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안에서 취사·난방·노숙까지…대형 안전사고 우려에 규제 시급

이동희 기자 2023. 4. 2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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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위는 천막부터 치고 시작합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천막은 현수막이나 확성기와 달리 집회나 시위의 목적과 의도를 표현하는 데 전혀 관련이 없는 시설물이지만, 우리나라는 불법 시위의 핵심 시설물이 돼 가고 있다"며 "관련 법령으로 시민과 시위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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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본사 앞 시위에 빠지지 않는 천막…가스버너 등 화재 위험
"집시법 차원 천막 설치 제한 등 명확한 규정 필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앞에 설치된 불법 천막.(독자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우리나라 시위는 천막부터 치고 시작합니다."

주요 대기업 주변에서 벌어지는 집회와 시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천막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막이 집회·시위 본연의 목적이 아닌 장기 거주, 불법 알박기, 취사, 집회도구 보관 창고 등으로 악용돼 시민들의 통행 불편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까지 있어서다.

재계는 시위 참가자들이 지자체의 강제 철거 등을 막기 위해 열악한 천막 안에서 24시간 노숙하거나, 집회·시위 시간 외에도 장시간 거주하면서 각종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한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강제 철거되기까지 46일간 불법 천악을 설치했다. 이 기간 동안 천막에는 야외용 발전기, 가스통, 휘발유통 등이 반입됐고, 상주 인원이 200명까지도 달했다. 관련 민원도 205건을 기록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도 비슷한 풍경이다. 시위를 벌이는 A씨는 천막을 설치하고, 천막 안에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휴대용 가스버너 등을 버젓이 두고 있다.

인화물질로 불법 천막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고, 특히 겨울철에는 난로 등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 소화기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어 화재 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2007년부터 약 7년간 복직 투쟁을 벌인 B기업 노동자들은 서울 중구 B기업 본사 앞에서 24시간 천막 농성을 벌였다.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압력밥솥과 고무 파이프 등을 이용해 임의로 난방시설도 만들었다. 20212년 한 증권사 노조는 두꺼운 비닐을 덧댄 천막 안에서 등유난로를 피우며 겨울철 농성을 이어갔다.

2013년에는 C기업 해고노동자들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다 화재가 발생해 천막은 물론 덕수궁 담장 서까래까지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쿠팡 본사 앞 시위 현장의 천막 모습.(독자 제공)ⓒ 뉴스1

도로나 인도를 막고 설치한 시위 천막은 보행자의 불편을 야기하고, 교통사고 유발 가능성도 있다. A씨는 출퇴근 시간에 시위를 하면서 9개월째 불법 천막을 철거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보행 불편은 물론 인근 도로 차량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위험도 높인다.

현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천막 설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설치를 제한하는 법령은 없다. 도로법에 의해 지자체 행정 조치 또는 민·형사소송이 가능하나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자체는 불법 천막 철거 과정에서 시위자들과 충돌을 우려해 행정 조치에 소극적이다.

집시법 상 천막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집시법 개정 추진 시 천막은 구체적으로 논의되기도 어렵다. 현재 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 입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천막 규제는 전무하다.

법조 전문가들은 집시법 차원에서 천막 설치 제한 등 명확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천막은 현수막이나 확성기와 달리 집회나 시위의 목적과 의도를 표현하는 데 전혀 관련이 없는 시설물이지만, 우리나라는 불법 시위의 핵심 시설물이 돼 가고 있다"며 "관련 법령으로 시민과 시위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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