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었어요?"…한국GM 장애인 바리스타 카페의 '오픈런'

인천=이강준 기자 2023. 4. 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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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1시30분쯤 인천 GM한국사업장 부평공장에 위치한 노틀담베이커리에서 장애인 바리스타 직원들이 주문을 받고 있다/사진제공=GM한국사업장

"언제 문 열어요?"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전 11시20분 인천 GM한국사업장(한국GM) 부평공장 노틀담베이커리 앞. 오픈 10여분 전부터 직원들 발길이 이어졌다. 카페가 문을 열자 직원 6~7명이 동시에 몰려 커피와 빵을 주문했다.

근무지 1층에 다른 카페가 있는데도 먼 길을 돌아 이곳 카페로 오는 직원도 많았다. 노틀담베이커리는 지적·자폐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다. 지난 18일 한국GM 부평공장 홍보관에 문을 열었다. 이곳 직원 6명 중 4명이 관련 장애를 가진 전문 바리스타다.

20일 오전 10시 30분쯤 인천 GM한국사업장 부평공장 내 영업을 준비 중인 노틀담베이커리 전경/사진제공=GM한국사업장

노틀담베이커리가 위치한 홍보관 1층은 한국GM 부평공장을 들어서면 반드시 지나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한국GM 사장을 비롯해 사업장의 핵심 관계자, 연구실 직원들도 이곳을 이용한다. 카페 부지 규모도 177.58m²(약 54평)로 이곳 사업장 내에서 가장 크다.

지난해 10월 기존 대기업 계열사 카페가 운영을 종료하자 한국GM이 업체 50여곳을 심사해 노틀담베이커리를 들이기로 했다. 한국GM은 임대료 면제, 인테리어 비용 전액 지원 등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맡았다. 노틀담베이커리는 전기,수도 등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만 지불한다.
비장애인과 동등한 경제활동하는 지적장애 바리스타…퇴근 후에도 연습, 또 연습
20일 오전10시30분쯤 인천 GM한국사업장 부평공장에 위치한 노틀담베이커리에서 왼쪽부터 김진희씨, 이다은씨, 윤상임씨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GM한국사업장
윤상임씨(32)는 지적장애를 가진 10년차 베테랑 바리스타다. 관련 자격증은 2012년에 취득했고 2013년부터 노틀담베이커리 타 지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미국 등 해외 국적의 직원이 많은데도 회화 연습을 통해 영어로도 주문을 자유롭게 받는다. 업력이 길어 이곳 장애인 바리스타 중 가장 오래 근무한다.

윤씨는 "커피 맛을 일정하게 내기 위해 템핑을 수시로 연습했다"며 "카페 신메뉴를 건의하기 위해 다른 카페도 탐방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은씨(27)도 지적장애 바리스타다. 고등학교 3학년때 자격증을 땄고 2017년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이씨는 커피를 만들때 손이 느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집에 가정용 커피기계를 따로 구비했다. 이 비용 역시 바리스타로 근무하면서 모은 돈으로 마련했다.

이씨는 "카페를 열면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드니 처음엔 무서웠다"면서도 "한국GM 직원들의 '커피가 맛있다' 한 마디로 그날 하루종일 뿌듯하다"고 답했다. 그는 월급을 모아 부모님에 고가 냉장고를 선물할 정도로 어린 나이부터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김진희씨(27)는 청각·언어 장애가 있다. 타 장애인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바리스타 교육은 물론 일상적인 주문을 받는데에도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김씨는 다른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대화하는 구화(口話)자지만 좀 더 정확한 발음을 위해 퇴근때마다 입에 펜을 물고 발음 연습을 한다.

그는 "코로나19(COVID-19)가 심할 때 손님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주문 받는데 어려웠다"면서도 "지금은 혼자 주문받고 커피를 만들 수 있어 이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고 했다.

노틀담베이커리 관계자는 이들 모두 단순히 배려만 받는 사람이 아닌 비장애인과 동등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각자의 목표도 다르다. 손씨는 개인 카페 창업, 이씨는 장래 대비 저축, 김씨는 모든 바리스타 기술을 전수받는 게 향후 계획이다.
장애인 운영 카페, GM 내에서 최초…"포용 문화 넓히는 사업 꾸준히 도입"
20일 오전11쯤 인천 GM한국사업장 부평공장에 위치한 노틀담베이커리에서 이한승 한국GM 다양성위원회 소속 차량선행개발본부 차장과 김진희씨, 이다은씨, 윤상임씨, 카페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GM한국사업장
한국GM은 공장 내에 장애인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가 들어선 건 국내에선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글로벌 GM에서 이곳 카페가 최초다. 이는 2021년 발족한 한국GM 다양성위원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위원회는 장애인, 실버, 다문화 가정 등 모두를 아우르는 한국GM 내 포용 기업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탄생했다. 또 핵심 공장 부지의 임대료를 포기하는 등 위원회가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던 점도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의 의지 덕분이었다.

이 사업을 주도한 이한승 한국GM 다양성위원회 소속 차량선행개발본부 차장은 "GM 최초였던만큼 리더십의 지원이 없었다면 실현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같은 포용 문화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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