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억 중 87억 인정' 고성산불 첫 배상 판결, 강릉산불에도 영향?

윤왕근 기자 2023. 4. 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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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액의 60%…'전선 단선' 강릉 산불 공방에 영향 미칠 듯
고성산불 이재민 '강릉 산불' 이재민과 연대 의사…귀추 주목
20일 고성산불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 재판이 열린 춘천지법 속초지원 앞에서 4·4 산불비상대책위원회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4.20/뉴스1 윤왕근기자

(속초·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2019년 4월 강원 고성‧속초 일대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로 인한 첫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첫 배상 판결이 나오는데 4년하고도 16일이라는 시간이 걸린 가운데, 이재민들이 산불원인자인 한국전력공사에 청구한 265억원 중 법원이 인정한 액수는 87억원.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고성산불 이재민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의한 전선 단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강릉 산불'의 추후 법정 공방과 보상 부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민사부는 20일 고성산불 이재민 등 산불피해 주민 64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26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민 64명에게 총 87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고성산불 법정 감정평가액의 60% 수준이자, 산불 피해보상과 관련해 설치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가 산불 발생의 원인자인 한국전력공사 측의 최종 보상 지급금을 손해사정 금액의 60%로 결정한 것과 같은 요율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고의 중과실로 화재를 발생시킨게 아니고, 당시 강풍 등 자연력 때문에 피해가 확산된 점도 있었다"며 "인정된 손해액에서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산불 사건과 관련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드리지 못해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2019년 고성속초 산불당시 자료사진.(뉴스1 DB)

고성산불은 2019년 4월 4일 발생, 축구장 면적 1700배가 넘는 산림 1260.21㏊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또 899억원 상당의 건물과 자동차, 불에 타면서 899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조사 결과 고성 산불의 원인은 '강풍에 의한 전선 단선'.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의한 전선 단선'이라는 강릉 산불의 발화원인과 비슷하다.

당시 고성산불 수사기관은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실화) 등을 적용해 한전 직원 2명을 재판정에 세웠으나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민들은 형사재판과 별도로, 한전에 265억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2월31일 산불 피해 보상과 관련해 설치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가 산불 발생의 원인자인 한국전력공사 측의 최종 보상 지급금을 손해사정 금액의 60%로 결정하자 이에 반발, 소송을 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화해권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지만 양측이 모두 이의를 제기, 결국 판결까지 왔지만 이날 1심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받아들지 못했다.

고성산불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산불 직후 지난 4년 간 피해보상 문제가 답보에 빠지면서 이재민들은 경제는 물론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려 왔다. 이 과정에서 파산 상태에 빠진 이재민 2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 4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민·형사재판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

지난 2019년 강원 고성·속초 일대 산불로 피해입은 폐차장 자료사진 (뉴스1 DB)

이날 선고 직후 김경혁 4·4산불 비상대책위원장은 '강릉 산불'을 언급했다.

김경혁 위원장은 "최근 강릉 산불의 발화원인도 '전깃줄 화재'로 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오늘 1심 결과로 우리 역시 장기전이 확정된 가운데, 강릉 산불 수사 결과가 발표나면 연대해 대응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릉 산불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인 책임 추궁이나 보상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비대위 격의 주민협의체조차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강릉 산불 임시 대책위'에 속해 있는 한 이재민은 "고성산불 손해배상 판결 보도를 접했다"며 "강릉 산불 이재민들 사이에서도 본격적인 책임 추궁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 이재민은 "가까운 시일 내 강릉산불 관련 공식적인 이재민 협의체가 꾸려질 것"이라며 "고성산불 이재민과의 연대는 공식 협의체가 꾸려진 다음에나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저동골길 펜션단지가 전날 발생한 강릉 산불 화재로 전소돼 있다. 지난 11일 오전 8시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강풍에 산불이 번지자 소방당국은 소방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최고 수위 대응에 나서 8시간만에 진화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530개 면적' 산림을 태우고 주택, 펜션 등 총 100곳이 넘는 시설물이 소실되거나 부분 소실됐으며 1명이 사망했다. 2023.4.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한편 강릉 산불은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발생했다. 불은 8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4시30분쯤 진압됐다.

이번 불로 사망 1명을 포함해 총 2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불은 산림 179㏊를 비롯, 축구장 530개 규모인 379㏊가 잿더미로 만들었다.

산림과 관광시설, 상·하수도 등을 태우거나 망가뜨려 58억500만원의 공공시설 피해액이 발생했다.

일대 주택과 펜션 등 건축물 266동(전파 201동·반파 41동·부분소 24동)이 전소되거나 반소되는 피해를 입었고,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0호 방해정(放海亭) 일부가 불타고 비지정문화재 상영정(觴詠亭)이 전소됐다.

이에 따른 사유시설 피해액은 333억500만원으로 집계됐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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