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단일팀 유산 수원시청 아이스하키팀의 역설 [김창금의 무회전 킥]

김창금 2023. 4. 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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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겨울올림픽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의 팀워크였을 것이다.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평창겨울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떠올리는 것은 경기도 수원 광교복합체육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1 그룹B 경기 때문이다.

국내 등록선수 404명의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평창겨울올림픽 이후 세계 20위 안에 자리 잡게 된 것은 남북단일팀이라는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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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의 이은지가 지난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복합체육센터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1 그룹B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의 팀워크였을 것이다. 한반도 지도와 영문 코리아(KOREA)를 가슴에 새기고 뛴 단일팀 선수들은 5패,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남북 선수들이 매 경기 빚어낸 화합의 플레이와 헤어질 때 보인 아쉬움의 눈물은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정치적 결정으로 이뤄진 단일팀이지만, 이들이 안긴 감동은 정치보다 진솔한 스포츠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평창겨울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떠올리는 것은 경기도 수원 광교복합체육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1 그룹B 경기 때문이다. 한국은 6개 팀이 벌이는 이번 대회에서 첫날 이탈리아를 꺾었고, 폴란드도 제압하면서 돌풍을 몰아치고 있다. 남은 슬로베니아, 영국, 카자흐스탄과 경기 결과에 따라 디비전1 그룹A로 사상 처음 진출할 수도 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선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평창겨울올림픽 뒤 구성된 국내 유일의 여자 실업팀 수원시청이 있다. 평창 대회 때 세라 머리 감독을 보좌했던 김도윤 코치가 수원시청팀 창단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지난해부터 국가대표팀도 지휘하면서 조직력은 더 탄탄해졌다. 수원시청 소속 14명 선수 전원은 대표팀의 주축으로 박종아, 한수진, 박채린, 김세린, 김희원, 최지연 등은 평창겨울올림픽에서 맹활약한 바 있다. 국외파인 임대넬, 박윤정, 박예은 역시 평창겨울올림픽에서 뛴 관록의 선수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 여기에 김 감독이 눈여겨본 골리 허은비(20·코너티켓대)가 철벽 방어를 펼치면서 우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등록선수 404명의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평창겨울올림픽 이후 세계 20위 안에 자리 잡게 된 것은 남북단일팀이라는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성사 조건으로 남자 상무팀 존속 등 여러 약속을 했다. 비록 남자 상무팀은 해체됐지만, 여자실업팀 창단 약속을 지키면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도약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광교복합체육센터가 문을 열면서 수원시청 선수들의 아이스링크 훈련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수원시청팀의 존재가 값진 이유는 아이스하키 열기를 점화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기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원시청팀은 지난해부터 기량차가 있는 국내 여자 클럽팀과 함께 리그전을 시작했고, 세계 톱 수준의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는 일본의 클럽대회인 ‘스마일리그’의 컵대회 참가를 추진하고 있다. 정식 엔트리 23명의 절반 정도인 14명의 선수단이 안팎으로 아이스하키 활성화를 위한 불씨가 되고 있다.

평창을 기점으로 달라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발전 경로는 정치와 스포츠의 역설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중·고교나 대학팀 하나 없이 상층부에 실업팀을 만든 것은 중간 과정을 생략한 파격으로, 이것은 정치 없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기반을 다져나가면서 여자 아이스하키의 전망은 밝아지고 있다. 정치 논리에서 출발했지만, 정치를 넘어서는 스포츠의 힘을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보여주는 것 같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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