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대담] “패권 다툼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대체 불가능한 우리만의 것 필요”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3. 4. 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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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AI·수명연장기술·유전병 교정 기술 등
미래 기술로 인류 문제 해결할 것으로 기대
기술 경쟁에서 독창적인 ‘무엇’ 육성 필요
약식동원(藥食同源) 원리 K푸드 특별한 무기

과학의날을 맞아 진행된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와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와의 대담은 과학기술인으로서의 꿈은 물론 미래의 과학기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 등에 대해 폭넓게 이뤄졌다. 실제 대화를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 이어서 이상엽-현택환 대담 (1)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왼쪽)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이충우 기자>
이상엽-현택환 대담 (2)-미래기술에 대하여
△사회(손현덕 주필)= 아직 나오지 않은 기술들이 분명 인류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걸로 믿습니다. 두 교수님들이 예상하시기에 향후 10년 내에 등장할 만한 눈길을 끌 만한 기술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이상엽 교수(이하 이)=몇 가지만 꼽자면 인간의 뇌와 같이 작동하는 브레인AI,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저장용량을 갖는 배터리 또는 배터리를 대체하는 에너지저장장치, 유전병 교정 기술, 수명연장기술 또는 노화 저감기술, 인체-로봇 보조 시스템의 보편화 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택환 교수(이하 현) = 현재 제가 집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말하겠습니다. 의료분야에서 다양한 암 치료 기술이 나올 듯합니다. 암 세포를 아주 초기에 발견해 그 자리에서 바로 제거하는 테라그노시스(테라피와 다이그노시스의 합성어) 기술이 환자에게 적용될 것으로 봅니다. 또한 코로나19 백신으로 활용됐던 mRNA백신이 암백신으로 발전해서 다양한 암치료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심장 질환 치료에도 혁신적인 방법들이 도입될 듯합니다. 사람 심장과 가장 유사한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방법이 확실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궁극적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인공심장이 개발되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 IBS연구단에서 지난 10여년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지난 3월말에도 서울대병원 심장내과 이승표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하여 새로운 전도성 고무를 이용한 인공심장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어드벤스에 발표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원이 인류가 당면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연구된 무궁무진한 태양광을 이용하는 겁니다. 특히 햇빛을 이용한 광촉매 반응으로 물을 분해하여 가장 청정한 에너지인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해 에너지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회= 그럼 어떤 기술이 우리 삶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까요?

△현=의료 및 헬스케어 관련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수명이 단순히 늘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건강을 오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입니다.

△이= ‘딱 이거’라고 하기는 쉽지 않고 제가 언급한 기술들이 거의 유사하게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브레인AI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학습, 지식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꿀 겁니다. 이렇게 되면 교육, 직업 등 모든 것이 다 변하겠죠. 에너지 저장 장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로봇이나 전기차나 에너지 문제로 한계가 있습니다.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거나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 수많은 제한들이 극복되면서 새로운 단계에 돌입하겠죠. 유전병 교정 기술 등은 수많은 장애와 선천적 질환의 극복을 가져올 것이고, 노화를 극복할 수 있다면 인간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이승환기자>
△사회= 기술은 우리의 삶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영향을 끼치죠. 우리 경제나 산업계를 생각한다면 가장 돈이 되는 기술은 뭘까요?

△이= 브레인AI,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 노화 저감 기술 정도.

△현= 역시 의료나 헬스케어 분야의 파급력이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그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수명은 늘어나는데 아픈 상태로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들 건강하게 수명이 늘어나길 원하죠.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의료나 헬스케어 분야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회= 어쨌든 두 분 다 의료나 헬스케어나 분야엔 예외가 없네요. 화제를 돌려 기술과 국가안보에 대해 묻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 큰 틀에서 패권경쟁에 놓여있는 핵심 분야라고 하면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인 것 같습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선도하는 입장에서 경쟁하는 분야이고, 나머지 두 분야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위에 말한 핵심품목들을 자국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추구하면서, 최근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영업 비밀 공개, 중국 투자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핵심 원자재를 중국에 많이 의존하는데 그런 점에서 미국 중국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전략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핵심 분야의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의 높은 가치를 전세계에서 인정받는다면 강대국의 기술 패권경쟁 속에서 협상의 입지가 강화될 것입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자체적 연구개발 및 산학협력 투자를 늘리고 인재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보조금이나 기타 수단에 쉽게 유혹되거나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이= 우리만의 ‘무엇’이 중요합니다. 전 이걸 영어로 NFTIPS(Non-Fungible Technology, Industry, Products, Service)라고 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기술, 산업, 제품, 서비스를 확보하는 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발상의 전환을 하자면 K푸드도 좋은 NFTIPS가 될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푸드가 아니라 몸에도 좋은 음식을 말하는 겁니다. 서양의학은 우리가 쫓아가기가 힘들어요. 미국 FDA가 세계 표준을 정하고 있어서 주도권을 뺏기가 쉽지 않죠. 2~3조원씩 투자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이번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미국이 무려 22조원을 투자했어요. 우리는 2800억원인데 신약 개발 경쟁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하면 이른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개념으로 볼 수 있는 예방의학, 생활의학입니다.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말이죠. 전세계적으로 음식 간의 상호 작용, 음식과 약품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번에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만 해도 복약 중에 먹지 말라는 음식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연구하는 거죠. 이 분야는 우리가 경쟁력이 있습니다. 우리만의 NFTIPS를 갖출 수 있다는 겁니다.

이상엽 교수(왼쪽)와 현택환 교수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관에 위치한 IR52 장영실상 명예의 전당을 둘러보고 있다.<이승환기자>
△사회 =우리만의 것 하면 일반적으로 머리 속에는 반도체, 그 중에도 D램인데

△이= 반도체를 하더라도 한 단계 더 나아가서 AI전용으로 할 수 있는 반도체 같은 걸 해야 하죠.

△현= 반도체는 모든 기술의 집약체라 불리는 만큼 소재, 공정, 설비 등 선폭과 각 레이어에 적용되는 모든 기술에 대한 총체적인 발전이 필요합니다. 전략적 육성이 필요합니다. 기업 간의 약간의 기술 격차라도 성능과 효율성은 천차만별입니다. 이는 바로 시장에서 소비자 반응으로 나타나고 기업 매출에 굉장한 타격을 줍니다. 그래서 좋은 인재를 계속 확보해야 합니다.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 (NCM)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한국에는 이와 관련한 양극재 핵심 원천 기술을 보유한 연구진들이 있고, 해외에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터리의 내구성과 안전성이 매우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못지않게 내구성과 안전성을 한층 높인 고품질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미래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는 이 교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세계적인 제약회사와 경쟁한다는 게 여러 면에서 어렵습니다. 바이오는 긴 호흡에서 많은 투자가 이뤄지면서 퀀텀 점프 개발이 진행되는 분야입니다. 선진 기업들은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된 약물들에 대해 헤리티지를 갖고 있어 같은 기술 기반으로는 단기간에 뛰어넘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개념의 모델리티에 대한 개발이 있어야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양자기술, 우주도 중요한데 이는 제 전문 분야가 아니라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이 2개 분야는 미국과의 격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져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이승환기자>
△이= 양자기술, 우주 등도 패권전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우주 같으면 예를 들어 이런 걸 할 수 있을 겁니다. 카이스트에서 우리가 뭘 제안했느냐 하면 우리별 1호 귀환 작전이라는 겁니다. 우리별 1호가 지금 30년 됐잖아요. 아주 오랫동안 나름 역할을 했고 지금 우주 미아로 떠돌고 있는데 이를 데려 오는 거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일단 우주로 물체를 쏴 보내 그게 우리별 1호를 포획하고 무사 귀환시켜야 하는데 대기권에 진입하는 게 숙제죠. 그러려면 우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을 해야 합니다. 우주공학의 영역이 아니라 재료공학의 영역일 수 있습니다.

△사회= 우리가 현재 국가적으로 키워야할 분야로 반도체, 배터리, 양자기술, 우주기술, 바이오 등을 꼽는데 최근 중요하게 부각된 분야가 AI입니다. 챗GPT라고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걸 바꿔놓는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큰 변혁을 일으키는 기술임에 분명합니다. 장단점, 명암 등을 보면서 슬기롭게 활용해 가는 게 중요하죠. 우리가 직접 챗GPT 같은 걸 만드는 퍼스트 무버 전략과 함께 빨리 따라가서 이용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도 동시에 필요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언어, 한글이 있기 때문에 한글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만들고 있지요. 그와 동시에 응용도 해야 합니다. 이런 건 우리가 잘합니다. 카이스트 교수 한 분도 AI를 활용해서 고체물질의 물성을 예측하는 것을 디자인해서 논문을 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사용한 것일 겁니다. 페스트팔로어의 성공사례죠.

△현=기술이 발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시너지입니다. 챗GPT는 원래 GPT라는 인공신경망 기반의 언어모델입니다. 여기에 대화형 기능을 접목해서 상상을 초월한 시너지를 갖게 된 것입니다. 인터넷 브라우저, 카메라, 터치 패널, 전화기도 각각 따로 있다면 용도의 한계점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하나로 묶은 스마트폰이 업계와 우리 생활에 큰 충격과 변화를 주었지요.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응용하고 결합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보입니다. ▶ 계속 이상엽-현택환 대담 (3)

정리=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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