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도넘은 표절 논란’에 버퍼링···엔씨·넥슨 등 “내가 원조”

김은성 기자 2023. 4. 20. 16: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임사들이 몰려 있는 성남 판교일대. 연합뉴스

게임업계가 최근 잇단 지식재산(IP)권 관련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저작권 표절 여부가 쟁점이다. 인기 게임을 모방해온 그간 업계 관행과 기술 유출 관련한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불거진 모습이다. 업계는 이번 기회를 저작권에 대해 인식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3위 엔씨소프트와 6위 카카오게임즈가 표절 여부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와 개발 자회사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 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을 냈다. 엑스엘게임즈는 과거 엔씨에서 ‘리니지’를 개발한 1세대 게임 개발자 송재경 대표가 수장을 맡은 곳이다. 김택진 엔씨 대표이사가 과거 창업 동료이자 ‘리니지 아버지’로 불리는 1세대 개발자인 송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가 지난달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에서 당사의 대표작 ‘리니지2M’(2019년 출시)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캐릭터를 육성하는 방식, 게임플레이를 돕는 기능 등을 모방해 자사의 플레이 경험과 수익 모델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표절 논란 속에 아키에이지 워는 지난달 21일 출시 후 앱 마켓에서 매출 순위 1~3위권에 올라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리니지2M의 순위는 계속 하락해 8위 안팎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카카오게임즈는 “(엔씨 주장은) 동종 장르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된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장 검토 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 성공 전략을 따라하는 관행이 있지만, 이번 사례는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다만 앞서 출시된 유사한 게임이 많고 판례 등을 감안하면 ‘동종 장르에서 보편화 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엔씨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마주 문화가 있는 게임업계는 창작물 간 유사성에 관대해 ‘표절’과 ‘응용’을 규정짓는 명확한 잣대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아 표절을 인정한 판례가 드물다.

엔씨는 2021년에도 웹젠의 MMORPG ‘R2M’이 2017년 작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을 진행하고 있다.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넥슨이 ‘다크 앤 다커’ 제작사인 중소업체 아이언메이스 측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한 사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개발진이 넥슨에서 퇴사하며 미출시 프로젝트 데이터를 유출해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아이언메이스 측은 ‘해당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았고, 게임의 콘셉트와 아이디어는 저작권이 없다’며 개발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넥슨은 미국의 게임 플랫폼을 통해 다크 앤 다커가 배포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성공한 게임의 시스템과 수익 모델을 참고하는 관행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영업비밀인 개발 소스를 빼 게임을 만들고 인기 게임을 카피하는 문화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게임사들은 저작권·특허 등록 등에 적극 대처하고, 국산 게임 발전을 위해 정부도 저작권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