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 기사 절반 이상이 노인…“음주보다 고령운전이 위험한데”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2023. 4. 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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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전국 전세버스 기사 중 60세 이상 57%
교통사고 사망 24%는 고령운전 탓…실효성 있는 자격유지검사 시급

(시사저널=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4월13일 오후 6시쯤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수안보파크호텔 앞 도로에서 관광버스가 뒤로 미끄러지다가 전복됐다. 사고 버스는 경북 경주에서 출발해 안동을 거쳐 관광객들이 머무를 숙소인 수안보파크호텔에 거의 다 왔을 때쯤 갑자기 뒤로 미끄러졌다. 버스에는 이스라엘 국적으로 러시아에서 온 관광객 33명과 한국인 가이드 등 모두 35명이 타고 있었는데, 1명이 숨지고 3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는 69세로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 

고령 운전자들의 비중이 늘면서 교통사고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관리와 면허 유지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센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17년 7월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17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 대회' 참석자들이 고령 운전자 인지 지각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면허소지자는 크게 늘어 오는 2025년 498만명, 2030년 725만명, 2035년 994만명, 2040년 13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과실로 3만107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전체 교통사고 20만9654건 가운데 14.8%를 차지했다. 2016년 11.1%에서 비율이 3.7%포인트 상승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가해 운전자 연령층별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2021년 한해 교통사고로 인한 전체 사망자 2916명 중 709명(24.3%)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에서 발생했다. 2016년 17.7%였던 비중이 불과 5년 만에 20% 중반으로 뛰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206명(7.1%)의 3배를 넘는 수치다. 고령운전이 음주운전보다 위험한 셈이다. 

특히 영업용 차량은 고령 운전자의 비중이 더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전국전세버스연합회에 따르면 기준 지난 3월 기준 전국 3만7989명의 기사 중 60세 이상 기사는 2만1984명(57%)이었다. 전국 전세버스 기사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이다. 80세 이상 운전자도 88명이나 된다. 

고령 운전자는 운전 경력이 긴 만큼 스스로 운전이 능숙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면 뇌 신경 세포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뇌 구조도 변해 신경세포 간 연결성이 약해지면서 운전 능력이 감소한다고 보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이 2020년 운전자 4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60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시속 60㎞에서 도로 시설물 종류와 개수, 표지 내용 등 주변 사물을 43.3% 인지했다. 50대 이하 50.1%보다 낮게 나왔다.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은 더 큰 문제다. 국립재활원이 가상현실을 이용한 도로 주행 검사를 했는데, 돌발 상황 시 젊은 운전자의 반응 시간이 0.7초였다면 고령자는 1.4초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퇴행성질환도 운전 능력 감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도로교통법령과 의학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총 23개 질환이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고령 운전자 사고에 정부가 관리·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고령 운전자들의 자진 면허 반납 정책도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각 지자체는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 운전자에게 10만~3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제공하는 등 여러 혜택을 주고 있지만, 자진 반납률은 최근 3년 연속 2%대에 머물렀다.

교통안전공단은 65세 이상 화물차·버스·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자격유지검사를 시행 중이다. 인지능력, 주의력, 공간 판단력 등 운전에 필요한 기능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제도다. 65세 이상 70세 미만은 3년, 70세 이상은 1년 주기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적성검사도 실제 운전 능력을 증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운전자 본인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직접 평가하는 설문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화물차와 택시 운전자는 이 자격유지검사를 의료적성검사로 대체할 수 있는데, 민간 의료기관의 합격 판정 기준이 낮아 여러 차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의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갱신 주기를 단축하되, 심사를 통해 운전은 계속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일본에서는 71세 이상 운전자가 3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할 수 있으나, 70세가 넘으면 갱신 시 고령자 강습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75세 이상 운전자는 인지기능검사도 받는다. 뉴질랜드는 고령 운전자에 2년 주기로 면허 갱신을 요구하고 있다. 갱신 시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를 필수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시간이나 공간 등에 제한을 둔 조건부 운전 면허증을 활용하기도 한다. 고령 운전자의 노화로 인한 신체·인지 기능의 점진적 저하를 감안하면서도 실제 운전 능력을 살펴 이동권을 보장하는 차원인데, 정부가 이같은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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