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길·전태일길·송해길··· ‘명예도로’ 걸어보셨나요?

김승우 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 2023. 4. 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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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헌신도·공익성 등 따져 선정
도로명과 병기해 사용··· 서울에 74곳

‘명예도로’를 아시는지? 명예도로는 지역사회 헌신도와 공익성 등을 따져 사람 이름 등을 법정 도로명과 병기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정한 도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명예도로는 215개. 그중 서울에만 74개가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송해길 모습. /종로구

◇역사적 인물들의 발자취

서울 내 명예도로의 절반 가까이는 역사적 인물에서 명칭을 따왔다. 독립운동가 등 우리 역사에 한 획을 남긴 이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다.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는 1920년 순국 후 용산구 이태원공동묘지에 묻혔으나 일제가 1936년 이곳을 망우리 묘지로 이장하며 유해가 유실됐다. 용산구는 이태원역사공원에 추모비를 세우고, 비석 앞 도로를 ‘유관순길’로 지정했다. 매년 유 열사의 순국일에 맞춰 추모제도 열고 있다.

도봉구는 한국 노동운동의 초석을 마련한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2020년 ‘전태일길’을 조성했다. 전 열사는 상경 후 여러 지역을 전전하다 1996년 쌍문동 208번지 판잣집에 둥지를 튼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리는 1985년 재개발로 사라졌으나 옛 집터 근처 도로를 전태일길로 지정했다.

구로구는 사회사업가 유일한 선생의 이름을 따 ‘유일한길’을 만들었다. 유 선생은 일제강점기 유한양행을 설립해 독립운동 지원에 앞장섰으며, 구로구 항동에 유한공업고등학교와 유한대학교 등을 설립해 교육현장에 헌신했다. 유한공고 앞 도로부터 항동저수지까지 총 650m 구간이 유일한길이다.

예술인들을 기념하는 명예도로도 있다. 은평구는 대표적 서정시인인 정지용 시인이 납북 전까지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한 초당 터 인근 도로를 ‘정지용길’로 명명했다. 중랑구 역시 망우역사문화공원에 묘소가 있는 이중섭 화백을 기억하기 위해 인근 망우로76길에 ‘이중섭거리’를 만들었다.

종로구에는 방송인 고(故) 송해 선생을 기념하는 ‘송해길’이 있다. 송해 선생은 생전 종로구 낙원동 일대에 ‘연예인 상록회’ 사무실을 열고 지역사회 내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했다. 종로2가 육의전 빌딩에서 낙원상가 앞까지 240m가 송해길이다. 종로3가역 5번 출구에는 그의 표지석과 흉상도 설치돼 있다.

◇때론 구설도 있어

역사적 인물을 기리자는 취지와 달리 구설에 휘말리는 일도 있다. 인천 계양구의 한 민간봉사단체는 2013년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이름을 따 ‘박유천 벚꽃길’을 만들었지만 2019년 들어 철거해야 했다. 당시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던 박유천을 우상화하는 벚꽃길이 중학교 바로 옆에 있어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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