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약발 먹혔나…은행 예대금리차 5개월만 좁혀(종합)

이명철 2023. 4. 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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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 2.26%p→2.06%p
5대은행 농협·우리·국민 순 높아, 전체 토스 5.41%p 최대
은행들 상생금융으로 대출금리 인하…이익 감소 불가피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갈수록 벌어지던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다시 좁혀졌다. 그동안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가 더 빠르게 내리며 예대금리차가 확대됐지만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압박과 조달비용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예대금리차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고객의 대출이자 부담은 줄어드는 효과를 입게 된다. 다만 은행에는 순이자마진(NIM) 등 이자이익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DGB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금금리보다 더 떨어진 대출금리

20일 은행연합회의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산업은행·씨티은행 제외)의 가계예대금리차(햇살론뱅크 등 정책서민금융 제외)는 3월 기준 평균 2.10%포인트(p)로 전월(2.35%p)대비 0.25%p 축소됐다. 지난해 12월 1.80%p에서 올해 2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하다가 5개월만에 다시 하락 전환했다.

전체 대출금리에서 저축성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는 3월 2.06%p로 전달(2.26%p)보다 0.20%p 내렸다. 가계대출금리에서 저축성수신금리를 뺀 가계예대금리차도 같은기간 2.53%p에서 2.29%p로 하락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2월 1.36%p에서 3월 1.16%p로 0.20%p 하락했다. 5대 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만에 예대금리차가 좁혀졌다.

5대 은행 중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은 농협은행으로 1.34%p다. 이어 우리은행 1.22%p, 국민은행 1.13%p, 하나은행 1.11%p, 신한은행 1.01%p 순으로 높았다.

일반 예대금리차는 농협은행·우리은행이 각각 1.68%p로 가장 높았고 국민은행 1.59%p, 하나은행 1.57%p, 신한은행 1.42%p 순이다.

전체 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가 5.41%p로 가장 높았다. 전달보다는 0.51%p 상승한 수준이다. 이어 전북은행 4.82%p, 광주은행 3.89%p, 씨티은행 2.43%p, BNK경남은행 2.37%p 등 순으로 높았다.

예대금리차가 좁혀진 이유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17개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2월 3.61%에서 3월 3.57%로 0.04%p 하락한 반면 가계대출금리는 6.14%에서 5.86%로 0.28%p 내렸다.

◇금융당국 지속 요청…조달비용 감소도 영향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1.25%에서 올해 1월 3.50%까지 오른 이후 여전히 3.50%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높게 형성됐음에도 대출금리가 하락하는 이유는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하락 등 정량 요소와 함께 정성적 요인인 금융당국의 인하 요청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코픽스의 경우 신규취급액 기준 지난해 11월 4.34%까지 올랐다가 올해 3월 3.56%로 낮아졌다. 3월에 전월대비 소폭(0.03%p) 오르긴 했지만 3%대 중반에 안착한 모습이다. 코픽스는 정기예·적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기반으로 산출하는데 그동안 예금금리가 꾸준히 내리면서 대출금리 하락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는 양상이다.

은행채 금리 하락으로 조달비용이 줄면서 금리 책정에도 다소 여유가 생겼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무보증 은행채 ‘AAA’등급의 경우 19일 현재 금리는 1년물 3.554%, 3년물 3.850%으로 집계됐다. 올해초만 해도 모두 4%대를 넘었지만 채권시장이 안정되면서 금리가 내려간 모습이다.

당국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축소 영향에 대해 “2월말과 3월 중순 시행한 두차례의 가계대출 금리 인하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는 상생 금융을 위한 정책적인 금리 인하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월부터 주요 은행을 방문하며 상생 금융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원장이 찾은 은행들은 저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의 취약 차주 지원 대책을 내놓으며 화답하기도 했다.

예대금리차가 줄어들면 대출이자와 예금이자 차이가 줄어 고객 부담은 줄지만 은행은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올해 1분기 들어 주요 은행들의 NIM은 전분기대비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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