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백상] 뜨거운 울림·강렬한 여운…치열한 작품상 경합

김선우 기자 2023. 4.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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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수놓은 웰메이드 영화들이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 후보로 기록됐다.

누가 받아도 이견이 없을 후보작들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도 했고,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재탄생 시켜 웅장한 스케일의 대작으로 내놓기도 했다. 신인감독의 작품이라곤 믿기 어려울만큼 완성도 높은 결과물에, 거장의 진가를 발휘한 작품까지 의미 없는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랜 기간 위기를 겪고 있는 극장가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흥행면에서 높은 관객 수를 기록하기도 하고, 스코어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 작품들은 시네마, 극장의 존재 이유를 작품 그 자체로 보여주며 자존심을 지켰다.


뜨거운 울림으로 가득하다.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는 특성화고 학생이 콜센터로 실습을 나가 겪게 되는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다. 실화를 모티브 삼은 '다음 소희'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리얼리티로 가득하다. 대중에게 낯설지만 극 중 소희로 완벽하게 분한 김시은의 열연과 소희의 사망 이후 후반부를 책임지는 형사 유진 역의 배두나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은 고되기만 하다. 결국 한 소녀의 죽음은 특정인으로인한 것이 아닌 외면한 사회, 제대로 알지 못했던 기관 등 복합적인 모두의 문제였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영화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 담담하게 그려냈고,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지만 여운은 상당하다. '다음 소희'의 진정성은 해외에서도 통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되기도. 또 올해 첫 진행된 백상예술대상의 '구찌 임팩트 어워드' 수상작으로 꼽혔다.

지난해 극장가에서 발견한 보석이다. '올빼미(안태진 감독)'는 맹인 침술사(류준열)가 소현세자(김성철) 죽음을 둘러싼 유일한 목격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궁중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김성철, 안은진, 조윤서까지. 연기 구멍 하나 없다. 아역 이주원의 열연 역시 먹먹함을 더한다. 밤에만 보이는 맹인 침술사의 류준열은 표현해내기 힘든 역할을 입체적으로 그려냈고, 매정한 아버지로 변한 유해진은 기존의 사람 좋은 미소를 모두 지우고 냉혈안 그 자체의 모습이다. 분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존재감은 가득한 김성철부터 첫 악역을 도전한 안은진까지, 보는 재미가 큰 작품이다. 또 이야기의 특성상 주로 밤에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적절한 조명의 활용은 영화적 완성도를 높였다. 신인 안태진 감독의 기특한 데뷔작으로 꼽힌다. '올빼미'는 332만명의 소중한 관객 동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흥행 복병으로 제 몫을 해냈다.

이순신에 진심인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로 선보인 '한산: 용의 출현'이다. '명량의 8년 만 후속작으로 '명량' 시대 배경의 5년 전 이야기를 나눈 프리퀄 격 작품. 이순신 장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한산도 대첩을 다루면서 스케일을 웅장하게 키웠다. 바다가 주요 격전지이지만 실제로 물 위에서 찍은 것이 아닌 모두 VFX 기술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면 더욱 놀랍다. 진일보한 한국 영화의 발전을 체감할 수 있다. '명량' 최민식 표 이순신과는 180도 다른 박해일 표 이순신도 확인 시켰다. 박해일은 기존의 용장, 맹장 이미지가 아닌 지장 이순신의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왜군 수장 와키자카로 나온 변요한의 열연도 팽팽한 긴장감을 줬다. 1700만 신화의 '명량'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명량'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726만명을 모아 이순신 장군에 대한 김 감독의 헌사를 담았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여정 '노량'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노량'은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으로 분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포부다.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헌트(이정재 감독)'는 배우 이정재의 첫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연출 뿐 아니라 각본에도 공동 집필로 참여했고, 절친 정우성과 함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이외에도 이정재의 '피 땀 눈물'은 '헌트'의 곳곳에 묻어있다. '1인 n역'을 자청한 이정재의 노력은 호평을 이끌었다. 감독으로 임한 인터뷰에서 이정재는 "진짜 이정재가 만든 게 맞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바꿔 말하면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곤 믿기 어려울만은 기대 이상의 영화가 완성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등 적역의 캐스팅도 이정재 감독이 칭찬받는 대목이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찾는 과정과 남북관계에 대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등 자칫 기시감이 들 수 있는 내용도 꽤나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평이다.

역시 거장은 달랐다.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은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을 담당한 형사 해준(박해일)과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의 복잡미묘한 심리전을 그린 작품이다. 묻고 의심하는 사이인 형사와 피의자 관계를 남녀관계로 대입해 풀어낸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또 그간 수위 높은 충격작들을 내놓았던 박찬욱 감독이 지극히 섬세하고 감성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중성까지 잡았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 받은 것은 물론, 지난해 제75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품격을 입증했다. 눈빛으로 모든 걸 설명하는 박해일과, 서툰 한국말마저 속을 알 수 없는 서래와 일맥상통한 탕웨이, 두 사람을 더욱 아련하게 만드는 미쟝센과 "마침내", "난 붕괴됐어요" 등 담백하지만 뇌리를 스치는 대사들까지 아직까지도 회자되며 '헤결앓이'를 이어가고 있다.

59회 백상예술대상'은 2022년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지상파·종편·케이블·OTT·웹에서 제공된 콘텐트, 같은 시기 국내에서 공개한 한국 장편영화 및 공연한 연극을 대상으로 한다. TV·영화·연극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무이 종합 예술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은 4월 28일 오후 5시 30분부터 JTBC·JTBC2·JTBC4에서 동시 생중계, 틱톡에서 디지털 생중계된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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