표 모두 감소·개선
'가해자 상담 위탁' 법제화 추진...경찰청 "법무부와 협의 진행할 것"
"처벌 아닌 포용적 접근 필요...음악·미술 등 다양한 치유 플랫폼 마련해야"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경찰이 여성 폭력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경찰 단계에서 전문 심리 상담 제공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효과 극대화를 위한 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범율을 낮추기 위한 수단인데,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이 이를 또 다른 처벌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지난 19일,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간 보복 및 재발 우려가 있는 여성 폭력 가해자 25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찾아가는 가해자 교화 프로그램’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치장 유치 대상자뿐만 아니라 구속영장 기각 및 현행범 체포 후 석방되는 스토킹,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등 여성 폭력 고위험 가해자 중 상담에 동의한 대상자에 대해 전문 상담사가 직접 경찰관서로 찾아가는 심리 상담 치료 프로그램이다. 석방 전 교화를 통해 재범율을 낮춤으로써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제주경찰청은 여성 폭력 가해자 전반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최초의 시도인 이 프로그램의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보고 이의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프로그램에 참여한 25명에 대한 상담 전후 설문 조사 실시 결과, 참여자의 분노·폭력에 대한 인식 등 부정적 지표가 모두 감소 또는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해자 분노 성향’은 ‘울화가 터진다’, ‘부수고 싶다’ 순으로 높았는데 상담 후에는 ‘부수고 싶다’는 충동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부정적 심리 상태는 ‘희망 없다’, ‘자살 충동’, ‘매사 과민 상태’ 순으로 호전됐다. ‘가부장적 사고’는 대체로 높지 않았으나 ‘지도자 역할은 남자가 해야 한다’가 가장 높았고 상담 후 가장 많이 개선됐다.
‘배우자에 대한 폭력 인식’도 개선됐으나, ‘부부싸움은 집안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인식은 상담 후에도 여전히 높은 편이었다. 배우자와 의사소통 항목은 대부분 많이 개선됐다.
이에 제주경찰청은 가정 폭력, 스토킹 등 고위험 관계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경찰 단계에서 상담·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가해자 상담 위탁’ 항목을 법제화하도록 국회 등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번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 제주가족사랑상담소의 김미혜 사무국장은 “아동학대의 경우엔 심리 상담에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는데 가정 폭력이나 스토킹은 아직 그렇게 안 돼 있다”며 “대상자들이 상담을 받다가도 중도에 안 받겠다고 하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만 아동 학대 행위자에 대한 임시 조치 중 하나로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의 상담 및 교육 위탁’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제주경찰청에서 아직 정식 건의를 접수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설문 결과는 공유했다”며 “제주경찰청에서 공식 보고가 올라오면 법제화를 위해 우선 법무부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가정 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심리 치료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내실 있는 치료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프로그램이 가해자 교화 목적의 형식적인 툴이 돼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소년원 수감자 대상 심리 치료에 참여한 적이 있는 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 대표 원장인 나해란 원장은 “가정 폭력 가해자들은 단순히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과 달리, 성장 단계에서 여성이나 부모 등에 대해 피해 의식이나 내적 취약성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오히려 심리 치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며 “형식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심리적으로 이들을 잘 포용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처벌적 의미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느껴진다면 효과도 없고 내담자들의 반발만 불러올 수 있다”며 “음악 치료나 미술 치료 등 다양한 플랫폼의 치유 프로그램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롯데리아 콜라서 살아있는 바퀴벌레 나와...28일까지 영업정지
- 방시혁, LA 부촌에 350억 대저택 매입했다…욕실만 9개
- '마약 투약' 전두환 손자 전우원, 이르면 다음주 불구속 송치
- "청혼 받아주면 빚 갚아줄게"…파혼 후에도 지켜야할까[사랑과전쟁]
- “잃을 것 없다” 웃으며 커플에 흉기 들이댔다 …1명 숨져
- 故 문빈, 사망 10여일 전 "팬들 행복하게 해주고파"
- 사라진 ‘7분’의 기억…그날 바지는 골반까지 내려가 있었다
- 빨간불 우회전하면 범칙금 6만원…22일부터 경찰 단속
- 故박원순 부인 "내 남편은 억울한 피해자"
- 'JMS 논란' DKZ 경윤, 사회공포증 진단→ 결국 활동 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