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김선형과 ‘홍길동’ 문성곤, 누구의 도력이 더 빛날까?

김종수 2023. 4. 20. 16: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비해도 당하게 만드는 신출귀물한 도사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모든 것을 막아내는 인간철벽중 경기를 지배하는 쪽은?’


2022~23시즌 챔피언결정전이 정규리그 1위 안양 KGC인삼공사와 3위 서울 SK의 맞대결로 결정됐다.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며 2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막을 올린다. 양팀에게 이번 대결은 이른바 리턴매치다. KGC와 SK는 지난 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바 있다. 당시에는 정규리그 1위팀 SK가 4승 1패로 시리즈를 마무리짓고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특정팀끼리 챔피언결정전에서 2년 연속으로 맞대결하는 것은 프로농구 역사에서 이번이 세 번째다. 1998년과 1999년 현대(현 KCC)와 기아(현 현대모비스), 2004년과 2005년에는 KCC와 TG삼보(현 DB)가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치렀다. 현대와 기아는 현대가 모두 이겼고, KCC와 TG삼보는 한차례씩 우승을 나눠가졌다. SK가 이긴다면 현대의 전철을 밟게되는 것이고, KGC가 이길 경우 KCC와 TG삼보의 상황이 재현된다고 할 수 있겠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KGC가 우세하다는 전망이 많다. KGC는 오늘날의 강팀을 만들어놓은 전임 김승기 감독과 주전슈터 전성현이 비시즌간 빠져나갔다. 하지만 전력의 핵인 변준형, 문성곤, 오세근 등이 건재하고 박지훈, 정준원, 한승희 등 벤치멤버 역시 탄탄하다. 전성현의 공백은 배병준이 어느 정도 채워주고 있다.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영입한 렌즈 아반도 또한 단신 외국인선수를 연상케하는 운동능력으로 팀에 에너지를 더하고 있다. 올시즌 은퇴를 선언한 양희종의 코치급 리더십도 강점중 하나다. ‘가만히만 놓아둬도 알아서 강팀으로 잘 돌아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10개구단중 가장 안정적으로 전력구성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팀이다. 전력만 놓고보면 우승하지못하는게 이상할 정도다.


올시즌 SK는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누수가 크다. 김선형, 안영준, 최준용의 ‘토종 빅3’중 실질적으로 두명이 빠졌다. 안영준은 군복무중이며 최준용은 부상으로인해 결장횟수가 많았으며 컨디션 또한 꾸준히 좋지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개점휴업중이었는데 이번 챔피언결정전 참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는 김선형과 워니를 중심으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시즌초 하위권을 전전할때만 해도 올시즌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반 이후 무섭게 치고올라오며 막판까지 LG와 2위 싸움을 벌였다. 최부경은 좋았을 때의 경기력을 회복했으며 장신슈터 허일영의 슛감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정규리그부터 4강 플레이오프까지 15연승을 달리고 있는 상승세가 최고의 무기다. KGC가 양희종, 오세근 등 플레잉코치급 고참들의 리더십이 돋보인다면 SK 또한 김선형, 허일영 등이 분위기를 잘 잡아주고 있으며 전희철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고양 캐롯 김승기 감독 못지않은 명장으로 거듭났다는 분석이다.

신출귀물 김선형의 도술이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문성곤의 수비냐

워낙 좋은 선수가 많은 양팀이지만 시리즈의 흐름을 쥐고 흔들 핵심으로는 SK에서는 김선형(35‧187cm), KGC에서는 문성곤(30‧195.6cm)이 꼽히고 있다. 둘다 왕성한 활동량을 통해 팀내 에너지레벨을 높이는 존재인데 주로 김선형은 공격, 문성곤은 수비적인 부분에서 리더 역할을 담당중이다.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들이 펄펄 날면 소속팀의 경기력은 더욱 올라간다.


김선형은 야전사령관이자 돌격대장이다. 김선형이 날아야 SK도 같이 날 수 있다. 반면 KGC는 문성곤의 수비력이 끼치는 영향력이 큰 팀이다. 그동안 큰 경기에서 흐름을 리드해줬던 양희종이 예전같지않은 상태에서 이제는 문성곤에게로 바턴이 넘어왔다. 문성곤이 수비의 중심에서 김선형과 워니를 중심으로한 SK 화력에 자물쇠를 채워줄 수 있다면 KGC의 밸런스는 더욱 좋아진다. 

 


물론 포지션상 문성곤이 둘을 직접적으로 전담마크하는 경우는 많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양희종이 그랬듯 문성곤 또한 포지션을 따지지않는 수비수다. 공격수만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가 있는게 아니다. 수비가 필요한 곳이라면 문성곤은 어디든지 달려가고 과감하게 몸을 날린다. 대인마크, 도움수비, 스위치, 스크린, 리바운드 쟁탈전 등 승부에 영향이 큰 순간에는 언제나 문성곤이 있다.


주로 허일영과 매치업이 되겠지만 어디까지나 SK의 핵심은 김선형, 워니이니만큼 도움수비 혹은 수비훼이크를 주는 경우는 적지않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니같은 경우 외국인선수끼리 공수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겠지만 앞선의 김선형에 대한 수비는 문성곤도 종종 참여할 공산이 높다. 문성곤이 많이 움직이는 수비수이듯 김선형 또한 활동량이 넓은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잠깐씩 직접적으로 수비를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방위로 SK공격을 이끄는 김선형은 흡사 조선의 기인이자 도사로 불렸던 ‘전우치(田禹治)’같다. 전우치는 조선시대 각종 기록에서 등장하는 기인으로 실존인물이자 마치 판타지를 연상케하는 고전 소설의 주인공이다. 호는 날개달린 도사라는 뜻의 ‘우사(羽士)’이며 도술을 특기로하는 조선시대 도사중 화담 서경덕과 함께 대중적인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인물이다. 여러가지 모습으로 둔갑하는 것을 비롯 각종 부적을 통해 다양한 도술을 부린다.


올시즌 김선형의 부적 숫자는 더욱 많아지고 다양해졌다. 그간은 돌파 부적을 통해 상대 수비진을 찢어내고 가로채기 부적을 뿌려 공을 빼앗는 식의 플레이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서는 패스 부적까지 추가됐다.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었다 싶은 순간 외곽의 허일영, 포스트인근의 최부경 등 동료들에게 건네주는 패스가 일품이다. 때문에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더욱 머리가 복잡하게 됐다. 도사 김선형의 품속에서 어떤 부적이 날아들어 도술을 부려댈지 모르기 때문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洪吉童)’처럼 코트 구석구석을 그야말로 엄청나게 헤집고 다닌다는 점에서 '문길동'이라는 별명으로 통하고있는 문성곤은 누구나 인정하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다. 팀 동료 변준형이 왕성한 활동량이라면 문성곤은 그야말로 미친 활동량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공이 있는 곳에 문성곤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치를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문성곤이 무서운 점은 엄청난 체력과 투지다. 앞선에서부터 타이트하게 매치업 상대를 압박하는가 하면 동료가 뚫렸거나 위험하다 싶으면 지체없이 도움 수비를 들어간다. 어디 그뿐인가. 골밑인근에서의 리바운드 쟁탈전에도 과감하게 뛰어들어 빅맨들과 리바운드 경합까지 서슴치 않는다. ‘문성곤이 왜 거기서 나와?’는 이제 의미 없는 말이 됐다.


문성곤은 여러 가지 면에서 팀 선배 양희종을 닮아있다. 양희종같은 경우 수비에 비해 공격적인 부분에서의 약점을 선수 생활 내내 지적당해왔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의 그는 다르다. 어지간한 득점 전문선수 못지않게 다득점을 올리며 상대팀을 뒤집어놓기 일쑤다. '플레이오프에서의 양희종은 다른 사람이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문성곤도 이부분을 슬슬 닮아가고 있다. 대놓고 수비가 열어줘도 슛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은데 중요한 승부처나 큰 경기에서는 유달리 집중력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4강 고양 캐롯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양팀 최다인 22득점(3점슛 4개), 7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어디든지 뚫어내는 도술사와 무엇이든 막아내는 수비장군중 마지막에 웃는 이는 누가 될것인지…, 코앞으로 다가온 마지막 승부에 농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유용우 기자, 문복주 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