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마련" 여야 한목소리…공공매입 두고는 이견

오문영 기자 2023. 4. 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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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여야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야당은 공공이 피해 주택 혹은 채권을 매입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여당 측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매입 가격을 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공공매입' 특별법 상정 나중에…국토위원장, 여야 협의 주문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는 공공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나 채권을 매입토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안 2건이 상정되지 못했다. 야권에서 상정을 요구했으나 국민의힘이 정부 대책이 마련된 이후 협의를 시작하자며 상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서둘러줄 것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전체회의에 앞서 "초대한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여야 간사 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특별법 2건은 조오섭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임대보증금 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안'이다.

조 의원은 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특별법에 담았고, 심상정 의원 안은 보증금 반환 채권 가격을 최소한 임대 보증금의 절반 이상으로 산정해 피해자들이 보증금 절반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공공매입 두고 여야 '견해차'…원희룡 "무슨 돈으로 매입하나"
'공공매입'은 이어진 현안 질의에서도 화두에 올랐다. 야당에서는 피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는 등의 특단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한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이 채권을 매입하면 피해 임차인이 경매에 들어갈 때까지 그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다"며 "제가 발의한 특별법에 우선매수권도 들어가 있는데, 이를 기관에서 행사해서 집을 사면 공공임대로 전환하든하면 투입된 비용에 대해 회수도 가능하다"고 했다.

같은당 허종식 의원도 "정말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이 희망을 가지려면 기금이든 정부의 공적자금이든 투입해서 피해를 선제적으로 구제한 뒤에 '건축왕'이든 '빌라왕'이든 구상권을 청구해서 받아내고, 주택을 매입하거나 팔면 그렇게 (정부가) 많은 손해를 보지 않고도 충분하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그간 네 차례 전세사기 관련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며 "우선매수권으로 저리 대출받아서 (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보장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 정부가 직접 매입하는 경우에 선순위 채권액보다 가격이 싼 경우만 선별해서 매입하면 된다"고 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제공=조오섭 의원실


이에 대해 원희룡 장관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공공의 주택·채권 매입 모두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공공의) 주택 매입은 피해 주택에 선순위 근저당이 최대한을 잡혀있어 근저당권자에게만 좋은 일이고, 피해자에게 갈 수 있는 돈이 없다"며 "피해자 지원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했다.

채권 매입에 대해서는 "캠코가 현재 파산난 개인들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데 문제는 할인율"이라며 "또 할인하면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고, 비싸게 사면 납세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손실을 확정 짓는 것을 피해자들이 용인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 매입은) 간단명료해 보이지만 실제로 집행하면 굉장한 후유증이 남는다"며 "행정부에 윽박지른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양당이 논의해보고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 정부 탓 무책임" vs "원인 제공자가 해결사 자처"…원인 두고 책임 공방도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전세사기 피해 사건의 원인을 두고 야당과 원 장관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오늘 아침 당정협의회를 보니 여러 가지 대안을 이야기하면서 전 정부 탓을 한 것을 봤는데, 이전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하지는 않겠다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는데 전 정부 탓한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허종식 민주당 의원이 재차 당정협의회를 언급하며 "전 정부 탓만 하더라"고 말하자, 원 장관이 "전세사기 원인 제공이 언제 이뤄졌는지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김민철 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가 신속하게 대처했다면 피해가 이만큼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처벌과 단속을 법무부 등에 맡기고 국토부가 피해지원 대책에만 집중했다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느냐"고 했다.

이에 원 장관은 '민주당이 정부의 엉성한 대처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무한 책임을 지적하시는 부분은 달게 받겠습니다만, 원인 제공자가 갑자기 해결사 자처하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곤란하지 않을까.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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