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등 투자 제한···美, 對中규제 더 옥죈다

박준호 기자 2023. 4. 20. 16: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행정명령 이달말 발표
中 기업에 신규 투자 보고 의무화
핵심분야는 아예 투자금지 가능성
반도체장비 수출 제한 확대 우려
美 진출한 韓기업도 타격 불가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4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업체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주재하던 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투자 제한 품목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있어 한국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9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대(對)중국 투자 규제 행정명령과 관련해 미국 상공회의소 등 핵심 산업 단체를 대상으로 브리핑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행정명령에는 중국의 첨단 기술 기업에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 보고를 의무화하고 반도체 등 일부 핵심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를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반도체와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생명공학·청정에너지 등 5개 분야에 대한 규제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생명공학과 청정에너지는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규제안은 정부 돈이 들어가지 않았다 해도 민감한 사업은 투자를 아예 금지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그간 중국을 겨냥한 규제가 보조금을 지렛대 삼았던 것과 다르다. AP통신은 “미국 기업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 확실한 조치”라고 전했다. 미 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폴리티코는 “정부가 기업 활동을 막을 권한을 주느냐를 두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재무부가 충돌하면서 발표가 늦어졌다”며 “결국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축소됐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는 이와 관련, “지난해 의회의 반도체법 처리 당시 ‘아웃바운드’ 투자 규제를 포함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당시에는 신고 의무만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같은 규제는 세밀하고 잘 재단된 일련의 금지 사항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고 거기에서 실제로 바뀐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이를 적용 받을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지난해 10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 또는 가펫 등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의 16나노 로직 반도체 △14나노 이하 로직 등 반도체 기술 및 생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가 있었다.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법 내 ‘가드레일’ 조항은 미국의 투자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했다. 세부 규정에서는 정부와 초과이익 일부를 공유하도록 하고 민감한 재무 자료도 다수 요구했다. 다만 일정 기술 수준 이하의 ‘범용(legacy) 반도체’를 만드는 기존 시설의 운영은 제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행정명령이 발효하면 이마저도 막힐 가능성이 생긴다.

한편 유럽연합(EU) 유럽의회가 19일 가결한 ‘삼림 벌채 및 황폐화 연계 상품의 수출입에 관한 규정’이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도 주목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규정은 EU 시장에 판매하려는 제품이 2020년 12월 말 이후 삼림 벌채를 통해 전용된 농지 등에서 생산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도록 했다. 기업은 위성사진 및 생산지 위치 정보, 생산지 주민 인권 보호 여부 등을 포함한 ‘실사 선언서’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이에 미달하면 EU 27개국 전역에서 판매가 원천 차단되며 위반 시 EU 역내 매출의 최소 4%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규제 대상 품목은 쇠고기, 코코아, 커피, 팜유, 대두, 목재, 고무, 목탄, 인쇄된 종이 상품 등이며 이들 품목으로 만든 상품도 규제를 받는다. 가죽, 초콜릿, 가구, 자동차 타이어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이들 품목의 소비 규모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국내의 경우 앞으로 타이어나 가구 등 파생상품을 수출할 때 행정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