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분쟁 베팅했던 ‘큰손’ 기관들 대부분 물렸다...손절매는 언제?
카카오 공개매수 응모 이후 남은 지분 매도 타이밍 ‘고민’
“골프치다가 (하이브와 카카오가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기사를 보고는 주저앉았습니다. 주가가 너무 떨어져서 매도도 못 하고 있죠.”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 베팅했던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대부분 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전이 당초 기대와 달리 예상치 못한 시점에 마무리되면서 당초 전략대로 매매하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에스엠에 행동주의를 내걸었던 얼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펀드들은 모두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했지만, 지분을 절반도 넘기지 못해 남은 주식을 처분할 타이밍을 고심 중이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엔터기업 주가는 연일 오르고 있지만, 에스엠 주가는 10만원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20일 에스엠 주가는 10만3000원에서 마무리됐는데, 지난달 인수전 당시인 8일 장중 최고 16만1200원까지 뛴 것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떨어진 수준이다.
에스엠 인수를 두고 갈등을 벌이던 하이브가 카카오와 12일 극적 합의한 시점부터 주가가 연일 하락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에스엠 분쟁이 주말새 갑자기 정리되면서 카카오, 하이브 측에서 서로 우군이 되어달라고 손을 내밀었다가 붕 뜬 상태가 됐다”고 회고했다.
이번 에스엠 분쟁에는 굵직한 기관투자자들이 5% 규정을 피해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에스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내세웠기에 이 대표의 뜻에 동참하려는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이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5%에 근접하게 주식을 사들인 펀드가 있고, 선물과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으로 에스엠 주식을 사들인 곳이 있다”면서 “대부분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TRS 계약은 증권사(총수익 매도자)가 투자자(총수익 매수자)를 대신해 기초자산을 매입하고, 자산 가격이 변동하면 이익과 손실만 투자자에게 청구하는 계약이다. 예를 들어 한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고 에스엠 주식을 샀다면, 실제 매수 주체가 아닌 특정 증권사가 매수한 걸로 집계된다.
5% 지분 공시를 피하고자 에스엠을 선물로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은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카카오가 에스엠 주식을 한 주당 15만원에 공개 매수했는데, 현물 주식만 대상이어서 선물은 되팔 수도 없었던 탓이다. 실제로 에스엠 종목 선물은 15만원을 웃돌다가 전격 합의와 동시에 8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주요 기관 중 재미를 본 곳은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국민연금은 경영권 분쟁 격화로 에스엠 주가가 오르자 8.98%였던 지분을 지난달 3일 4.32%까지 줄였다. 국민연금은 이 지분을 카카오 공개매수에도 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상 급등 시 매도하는 기계적 매매를 주로 하는 덕분에 가장 많은 이익을 본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에스엠 주가의 키도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래 8%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지금 타이밍에 지분율을 원복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에스엠에 크게 물린 기관투자자들에게 구세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다음 행보도 관심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또한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 타이밍을 잡고 싶지만, 그동안 강조해 온 행동주의 투자 원칙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당초 1%대 에스엠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 보유 주식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엔터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도 에스엠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내고 있다. 이사회가 바뀐 에스엠을 ‘SM 3.0′ 시대라고 부르며 멀티 레이블 체계 확립, IP 수익화, 글로벌 사업 확대, 해외 투자 등에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2분기 대형 아티스트 컴백, 라이크기획으로 빠지던 비용 제거도 실적 개선 요소로 분석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추정한 에스엠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977억원, 영업이익은 22% 늘어난 23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제시한 예상 목표주가는 12만8412원으로 추산됐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