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논란에 “러시아 행동에 달렸다”는 정부
정부가 20일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등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놓고 러시아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우크라이나 지원 내용에 변화는 없다”며 상황 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국내법에 교전국 무기 지원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러시아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달려있다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은 열어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시사한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현재 한국이 해오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내용에 변화가 없다”며 “인도적, 재정적인 지원을 작년보다 올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앞으로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재건을 위해서도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관련 검토 지시가 내려왔나라는 질문에 “그런 건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기존 정부 입장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열어둔 데 따른 논란을 정부가 경계하며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 발언에 “전쟁 개입”(전날 크렘린궁 대변인), “적대 행위”(이날 외무부 대변인)라는 러시아 당국의 잇따른 반발에 “가정적 상황”이라며 거리를 뒀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국가의 언급은 가정적인 상황에 대해 말한 것이어서 굳이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발언으로 야기된 국내외적 파장을 당장 축소하는 것과 별개로 향후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여지는 분명히 남겨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지금 국내법에 바깥의 교전국에 대해서 무기 지원을 금지한다라는 법률 조항은 없다”며 “외교부 내부 훈령이나 어디를 봐도 어려움에 빠진 제3국에게 우리가 군사 지원을 하지 못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자율적으로 그런(무기 지원) 행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 수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도 한·러관계를 안정적으로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숙제를 균형을 맞춰서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한국전쟁 당시 국제사회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회생한 상황도 강조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950년 6.25 전쟁을 맞아 대한민국이 거의 없어질 뻔했을 때 자유 세계가 달려와 한국의 자유를 지켜줬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중심에 서게 된 그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면서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서방세계의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의 생존을 담보할 만한 군사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수위는 러시아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당국의 반발을 놓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코멘트한 격”이라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는 향후 러시아의 행동에 달려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향후 군사적 지원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질문에 “지금 우리 입장은 계속 유지된다”며 “국제사회가 공분할 만한 대량 민간인 희생이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고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 때 우크라이나 관련된 것은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 건가’라는 질문에 “한국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어떤 추가 지원을 할 것이냐라는 논의는 현재 준비되고 있지 않다”며 “왜냐하면 이미 우리가 자체적으로 지난 1년 동안 계획된 플랜에 따라 진행하고 있고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은 미국과 협의해 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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