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대담] “기후 위기, 과학이 ‘해결할 수 있는(can)’ 문제 넘어 ‘해결해야 할(must)’ 문제”
제자는 교수라는 업(業)에 최종 목표
“물고기 잡는 어부 만드는 게 역할”
인류 지속성 문제 과학이 해결해야
과학의날을 맞아 진행된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와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와의 대담은 과학기술인으로서의 꿈은 물론 미래의 과학기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 등에 대해 폭넓게 이뤄졌다. 실제 대화를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이상엽 교수(이하 이)무엇보다 기후 위기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이 인류를 위해서 해결할 수 있는(can) 문제를 넘어 해결해야 할(must) 문제입니다. 우리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후손들에게 정말 큰 죄를 짓는 것입니다. 지구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이 망가진다면 다른 수많은 노력들이 다 소용없을 겁니다. 범위를 아주 좁혀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요즘 개화 시기에 엄청난 변화가 왔습니다. 과거 통상적인 순서로 꽃이 피질 않습니다. 이런 변화는 벌들의 생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미세먼지로 벌이 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수분이 안 돼요. 그러면 식물에 문제가 생기고 연이어 동물,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태계에 영향을 끼칩니다. 바이오 화학 분야에서 상용화 기술을 개발해 기후 위기 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현택환 교수(이하 현) =인류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기존 방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난치병을 고치고 싶습니다. 나노 기술로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돼 그 분들의 고통을 줄이고 생명을 연장시킨다면 더 없는 보람이겠죠다. 나노 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필수적인 물질을 친환경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쪽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현 교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가 교수를 하는 이유가 제자를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제자가 교수라는 업(業)에 최종적인 목표거든요. 제가 회사를 차리면 한 개에서 끝나는데 좋은 제자를 100명 키우면 100개의 좋은 회사가 나올 가능성이 생깁니다.
△현=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지도교수로서의 내 역할은 물고기를 주는 역할이 아니고 어부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인 스스로 아이디어에서부터 논문 완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게 저의 철학입니다. 제자나 후배 연구자에게 하는 또 다른 핵심적인 당부는 신임 교수나 연구원으로 임용되고 10년이 지나서는 자신의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국제적인 학회에 가서 그 사람의 이름을 대면 바로 “아! 그 분 잘 알아요. 이런 이런 연구하시잖아요”하고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전 신입생이 들어오고 한 1주일 정도 지나면 65세까지의 ‘미래 이력서’를 받습니다. 언제까지 뭘 이루고 그 걸 이루기 위해서 어떤 걸 하고 이런 내용을 적으라고 합니다. 중요한 문제들을 찾는 방법과 실제 그 문제들을 풀기 위해 생각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고자 함입니다. 미래 이력서에 적은 자신의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도록 지도합니다. 그 중 한 제자는 창업으로 돈을 많이 벌고 카이스트에 3조원 기부하고 저를 찾아오겠다고 적어냈습니다. 그리고 캠퍼스에서 저랑 같이 소주 한 병 마시는 게 꿈이래요.
△현 : (웃음) 소주 한 병만?
△이 : 저도 그래서 “학교에는 3조원이나 기부하면서 나한테는 소주 한 병이냐” 그랬죠. 어쨌든 제자들이 미래 이력서를 내면서 꿈을 가지니까 꼭 그 길로는 못 가더라도 길을 따라가려고 하더라고요. 제자들이 길을 못 찾으면 미래 이력서 들이밀면서 한 마디 하죠. 그러면 마음 다시 고쳐먹더라고요.
△이= 절대적으로 기후 위기입니다.
△현= 비슷한 답인데 인류의 지속성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꽤나 복합적입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서 중요한 하나를 뽑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환경, 에너지, 물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외부적 문제와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의료 부담 증가 등의 내적 문제로 나눌 수 있을 같은데요. 기후와 환경 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겪는 재해는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해 행동 변화의 필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이 필요합니다. 의료 분야에서 과학의 역할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암과 같이 항상 인류를 괴롭혔던 질병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19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질병도 있습니다. 또 선천적인 질병 등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이 많습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도 피하기 쉽지 않은 치매가 있습니다. 과학이 그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도 개발하길 바랍니다. 여기까지가 1차고 그 뒤도 있습니다. 난치병에 대한 치료법이 개발되더라도 의료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 발견하는 연구의 중요성도 빼먹을 수 없습니다. ▶ 계속 이상엽-현택환 대담 (2)
정리=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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