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지정전 이사할때 … 양수인 조합원 지위는 [박일규의 정비사업 돋보기]
전근·생업으로 이사할땐
조합원 지분 예외적 인정
지정 전에 주소지 옮기면
국토부·법제처 "양도 안돼"
"헌법상 자유 제한" 지적도
올해 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 지정이 전국적으로 해제되었다. 덕분에 극소수 지역을 제외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전제로 한 도시정비법의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규정도 더는 적용되지 않고 자유롭게 정비구역 내 물건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그렇더라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의 효과는 장래를 향할 뿐, 과거에 이루어졌던 거래까지 소급하지 않는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상태에서의 매수인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와 상관없이 조합원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상태에서의 거래임에도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 승계를 인정할 수 있느냐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
도시정비법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에서 일정 시점(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거래를 통한 조합원 지위 승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원칙은 예외를 동반하기에 도시정비법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구역임에도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몇 가지 특별한 사유를 나열한다. 근무상 혹은 생업상 사정 등으로 가구원 모두가 타지로 주거를 옮겨야 하는 사정이 있는 양도인의 거래도 그중 하나다.
불가피하게 주거를 옮겨야 할 사정이 있음에도 조합원 지위 승계 금지 규정을 예외 없이 관철하면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해지거나 청산금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거래되는 불합리를 고려해 양도인의 사정에 맞추어 주거를 이전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숨통을 틔워주려는 것이다.
논란은 '주거 이전'의 시기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근무상 혹은 생업상 사정 등으로 이미 양도인 가구원 모두가 사업구역이 아닌 타지로 주거를 이전한 다음 비로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었다면, 그 양도인과 거래한 양수인은 조합원 지위를 이어받을 수 있을까.
먼저 국토교통부의 입장. '투기과열지구 지정 전에 가구원 전원이 지방으로 이전한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 불가'라고 함으로써 주거 이전의 시기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전이라면 예외적 허용 규정 적용은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한다.
다음은 법제처. '규정의 문언상 투기과열지구 지정 및 조합설립인가 후에 (주거)이전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그 건축물의 양수인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투기과열지구 지정 전에 이미 이전을 완료한 경우까지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봄으로써 국토부와 결론을 함께했다.
법제처는 나아가 '투기과열 지정 전에 이전한 경우까지 양수인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보면 주거 이전 시점에 대한 명시적 제한이 사라져 예외적 허용 규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어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한 원칙적 금지 규정의 입법 목적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고, 양수인의 조합원 지위 취득을 금지하더라도 손실보상 규정을 통해 과도한 재산권 침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론적 근거까지 덧붙였다.
공적 부문의 부정적 해석에 대하여 이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헌법상 부동산 양도의 자유가 원칙이기에 투기과열지구에서 양도를 제한하는 도시정비법의 금지 규정이 특례이고, 그 특례에 대한 예외적 허용 규정은 곧 양도의 자유라는 헌법상 원칙으로의 복귀이기에 탈법 의도가 엿보이지 않는 한 폭넓게 해석하여야 한다. 가구원 전원이 먼저 이주를 완료하고 임시 거처에 머물며 종전 주택 매도를 모색하는 중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었다고 조합원 지위 승계가 금지된다는 것은 지나친 형식논리'라는 것이다.
국토부, 법제처 등 행정청의 해석과 위 전문가의 해석 중 어느 쪽 결론이 설득력 있을까. 모든 법 해석의 출발점은 법률 문언이며 누구도 그 문언의 한계를 이탈할 수 없다. 법제처 역시 해석의 근거로 도시정비법 문언을 우선 언급한다. 그러나 도시정비법 해당 규정 어디에도 주거 이전의 시기에 관한 명시적 제한은 찾아볼 수 없다. 원칙적 금지 규정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과 '조합설립인가 후(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후)'라는 시기적 제한과 관련된 문언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두 표현은 '양도'의 시기를 제한할 뿐이다.
다시 말해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원 지위 이전을 금지하는 원칙 규정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상태에서 '조합설립인가 후'에 '양도'하면 조합원 지위가 이전되지 않는다고 선언할 뿐, 예외적 허용 규정이 정한 사유의 발생 시기(본사안의 경우 근무나 생업상 사정이 언제 발생했는지, 주거 이전의 시기는 언제인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예외적 허용 규정의 문언은 어떤가. 불가피한 사정의 발생 시기나 주거 이전의 시기에 관한 표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오로지 '양도'를 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을 나열할 뿐이다. 법제처 해석론처럼 원칙적 금지 규정에 등장하는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조합설립인가 후'라는 문언이 '양도'에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예외적 허용 규정에 나열된 불가피한 사정의 발생 시기까지 전부 제한하는 것이라면 다른 예외 규정에 나열된 '상속'이나 '이혼'은 물론, '1세대 1주택자의 소유기간과 거주기간', 기타 시행령이 규정하는 모든 불가피한 예외적 사정이 투기과열지구 지정 및 조합설립인가 후(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후)에 발생하여야 한다는 비상식적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국토부나 법제처의 해석론은 도시정비법 규정 문언의 한계를 벗어나 지나치게 규제에 치우쳐 균형을 잃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위 전문가의 시각처럼 예외적 허용 규정이 헌법상 양도 자유 회복의 의미를 내포한다는 점과 도시정비법 규정의 문언, 취지, 규율 체계까지 두루 고려하면 예외적 허용 규정을 그처럼 좁게 해석할 필연적 이유나 근거는 없을 듯하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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