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보조금, 독소조항에도…삼성·SK·TSMC 모두 지원하나
삼성전자는 '확인불가'…윤석열 대통령 美 국빈 방문서 조건 조율 '기대'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해 기업들이 대거 의향서를 제출했다. 명단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삼성전자(005930)와 대만 TSMC 등 주요 업체들이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000660)도 보조금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체들은 미국의 까다로운 조건 완화를 지속해서 요구 중이다. 초과 수익 반납과 기술 및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20일 미국 상무부 산하 반도체법 프로그램사무국은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보조금 신청과 관련해 200개 이상의 의향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반도체법을 통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 지원금(132억 달러) 등에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69조838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보조금 접수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사전신청, 본신청, 기업 실사 절차 등을 거쳐 지급할 계획이다.
다만 사무국은 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의향서는 프로젝트별로 제출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의 수를 정확하게 추정하기도 어렵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주요 업체들이 의향서를 제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조금 없이 대규모 팹을 건설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클뿐더러 미국 정부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의향서 제출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지만, 업계에서는 제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절차 상황에 맞춰 보조금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 내 첨단 패키징(Advanced PKG) 투자 관련 부지 선정 등 적극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절차가 완료되는대로 미 연방정부의 반도체 프로그램(Chips Program) 보조금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만 TSMC도 보조금 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TSMC가 미국 정부에게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보조금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미국은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을 제시했다.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우려는 물론 사업 제한 등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TSMC는 보조금을 요청하면서도 기업의 초과이익을 공유하고 세부 영업 정보를 공개하라는 일부 조항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마크 리우(류더인) TSMC 회장은 지난달 30일 대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요구한) 일부 조항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우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정부와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말은 못하지만 보조금 조건이 까다롭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 증설까지 막힐 처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으로 인해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동맹국인 한국에 불합리한 요건"이라며 "미국 자국 내 생산 시설 유치를 방해하는 요건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형평성에 맞는 반도체법 보조금 요건을 마련해 양국의 상호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이뤄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서 경제안보 현안으로 반도체법에 대한 요건 완화 요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회장 등도 동행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업체들이 미국 반도체법에 대해 지속적인 실무협의로 합리적인 하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예외나 단서 조항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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