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드리운 그림자까지 작품이 되다…'벽돌 작가' 서혜영 개인전

김일창 기자 2023. 4. 20. 16: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단순한 형태가 우주를 만든다."

회화를 배우지 않은 작가가 회화 작품을 걸었다.

작가는 "설치는 이번 전시에 한해서만 고안됐다"며 "전시장 내에 두 개의 기둥을 인위적으로 세운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설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은 작품을 다른 곳에 건다고 하더라도 아마 다른 위치나 모습으로 거는 것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대중친화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드: 하나의 전체'展 성곡미술관에서 6월18일까지…20년간 작업 돌아봐
작가 서혜영. 2023.4.20/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단순한 형태가 우주를 만든다."

서혜영 작가가 지난 20년의 작업을 돌아본다. 인문계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조소과에서 수학한 그는 어느덧 중견작가 반열에 올랐다. 성곡미술관이 오는 6월18일까지 그의 개인전 '노드: 하나의 전체'(Node: One and its entirety)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성곡미술관이 주기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한국 중견작가 초대전'의 일환이다. 20일 성곡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이어진 자신의 작업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전시를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드'는 식물학에서 식물의 마디를 뜻하며, 컴퓨터에서는 개별 데이터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의 뜻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분화하는 사건의 지점"이라고 '노드'를 해석하며, 이번 전시를 아울러 향후 뻗어나갈 가지의 방향을 모색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미술관 1층에는 황동으로 만든 '남겨둔 가지'(Prolongement)가 있다. 하얀 벽을 뚫고 나와 허공을 자유롭게 헤엄쳐 아래로 뻗어나가는지, 반대로 하얀 벽으로 들어가는 것인지는 보는 이의 해석의 영역이다. 다만 황동의 구부러짐과 접합 등 작업에 대한 작가의 헌신은 고스란히 전달된다.

회화를 배우지 않은 작가가 회화 작품을 걸었다. 1층 전면에 보이는 네 점의 회화는 2003년 그린 '유비쿼터스'(Ubiquitous) 연작이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예수를 잉태한다고 알리는 '수태고지'가 모티프이다. 대형 캔버스에 연필로 세심하게 쌓은 작은 벽돌의 층과 공간감적 분할이 눈에 들어온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실물 크기의 인물들은 '수태고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마리아와 예수로 힘 있게 다가온다.

2층에서 펼쳐지는 '긴밀한 경계'(Tight Perimeters)는 철제 조형물과 빛을 받아 하얀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향연이다. 안과 밖, 분리와 결합처럼 서로 대립되는 두 항을 구분하는 경계가 사실 얇은 막에 불과하다는, 관계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반영한다.

서혜영 作. 2023.4.20/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작가는 "설치는 이번 전시에 한해서만 고안됐다"며 "전시장 내에 두 개의 기둥을 인위적으로 세운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설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은 작품을 다른 곳에 건다고 하더라도 아마 다른 위치나 모습으로 거는 것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3층은 '가능성 있는 모든 결합'(Prospective Compositions)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닛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이용한 작품이 선보인다. 작가는 "대중친화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작가는 '섬'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Isola'에서 이름을 따 예술작품을 학교와 주택 등 일상적인 맥락에 놓아보며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다각화되는 실험을 했다.

삼각형 유닛은 여러 모양으로 변주되며, 전등이 되기도, 뻗어 올라가는 나무가 되기도 한다. 자성을 띤 박스 유닛은 결합되어 앉아 쉴 수 있는 편안한 의자가, 벤치가, 경우에 따라서는 책상이 되기도 한다.

3층에 유일하게 걸린 대형 회화 작품은 남산의 계단을 그린 '계단'이란 작품이다. 유비쿼터스보다 더 모호한 형상이지만 '계단'이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마리아와 예수보다 더 임팩트있게 '계단'이 펼쳐진다.

남산 아래 작업실을 둔 작가는 종종 남산 둘레를 산책한다. 그는 "산책하다 만나는 계단에서 어떤 이들은 가위바위보를 하며 올라가기도 하고,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각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계단이지만 그곳에서 우리가 오르고 내리며 살아간다. 그림 속 계단은 텅 비어 있지만 그런 모습을 투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혜영 作 '계단'. 2023.4.20/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ic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