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경매중단 일일 모니터링 착수…오늘 28건 연기(종합)

김형섭 기자 2023. 4. 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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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범부처 TF 판단에 따라 필요시 경매유예 지역 확대될 수도
우리금융·새마을금고 등 금융지원 동참…일부 볼멘소리도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04.20. dy0121@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6 개월 이상의 경매 유예 조치를 실시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실제 경매중단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은행,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 대부업 등 전 금융업권 협회 및 중앙회와 '전세사기 피해 관련 금융권 간담회'를 열어 피해 지원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경매 유예 상황을 체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늘부터 경매 연기 요청과 진행 상황에 대해 밀착 모니터링체계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브리핑에서 "금융기관들이 실제로 경매를 중단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겠다. 모든 기관이 동시에 (경매 중단을) 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는데 유효하게 협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이 이날 회의에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태 피해 주택의 경매기일 도래 건에 대한 진행상황을 점검한 결과 총 32건 중 28건이 연기, 4건이 유찰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찰된 4건은 영세한 규모의 부실채권(NPL) 매입기관이 보유한 채권으로 확인됐는데 NPL로 해당 채권을 매각한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경매기일 연기 협조를 요청토록 했다.

금감원은 은행과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과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의 거주 주택에 대한 6개월 이상의 자율적 경매·매각 유예조치를 추진키로 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주소를 입수해 해당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에 보내면 금융기관은 대출의 기한이익 상실 여부, 경매 여부 및 진행상황 등을 파악해 피해자가 희망할 경우 경매를 일시 중단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 2479가구가 대상이다. 금감원은 전날 각 업권별 협회를 통해 해당 주택의 매각 유예 및 경매기일 연기 신청을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업권이 적극 동참해 오늘부터 경매기일 도래 건에 대해 법원에 경매기일 연기를 신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상호금융, 대부업 등 정부가 협조를 요청한 금융사들이 실제 피해주택에 대한 경매 개시를 미루거나 이미 진행 중인 경매는 법원에 매각기일연기신청서를 제출했는지 등을 매일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자율적 유예이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큰 만큼 금융권 참여를 계속해서 독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금융기관이 경매 유예에 신속히 협조할 수 있도록 각 금융업권에 비조치의견서도 발급했다. 비조치의견서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후관리를 부실하게 하거나 금융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제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각 금융사의 내규에서 정하고 있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를 지키지 않고 미루더라도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 위한 것인 만큼 제재나 처벌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서울=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DB) 2021.02.05. photo@newsis.com

금융당국은 필요시에는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다른 지역으로도 경매 유예 조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인천 미추홀구에 한정돼 있지만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의 판단에 따라 서울, 부산, 동탄 등 다른 지역으로 범위가 넓어질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경매 유예 조치에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금융권은 별다른 저항 없이 이에 동참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는 곳도 있다.

전날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금융위원회 등이 첫 회의를 가진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에는 금융권에서 은행연합회, 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수협중앙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대부금융협회 등이 함께 했다.

정부 측 조사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나간 대출과 관련된 금융기관은 대부분 제2금융권이며 이 가운데서도 상호금융이 제일 많다.

최 수석은 "전체 피해 건수가 1500건이고 관련된 금융기관이 131개"라며 "은행은 2개, 그외에는 2금융권인데 2금융권도 상당한 채권이 부실채권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갖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채권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은행권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경매 유예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총 5300억원 규모의 주거안정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피해가구당 최대 1억5000만원씩 총 2300억원 규모의 전세자금대출과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는 피해자 가구에 2억원 한도로 최장 40년 만기로 제공하는 1500억원 규모의 주택구입자금대출, 감정가액의 100%까지 최대 2억원 한도로 총 1500억원을 지원하는 경락자금(경매낙찰대금)대출 등이다.

상호금융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정부가 경매 유예 방침을 밝히고 몇 시간 뒤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해 경·공매 유예와 피해자가 새마을금고에서 받은 전세대출에 대한 이자율 조정 등을 발표했다.

다만 상호금융권 일각에서는 채권 회수 지연으로 인한 건전성 우려 등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나간 대출인데도 정부 관계자들이 상호금융사에서 나간 대출이 많다는 점을 여러차례 언급한 데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으면 건전성에 100%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지 않느냐"며 "무슨 기준으로 언제 상호금융 대출이 제일 많다는 전수조사를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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