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은행 불안 진정됐지만···계속되는 ‘2차 예금 이탈’ 우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에서 시작된 금융 불안은 진정됐지만 미 중소은행의 예금 이탈 흐름은 끝나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은행들은 예금 고객을 붙잡기 위해 종전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녈이 20일 보도했다.
실적발표 기간을 맞아 미 중소은행의 1분기 예금 잔액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SVB 사태 직후 위기설에 휩싸였던 찰스 슈와브의 수신 잔액은 지난 3월 말 3260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11%(410억달러), 전년 동기 대비로는 30% 감소했다.
자이언스 뱅코프도 수신 잔액이 전 분기 대비 3%, 전년 동기 대비 16% 축소됐다. 웨스트 얼라이언스 뱅코프의 예금은 전 분기 대비 11% 줄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은 전 분기 대비 118억달러, M&T은행은 44억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중소은행의 예금 이탈은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폐쇄 사태도 고객의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에서 시작됐다. 이후 미 전역의 중소은행 고객들이 예금을 더 안정적인 대형은행으로 옮기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고금리 환경은 중소은행의 예금 확보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절 미 은행은 정기예금 계좌에 연 1% 미만의 낮은 금리를 제공해도 손쉽게 예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머니마켓펀드(MMF)의 수익률이 뛰고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하자 은행을 떠나 MMF나 채권시장으로 향하는 자금이 폭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 미국 내 전체 상업은행의 예금 규모는 약 17조4300억달러로, SVB 사태 이전인 지난달 1일 대비 2369억달러 줄었다. 특히 중소형 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예금이 각각 1833억달러, 996억달러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MMF의 총자산 규모는 4조8900억달러에서 5조2500억달러로 약 3600억달러 불었다.
미 대형은행은 이 기간 예금 잔액이 460억달러 늘어나며, SVB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렸다. 그러나 이들 은행도 1분기 전체로는 전분기보다 예금이 줄거나, 소폭 증가에 그쳤다.
웰스파고의 예금은 전 분기 대비 2%,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웰스파고는 향후 몇 개월간 예금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체이스는 SVB 폐쇄 이후 약 500억달러의 신규 예금이 들어왔다고 밝혔지만, 1분기 전체로는 전 분기 대비 370억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행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은행권이 예금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역은행 핸콕휘트니는 전분기 0.96% 수준이었던 예금금리를 올 1분기 1.65%로 인상했다. 예금 잔액은 전 분기 대비 2% 늘었다. 또 다른 지역은행 시티즌스의 1분기 예금금리는 1.74%로, 전분기보다 0.5%포인트 이상 인상됐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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