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세종문화회관 여의도 이전, 배경은?... 문래동 구유지, 前 시장 때 무상 사용 합의부터 논란
공유재산법상 무상 사용은 5년, 법적 문제 가능성
시 “아파트로 둘러싸여 접근성 낮고 부지 좁아”
구 “지역 문화 발전엔 전국구보다 구립 시설 적합”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9일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고 원래 부지였던 문래동에는 구가 추진 중인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영등포구내에서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구청측은 의견 수렴도 없이 고(故) 박원순 시장이 일방적으로 구유지인 문래동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겠다고 발표해 무상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구민들이 입게 됐다면서 이번 조치에 환영하는 입장인 반면, 문래동 주민들은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상징적 건물이 사라지게 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문래동 부지는 민주당 시절 구민 의견 안듣고 결정”
제2세종문화회관은 2012년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문래동에 짓자고 처음 제안했고, 같은 당 소속인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이 추진했다.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하던 2019년 서울 서남권 문화시설 확보 차원이라면서 문래동 옛 방림방적 부지 1만2947㎡(약 4000평)에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곳은 영등포구에 기부채납된 구 소유지로 구는 서울시가 무상으로 땅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시는 건립과 운영을 맡기로 했다. 이후 타당성조사와 중앙투자심사 등을 거쳤다.
하지만 지난해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취임한 뒤 “법적으로 구 소유 땅을 시가 반영구적으로 무상 사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공유재산법상 토지 무상사용은 최대 5년만 가능하며 그 뒤론 유·무상 여부를 재심사받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무상 사용하더라도 5년 뒤부터는 법적 논란이 끊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 구청장은 “구유지는 구민들을 위해 쓰여야지 왜 시가 시유지처럼 사용하는가”라고 말했다.
특히 영등포구나 서울시는 문래동 부지의 규모가 세종문화회관의 분관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래동 부지는 광화문 세종회관의 4분의1 규모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래동 부지는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은데다 입지가 좁아, 여의도공원처럼 시민들이 찾아가기 쉬운 한강변에 큰 규모로 짓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는 여의도공원에 문래동 부지 대비 약 1.8배 규모로 회관을 지을 예정이다. 그 규모로는 대공연장(2000석), 소공연장(400석)과 편의시설(F&B), 문화교육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다.
◇문래동 주민들 “전국구 시설 들어와야 발전” 요구
문래동 부지에 구립 복합문화시설을 계획하고 있는 영등포구는 “영등포공원 문화원을 이곳에 이전하고 지역 예술인과 문래예술창작촌 작가 등이 저렴한 비용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는 이를 통해 5만명 이상의 이용객이 몰려 문래동 지역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 관계자는 “문래예술창작촌에 있던 작가가 300여명에서 최근 200여명으로 줄었는데 박원순 전 시장의 구상과 마찬가지로 지역 예술가들을 통해 지역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으려면 세종회관보다 구 차원의 문화시설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문래동 주민인 이모(47)씨는 “행정절차까지 끝난 마당에 이제 와서 바꾸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문래동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전모씨도 “제2세종문화회관이 들어오면 손님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회원수가 3만명에 이르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국구 시설이 들어와야 (문래동의) 낙후된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다” “20년 넘게 방치됐던 땅을 언제까지 그냥 둘 건가” 등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거리에 플래카드를 걸고 최호권 구청장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여의도 주민들 사이에선 영등포구의 낙후된 이미지를 벗는 게 중요하지 문래동이냐 여의도냐가 중요하냐는 의견도 나온다. 여의도 주민 윤모씨는 “여의도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고 문래동에 문화시설까지 확보한다면 구민 입장에서는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씨는 “여의도가 영등포구의 일부라는 점을 생각하면 구 전체의 이미지 개선이나 시설의 이용효율성을 따질 때 여의도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영등포구측은 앞으로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구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2019년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 발표 당시 영등포 구민 대상으로 단 한차례의 공청회나 토론회도 없었고, 자기 재산을 지켜야 할 구와 구의회가 선뜻 동조한 것이 문제였다”며 “이번에는 문래동 복합문화시설 건립에 관한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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