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목숨 앗아간 '전세 사기'…청년층이 타깃된 이유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 3명이 최근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모두 2030 청년층이다. 전문가들은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 등으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의 가장 낮은 단계부터 시작하는 젊은 층이 사기성 거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25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6개월간 전국에서 전세사기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확인된 전세 사기 피해자 1207명의 49.9%인 602명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가 379명(31.4%)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0대가 223명(18.5%)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 주택 유형은 다세대 주택(68.3%)과 오피스텔(17.1%)에 집중됐다.
자금력이 부족하고 부동산 거래 등을 포함한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층은 사기성 거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빌라나 오피스텔에서 월세나 전세로 살다가 아파트 매매 등으로 올라가는 게 주거 사다리다. 빌라나 오피스텔의 주요 수요층은 20·30대"라며 "월 10만~20만원 차이지만 이 금액이 부담되고 아까워 대출받아서 전세로 계약을 맺었다가 사기를 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만 골라 사기 행각을 벌이는 임대인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에는 전세 계약을 가장해 피해자 이름으로 전세 대출을 하게 한 뒤 이를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19세 이상 33세 이하 청년 중 무주택자라면 정부 보증으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가 전세 사기에 휘말리게 되면 심적인 부담은 더 크다. 지난 14일 미추홀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임모씨(26)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생 때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인천 남동공단 등에서 일하던 임씨는 차곡차곡 돈을 모아 2019년에 6800만원을 주고 전셋집을 계약했다. 이후 2021년 8월에는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통보에 어쩔 수 없이 9000만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다 주택이 임의경매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최우선 변제금 3400만원을 받는 것 외에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없었다. 올해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대출까지 상환해야 했다.
지난 2월 28일 사망한 채 발견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A씨도 유서를 통해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다"며 "제대로 된 정부 대책도 없다면서 빨리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보통 집을 구할 때 임차인들은 마음이 조급하다. 이사를 일정 기간 내에 해야 하는 마감 일자도 있고 자금은 부족하다 보니 사기성 거래에 노출되기 쉽다"며 "사기꾼들이 볼 때 사기를 치기 가장 쉬운 유형이 된다"고 했다. 이어 "사기를 당했을 때 다시 회복할 능력은 중·장년에 비해 청년이 상대적으로 좋지만 심적 충격은 청년일수록 더 크다"고 말했다.
청년층에게 집중된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에스크로 제도' 도입이 거론된다. 에스크로 제도란 제3자가 중개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를 말한다. 김 소장은 "전세금은 쉽게 말해 임대인이 잘 맡아뒀다가 임차인에게 다시 돌려줘야 할 돈"이라며 가령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는 임대 사업자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기관에 전세금 중 일부를 맡겨놓도록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 거래는 다른 나라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계약 방식"이라며 "전세 계약서를 국토교통부 시스템에 입력하면 임대인 정보와 주택 수, 세금 체납 전력,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력 등을 확인하게 하는 방법도 고안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이 전세 계약을 하게 된다면 보증금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연구원은 "사기성 거래는 작당하고 들어오면 피할 수 없다"며 "월세 등으로 바꿔 최대한 보증금을 낮추거나 최우선 변제권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줄이는 게 가장 좋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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